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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으로 스타덤…부산 배우 장혜진의 재발견

‘니나 내나’ 든든한 장녀역

  • 국제신문
  •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  |  입력 : 2019-10-30 19:08:56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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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생충’서 억척 아내로 존재감
- 새 작품도 가족 이야기 그렸지만
- ‘충숙’과 동일 인물인지 몰라봐

- 삼남매 어머니 찾아 떠나는 여정
- 부산 출신 감독·배우 의기투합
- 편하게 사투리 써 부담없이 연기
- 관객들 본인 이야기라며 울기도

올해 충무로에서 ‘새로운 발견’으로 꼽히는 배우, 장혜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서 송강호의 아내 충숙 역을 맡아 억척스러운 모습을 보여준 장혜진은 연극 무대에 이어 스크린에서도 통하는 배우로 떠올랐다. 그리고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 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된 ‘니나 내나’(개봉 30일)에서는 주연을 맡아 또 한 번 관객과 만난다.

   
‘기생충’에서 송강호의 아내 충숙 역에 이어 ‘니나 내나’에서 집을 나간 엄마 대신 남동생들에게 엄마 역할을 하는 3남매의 첫째 누나 미정 역을 맡은 장혜진. 아이오케이컴퍼니 제공
‘니나 내나’는 오래전에 자식들 곁을 떠나 재가한 어머니에게 자식들이 보고 싶다는 엽서가 오고, 3남매가 진주에서 출발해 경기도 일산까지 다녀오는 여정을 그린다. 그 과정에서 숨겨졌던 3남매 각자의 고민과 가족 간의 갈등이 하나씩 드러난다. 장혜진은 3남매의 큰누나이자 바람난 남편과 헤어져 홀로 중학생 딸을 키우는 미정 역을 맡았다. ‘기생충’의 충숙과 마찬가지로 가족만 끔찍이 여기지만 억척스럽기보다는 순박하고 순수한 큰누나의 모습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니나 내나’는 부산 출신의 감독과 배우가 의기투합해 눈길을 끈다. 연출을 맡은 이동은 감독과 3남매를 연기한 장혜진, 태인호, 이가섭 등이 모두 부산 출신이다. 그래서 촬영 현장이 더욱 화기애애했고, 편안하게 사투리를 썼다는 장혜진을 만나 ‘니나 내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기생충’으로 일약 주목받는 배우가 됐다. 이제는 칸의 영광 이후 다섯 달 정도 지났는데, 바뀐 것들이 있나?

▶달라지는 것이라면 시나리오가 잘 들어온다는 것이다. 독립영화를 하나 찍었고, 현재 ‘사랑의 불시착’이라는 드라마를 촬영 중이다. 그래도 지금은 제정신을 찾았고, ‘기생충’에 대한 언급도 잠잠해진 상태다.

-이동은 감독이 친한 친구의 동생이라고 들었다. 그래도 이 감독의 전작인 ‘당신의 부탁’에도 출연했는데, ‘니나 내나’ 시나리오 매력은 무엇이었나?

▶이 감독이 ‘당신의 부탁’ 촬영 현장에서 봤던 저의 모습이 미정과 많이 겹쳤다고 하더라. 시나리오 봤을 때 힐링이 되는 느낌이었다. 거의 모두가 가족끼리 투닥거리고 아픈 사연이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그래서 ‘니나 내나’는 남 이야기 같지 않은 매력이 있었다. 또 사건이 자극적이지 않아서 더 좋았다.

-‘니나 내나’는 ‘기생충’ 이후 관객과 만나는 것이어서 부담이 있을 것 같다.

   
‘니나 내나’ 스틸. 명필름 제공
▶아마 ‘기생충’을 보신 관객분들이 ‘니나 내나’에서 미정 역을 연기하는 저를 보신다면 “‘기생충’의 충숙이라고?” 하실 것이다. 편집팀이 ‘기생충’ 팀이었는데, “선배님 너무 달라서 좋아요. 다른 사람인줄 알겠어요”라고 하더라. 제 얼굴이 막 각인되는 얼굴이 아니라서 굳이 큰 변화를 주지 않고 다양한 역할을 해도 관객 분들이 잘 구분을 못하실 것 같다. 그것이 배우로서 장점인 것 같다. ‘니나 내나’의 미정은 수더분한 모습을 극대화한 인물이다.

-억척스러운 인물인 ‘기생충’의 충숙 역에 비히 미정은 딸에게 약한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특히 이혼했지만 딸에게는 캐나다에 있다고 거짓말한 아빠를 칼국수 집에서 우연히 만났을 때 그런 모습이 더 드러난다.

▶미정은 3남매를 버리고 집을 나간 엄마처럼 되지 않으려고 했지만 바람난 남편과 헤어진 인물이다. 딸에게는 상처가 될까 봐 아빠와 이혼한 것을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는데, 그것을 딸에게 들키고는 “미안하다”고 말한다. ‘나처럼 딸에게 상처를 입혔다’는 생각에 딸에게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실제 연기할 때도 딸에게 다가가기 힘들더라.

-엄마에 대한 원망을 하고 살던 미정은 엄마와 꿈속에서 만나 화해를 한다. 이 장면은 판타지 같은 느낌이었다.

▶촬영 감독님과 조명 감독님이 심혈을 기울인 장면이다. 숲속을 엄마와 걸어가는 장면인데, 환상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 독립영화치고는 고가의 조명을 썼다. 처음에는 엄마가 먼저 가고 미정이 따라가고, 이후 같이 걷다가 커다란 나무를 두고 엇갈려서 헤어지게 되는 장면인데, 그렇게 엄마와 화해한 것은 앞으로 미정이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

-이 감독을 비롯해 3남매를 연기한 배우들이 모두 부산 출신이었다. 남다른 유대감이 있었겠다.

▶모두 고향이 부산이어서 사투리 연기를 편안하게 했다. 촬영장에서도 모두 사투리를 썼다. 그러다 보니까 정말 가족 같았고, 남매 연기가 자연스럽게 됐다.

-후반부에 미정이 “사는 게 다 달라 보여도 다 비슷하다. 니나 내나”라고 말한다. 평범한 말인데 여운이 남더라.

▶힘들 때를 생각하면 나만 힘든 것 같고, SNS 사진들 보면 남들은 다 잘살고 있는 것 같을 때 위안이 되는 말인 것 같다. 자꾸 남과 비교하면 질투가 남게 된다. 이런 것을 원천 봉쇄하는 대사다. 다른 이들도 아픔이 있으니까 나의 것에 만족하면서 감사하고 살라는 말 같다. 이 대사는 저에게도 위안이 되는 말이다.

-얼마 전 ‘니나 내나’로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처음 밟았고, 관객들과도 처음 만났다. 기분이 어땠나?

▶선배님들이 너무 좋다고 해서 기대가 컸다. 고향이 부산이어서 그런지 묘하게 안정된 느낌이 들었다. 오랜만에 해운대에 갔는데 정돈이 잘 돼 있었고, 달맞이고개 부근의 문택로드를 산책할 때 너무 좋았다. 또 관객과의 대화 때 한 관객분이 마치 자신의 이야기 같다며 울음을 주체 못 하시고, 다음 분도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등 ‘니나 내나’가 지닌 영화의 마음을 알아주시는 것 같아서 너무 인상 깊었다.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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