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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 집 할머니들, 소녀 같았던 20년 일상의 기록

‘에움길’ 오늘 개봉

  • 국제신문
  • 이원 기자
  •  |  입력 : 2019-06-19 18:45:19
  •  |  본지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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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부름 갔다 오는데 웅장한 남자 둘이 앞에 와 탁 막는 거야. 한 놈은 이 팔 하나 쥐고, 한 놈은 이 팔 하나 쥐고 무조건 끌고 가는 거야. 큰길에서 끌려갔지. 그날 밤으로 우리는 기차 타고 중국에 들어왔잖아.”
다큐멘터리 ‘에움길’ 스틸. ㈜누미아띠 제공
1927년 부산에서 태어난 이옥선 할머니는 1942년 만 15세의 나이에 중국으로 끌려가 3년간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를 당했다. 그리고 58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2000년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 할머니는 “내 얼굴에 위안부 간판 써 붙이고 부모 얼굴을 어떻게 쳐다보러 가는가”라며 긴 세월 고국을 찾지 못한 이유를 담담한 내레이션에 담았다.

다큐멘터리 ‘에움길’은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 할머니들의 공동생활공간인 나눔의 집에서 2000년대 초반부터 20년간 촬영한 기록물을 토대로 제작한 다큐멘터리다. 이승현 감독은 할머니들의 일상이 담긴 1600여 개의 비디오테이프와 CD, 2017년 4~9월 추가 촬영과 인터뷰를 진행해 다큐멘터리를 완성했다.

이전의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 할머니들을 다룬 다큐멘터리가 피해 사실에 초점을 뒀다면 ‘에움길’은 각기 다른 성격을 지닌 할머니들의 일상 속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소녀 같은 모습을 담아 또 다른 울림을 준다.

또한 20년의 세월 속에 한국 정부와 일본 정부가 할머니들의 의견과 상관없이 행했던 일들이 시대별로 등장하고, 세상을 떠나는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담겨 안타까운 마음을 더한다.

특히 시간이 흐르면서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 할머니 240명 중 21명(4월 2일 기준)만 생존해 있는데 일본 정부는 여전히 공식 사과와 반성을 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은 세상을 떠난 고 김순덕 할머니의 “밤이나 낮이나 불안하다. 오늘 죽을지 몰라서 불안하다. 이걸 해결을 못 지어서”, 이옥선 할머니의 “우리가 다 죽어도 이 문제는 꼭 해명해야 된다. 후대가 있고 역사가 뚜렷이 나와 있기 때문”이라는 말씀이 더 묵직하게 다가온다.

‘에움길’은 수없이 되새기고 되새겨도 지나치지 않을 우리 역사의 아픔을 기억하게 하는 또 한 편의 다큐멘터리다. 20일 개봉.

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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