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 제작 뮤지컬을 영화로
- 이토 저격부터 순국까지의 삶
- 7㎏ 급감량에 연기 중 블랙아웃
- ‘장부가’ 장면서 10번 넘게 NG
- 안 의사 애국심서 깨달음 얻길

뮤지컬 배우 정성화가 영화배우 정성화로 관객과 만난다. 2009년 뮤지컬 ‘영웅’ 초연부터 14년 9시즌 동안 안중근 역을 맡아온 그가 윤제균 감독 영화 ‘영웅’(개봉 21일)에서 안중근 역을 맡아 무대가 아닌 스크린으로 찾아왔다. ‘영웅’은 1909년 10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의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를 그린 영화다. 국민 모두가 존경하는 안중근 의사 삶을 스크린에 생생하게 담았다.

원작 뮤지컬에 이어 영화 ‘영웅’에서 안중근 의사를 연기한 정성화. CJ ENM 제공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정성화는 “2009년 뮤지컬 ‘영웅’에 캐스팅됐을 땐 뮤지컬을 시작한 지 얼만 안 됐던 터라 얼떨떨하면서 마냥 좋았다. 영화 ‘영웅’에 캐스팅됐을 땐 두려움이 앞섰다. 그래서 내 모든 걸 다 쏟아부었다”고 영화 ‘영웅’에서도 안중근 역을 맡은 소감을 전했다. 이어 “윤 감독님이 ‘영웅’의 영화화에 대해 말했을 때 저도 뮤지컬을 하면서 영화로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차여서 기뻤다. 하지만 제가 주인공을 맡는다는 생각은 거의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영화 ‘영웅’ 스틸컷. CJ ENM 제공

노래 잘하고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많기에 기대하지 않았던 것이고, 오히려 주인공이 결정되면 발성 연습이나 노래를 도와주려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윤 감독님이 막 나온 따끈따끈한 시나리오를 주면서 ‘이거 읽기 전에 한 가지 약속해줬으면 한다’고 하더라.” 윤 감독의 제안은 살을 빼야 한다는 것이었고, 정성화는 뮤지컬 ‘영웅’을 공연 중이었음에도 무조건 빼겠다는 집념으로 식단 조절과 달리기로 한 달 만에 7kg을 뺐다. 너무 감량했기 때문인지 부작용도 있었다. 그는 “마지막에 ‘장부가’를 부르는 장면에서 테이크를 10번 넘게 갔는데 어느 순간 블랙아웃이 되면서 쓰러졌다”며 기력이 쇠해 아찔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촬영에 들어가서는 뮤지컬이 아닌 영화 연기를 하기 위해 노력했다. 무대 앞에 있는 관객이 아닌 카메라를 향해 연기해야 했기에 연기 톤 변화는 필수였다. 정성화는 “특히 노래 부를 때가 힘들었다. 영화에서는 노래를 마치 대사처럼 들리게 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런데 노래가 좋을 땐 감정 표현이, 감정이 살면 노래가 모자란 느낌이 들었다. 특히 무대처럼 발성하면 너무 소리가 커져 세밀한 연기가 필요했다”며 영화 연기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정성화는 현재 대구에서 뮤지컬 ‘영웅’에 출연 중이며, 영화 개봉과 함께 서울 공연이 시작된다.

그는 영화 촬영 덕에 뮤지컬 연기에도 살짝 변화가 있음을 전했다. “예전에는 좀 강력한 힘을 지닌 안중근 의사였다면, 이제는 조금 더 부드럽고 관객 친화적인 안중근 의사가 됐으면 했다. 그래서 강약을 잘 조절하고 있는데, 이번 공연부터 조금씩 적용하고 있다.”

‘영웅’을 비롯해 ‘맨 오브 라만차’, ‘레 미제라블’, ‘비틀쥬스’ 등 많은 뮤지컬에 출연하며 최고의 뮤지컬 배우로 자리매김한 정성화답게 영화 ‘영웅’이 한국 뮤지컬에 좋은 영향을 주길 바라기도 했다. “영화 ‘영웅’은 창작 뮤지컬을 영화화한 한국 최초의 오리지널 뮤지컬 영화다. ‘영웅’을 계기로 더 많은 뮤지컬 영화가 만들어지고, 뮤지컬 시장이 활짝 열리면 좋겠다.”

정성화는 2022년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영웅’이 갖는 의미를 밝혔다.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그것을 통해서 자긍심을 느끼고, 앞으로의 우리 모습이나 계획을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중근 의사 모습을 보며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자긍심을 느끼고, 그동안 살아오면서 반성해야 할 것과 우리나라 미래를 생각해보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