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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점의 배우가 메가폰 든 이유? “이웃의 삶 너무 담고 싶어서”

연기 경력 31년 김윤석 ‘미성년’으로 감독 데뷔

  • 국제신문
  • 김정록 기자 ilro12@kookje.co.kr
  •  |  입력 : 2019-04-10 18:48:18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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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기 중에도 5년간 작품 고민
- 시나리오 고치길 수차례 반복
- 투자자 찾지 못해 포기 생각도

- “작품의 무기는 이야기와 배우
- 감독 되니 객관적 시선 가능해
- 섬세한 감정선 표현에 무게 둬
- 은퇴작 되지 않게 많은 관심을”

영화 ‘1987’(2017)로 그는 제54회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남자 최우수 연기상, 제39회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배우로서 정점을 찍은 황금기에 왜 굳이 감독을 선택했냐”고 묻자 “상을 타게 될 지 2014년의 내가 어떻게 알았겠나?”라며 신인 감독 김윤석(51)이 너털웃음을 지었다. 2014년 12월 서울 대학로의 한 소극장에서 처음 작품을 접한 이후 감독으로 김윤석이 5년 동안 준비한 영화 ‘미성년’이 11일 개봉했다. 배우에서 영화감독으로 변신한 김윤석을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영화 ‘미성년’으로 감독 데뷔한 김윤석. 쇼박스 제공
1988년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로 시작해 연기 인생 31년 만에 감독으로 데뷔했다. ‘타짜’(2006) ‘전우치’(2009) ‘완득이’(2012) ‘도둑들’(2012) ‘검은 사제들’(2015) ‘1987’ 등 배우로서 대표작은 마침표가 없었다. 그런데도 김윤석은 “감독은 마음속 꿈이었다”고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김윤석의 감독 데뷔는 ‘추격자’(2008) ‘황해’(2010)에서 호흡을 맞춘 하정우의 영향이 컸다.

“친하게 지내는 (하)정우가 ‘형이 감독 데뷔하면 나도 할게요’라고 말했어요. 정우가 먼저 영화 ‘롤러코스터’(2013)를 연출했죠. 응원하고 칭찬했습니다. 그러다 저도 운이 좋아 괜찮은 이야기를 발견했습니다. 시기가 적당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검은 사제들’ ‘남한산성’(2017)에서 연기하면서도 이 작품을 생각했어요. 조용히 시나리오를 고치고 또 고쳤죠.”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
김윤석은 감독으로서 어려움도 토로했다.
“연기할 때보다 부담감이 훨씬 컸어요. 투자자를 찾지 못했을 때는 ‘헛고생하고 있나, 포기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하다못해 신인 배우 김혜준, 박세진이 기자간담회에서 떨면서 제대로 말을 못 할 때는 제가 더 긴장했어요. 배우로서 그런 적이 없는데, 개봉하면 감독의 마음으로 모자를 눌러 쓰고 영화관을 찾을 생각입니다.”

베테랑 배우이자 초보 감독인 김윤석에게 감독과 배우의 차이에 대해 물었다. “(하)정우는 재미있다고 했는데 새로운 것이 보였습니다. 감독 자리에 앉아 객관적으로 영화를 보는 것은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영화 ‘미성년’은 대원(김윤석)의 불륜을 알게 된 딸 주리(김혜준)와 부인 영주(염정아) 그리고 대원의 불륜 상대인 미희(김소진)와 딸 윤아(박세진)가 겪는 3일 동안의 이야기를 담았다. 김윤석이 좋아하는 드라마 장르다.

“작품의 무기는 이야기와 배우입니다. 등장 인물의 직업은 형사, 깡패, 히어로가 아닙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를 담았죠.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이기에 무기를 드러내는 방법은 섬세하고, 디테일하게 파고드는 것 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그랜 토리노’(2008) ‘밀리언 달러 베이비’(2004), 샘 멘데스 감독의 ‘아메리칸 뷰티’(1999) ‘레볼루셔너리 로드’(2008)를 좋아하는 작품으로 꼽았다. 드라마와 연기자를 중요하게 여기는 영화가 오래간다는 그의 지론 때문이다.

김윤석은 “캐릭터로 우주를 지키는 사람은 많다. 나는 평범한 사람의 눈높이에서 작품을 만들고 싶다”며 작품 활동을 이어갈 뜻을 공개했다.

그에게 “감독이 좋은가 아니면 배우가 좋은가”라고 우문 하자 “둘 다 좋다”는 현답이 돌아왔다. 그는 “감독 생활을 시작했지만 아직 다른 이야기를 만나지 못했다. 다른 감독들은 3년 만에 한 편의 영화를 만든다고 하는 데 나는 차기작이 6개월이 될지 10년이 될지 아직 알 수 없다”며 “감독으로서 은퇴작이 되지 않도록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해맑게 웃었다.

인터뷰 마지막에 김윤석은 국제신문과의 인연을 소개했다. “초등학교 시절 아버지가 집에서 국제신문을 읽었어요. 저는 충북 단양에서 태어나 부산으로 이사를 갔습니다. 부산에서 5년 동안 연극 작품 활동도 했습니다.”

김윤석이 부산에서 연극배우로 활동할 때 부두연극단 이성규 연출가와 맺은 남다른 인연은 부산 연극판에서 유명하다. 그가 다시 부산 연극 무대에 서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김정록 기자 ilro12@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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