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그물은 성긴 듯하지만 무엇 하나 빠뜨리지 않는다.' 하늘의 그물이라…. 우주의 이치는 어김이 없다, 그런 말인 듯하다. 하늘의 법이 한 치의 어긋남이 없듯이 땅의 법도 그렇다면 얼마나 좋을까. 법의 그물은 아무리 촘촘해도 죄를 제대로 벌하지 못한다. 선량한 다수는 늘 피해자가 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그물 이야기를 꺼낸 것은 순전히 사드 때문이다. 아무리 큰 우산을 펼친다 하더라도 쏟아지는 비를 막을 순 없는 법이다. 하늘에 그물을 쳐 날아오는 미사일을 떨어뜨린다? 대공포로 거물망을 형성해도 전투기를 맞히기는 지극히 어렵다. 한데 그보다 빠른 미사일의 궤적을 추적해 단 한 발의 미사일로 맞히는 게 쉬운 일이겠는가. 연습은 쉬워도 실전은 어렵다.

북한의 스커드·노동미사일은 한 발에 10억~20억 원. 사드의 미사일 하나는 110억 가량이라고 한다. 상대가 10억을 쓸 때 그 열 배의 값을 치러야 하니 이게 지속 가능할까 싶다. 사드 1개 포대는 48발의 미사일로 구성된다. 1000기로 추산되는 북한의 미사일을 막으려면 적어도 20개의 포대가 필요하다. 한데, 단 한 개 포대라니? 게다가 방어 범위가 200㎞로 수도권은 제외된다. 정부는 신형 패트리엇으로 이를 대체한단다.

내용을 종합하면, 사드는 한국의 방위와는 무관하다. 미사일 방위(MD)라는 미국의 군사전략이다. 미국의 MD체제는 터키, 이스라엘, 카타르, 일본에 이미 포진돼 있다. 문제는 이들 국가엔 레이더만 있다는데 한국엔 미사일까지 설치된다고 한다. 이게 뭘 의미할까. 단적으로 말하면 한국은 미국의 제1 전선인 셈이다. 제2 전선은 괌이다. 마지막 방어선은 미국 본토에 설치돼 있다.

제1 전선이라? 어디를 겨냥한 제1 전선일까. 말할 것도 없이 북한과 중국이다. 그러면 한 개 사드 포대의 의미는 무엇인가. 일차적으로는 한국을 미국 쪽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담장 위를 걷는 등거리 외교, 양다리 걸치기 전법, 균형추 외교를 끝내는 마침표다. 그러면 중국은 왜 격렬하게 반응하는가. 대륙 간 탄도탄의 무력화가 첫째 요인이다. 사드 한 개 포대로? 물론 그걸론 부족하다. 하지만 상징적 의미는 있다. 언제든지 포대는 늘리면 그만이다. 미사일 사정거리는 200㎞지만 레이더의 범위는 2000㎞다. 중국을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사드는 정치적 무기다. 중국을 압박하는 상징이다. 바다는 남중국해 분쟁 중재재판으로 묶고, 하늘은 사드로 그물망을 친다? 중동과 동북아의 사드 레이더를 가동하면 공격 무기의 손발이 묶인다. 육해공의 압박, 그 포위 전략의 화룡점정이 한국의 사드 배치다. 삐걱대는 소리가 잦으면 언젠가 파탄이 오게 돼 있다. 세계의 패권국은 예외 없이 전쟁을 통해 교체됐다. 군사적 충돌이 하나고, 통화 전쟁이 둘이다. 어느 것이든 우리에겐 괴멸적 타격이다. 과연 우린 감당할 수 있는가.

그런데도 한국은 왜? 이게 미스터리다. 2000년 미국의 부시 정부는 '동지가 아니면 적'이라며 한국에 MD 가입을 종용했다. 그 서슬 퍼런 협박에도 김대중 정부는 거부했다. 한데, 유화적인 미국의 오바마 정부 아래서 박근혜 정부가 만세를 부르다니?

그동안의 과정은 마음이 아리다. 전시작전통제권은 노무현 정부 때 2012년 환수하는 걸로 한미 간 합의됐다. 이명박 정부 때 환수를 연기하더니 박근혜 정부 때 무기 연기해 버렸다. 쉽게 말하면 우리에겐 전쟁할 권리가 없다. 뺨을 맞으면 그냥 웃어야 한다. 얼굴에 침을 뱉으면 마를 때까지 기다리라 했던가.

유보된 군사적 주권의 연장 선상에서 킬체인, 한국형MD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더니 결국 사드로 본색을 드러냈다. 주권을 넘겨주고 대신 미중 패권전쟁의 제1 전선을 떠맡는다? 중국은 군사 대국화로, 일본은 전쟁 국가로 치닫는데 우리만 손발 묶어 둔다? 국방비가 한 해 40조 원으로 세계 10위인데도 북한을 막을 수 없다? 참, 답답한 오늘이다.

더욱 답답한 건 대한민국의 의사 결정 구조다. 한국이 미국의 MD체제에 들어가고 말고는 국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중대사를 정부 혼자 결정한다? 미안하지만 정부는 국가가 아니다. 국민이 국가의 실체다. 그러니 중대사는 국민, 그 대표인 국회에 물어야 한다. 사드 배치가 이미 끝난 이야기라는 야당 대표의 말은 귀를 의심케 한다. 국민들은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는데 그냥 넘어가잔다. 의무의 해태고, 책임의 방기다.

민주주의는 절차이고 과정이다. 그걸 생략하고 결과만 불쑥 내미는 건 정당성이 없다. 개성공단 폐쇄나, 대구공항 이전 발표나, 사드 배치나 똑같은 모양새다. 정치는 사라지고 통치만 남았다. 정작 두려운 건 중국의 보복이 아니다. 창피한 건 총리의 감금도 아니다. 우리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짓지 못하는 것이다. 독단이 독재로 비치는 게 창피한 게 아니다. 결단이 오판이 될까 두려운 것이다.

논설고문 aiw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