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16년 8월 31일

◇참여위원(가나다 순)

▶권구철(변호사)

▶김문홍(소설가·부산공연사연구소 소장)

▶김윤경(부산대 문헌정보학과 4학년)

▶박민성(사회복지연대 사무처장)

▶이미욱(소설가)

▶전중근(다른경제협동조합 이사장)

◇정리 : 구시영 편집국 부국장


국제신문 독자권익위원회의 8월 온라인 회의가 지난달 31일 열렸다. 이번달 회의에서는 콜레라와 부산 도심의 싱크홀 발생 등 시민의 건강과 안전문제와 관련해 지속적인 감시와 보도가 있어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다. 옛 성현들의 올바른 삶과 업적 등을 조명한 연재시리즈 '한시 기행'은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시티투어버스 사고와 부산시의 채무·일자리정책 문제 등에 대한 보도는 다소 미흡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권구철=최근 국제신문은 한진해운의 위기상황과 그 영향에 대해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한진해운의 부족자금은 최소 1조 원으로 예상되고, 채권단의 도움이 절실한데 주채권은행은 한진해운의 추가 자구안이 절박하지 않고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결국 한진해운은 법정관리로 넘어갔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한진해운이 발행한 회사채 투자자들의 손실이 자명한 것이고 부산항 물동량과 부산경제에도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부산시와 관련 단체들이 발벗고 나섰으나 결국 채권단을 설득하지는 못했다.

한진해운의 내부 사정을 개인적으로 잘 알지는 못한다. 다만 대한민국 대표 해운사의 몰락이 가져올 한국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고려할 때, 자신에 대한 극단적인 조치는 없을 것이라는 자만에서 나온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주채권은행의 평가처럼 한진해운의 자구안이 정말 절박함이 없었다면 우리로서는 깊이 고민해야 한다. 이 시점에서 한진해운이 계륵 같은 존재인지 아니면 우리나라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존재인지를 정확하게 판단하고,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가 제공될 필요가 있다. 그 역할을 국제신문이 잘 해주길 바란다. 반드시 살려야 할 존재라면 구명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과감한 결단을 해서 대안 마련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김문홍=매주 목요일에 연재된 '한시 기행'은 옛 성현의 바른 삶과 올곧은 생각, 그리고 업적을 통해 오늘날 우리의 삶과 세상을 비춰본다는 점에서 뜻깊은 기획이다. 그중에서도 11일과 18일 자에 소개된 교산 허균과 난설헌 허초희 오누이에 대한 글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준다.

허균은 시대와 세상을 잘못 타고난 혁명아였다. 신분으로 사람의 높낮이를 가르는 조선의 유교적 봉건 이데올로기를 거역하고 천부인권을 역설한 그의 '유재론', 사회 모순과 부조리에 온몸으로 저항한 그의 호민사상은 요즈음 우리사회에서도 본받을 만한 유효한 가치이자 덕목이다.

허균의 누이인 허초희는 또 어떤가. 그녀 역시 고루한 남존여비 사상과 가부장적 유교질서의 희생양이었고 혁명가였다. 난설헌이 남긴 시 210수 가운데 '신선세계'를 노래한 시가 거의 절반에 가깝다고 한다. 그녀가 꿈꾼 신선세계는 이러한 질곡과 편향된 시각을 떠나 모든 인간이 재능과 능력으로 정당한 대우를 받는 세상과 사회일 것이다. '한시 기행' 시리즈가 단순한 르포의 수준을 뛰어넘는 것은 옛 성현의 삶과 사고를 엿볼 수 있는 시를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는 점과 옛일을 그저 보여주는 것만이 아니라 그 일이라는 거울을 통해 우리 삶과 사회를 명징하게 비춰보인다는 점일 것이다. 스크랩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는 것이 바로 그러한 증거다.



▶김윤경=지난 16일 자에 부산 시티투어버스가 육교에 부딪혀 부상자가 발생한 사건이 보도됐다. 이 기사에는 시티투어버스가 2014년에도 운행 중 화재가 발생했으나 그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언급됐다. 하지만 사고개요만 나와 있을뿐 현재 시티투어 버스 운행에서 노출된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다루지는 못했다. 시티투어버스의 경제적 효과와 버스를 이용하는 관광객들의 반응 등 다양한 측면에서 살펴봤으면 좋겠다. 다음 날 사설 '부산관광 이미지 흐리는 시티투어버스'를 통해 어느 정도 이에 대한 지적이 있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29일 자의 '부산행에 부산이 없다'는 기자수첩의 지적이 인상 깊었다. 최근 흥행한 영화 '부산행'이 상당 부분 부산에서 촬영됐지만, 정작 영화 내용에는 부산이 등장하지 않아 아쉽다는 내용이다. 시 당국이 로케이션 유치·지원에 노력하는 데 비해 영화를 활용한 부가가치 생산에 소홀했다는 날카로운 지적도 이어졌다. 부산이 '영화의 도시'로 불리고 로케이션 장소로도 각광받고 있지만, 정작 영화 속에서 부산 고유의 환경이나 이미지를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로케이션 유치에만 혈안이 될 것이 아니라 영화제작·배급에 대한 지원, 지역 영화계 발전을 위한 전문가 양성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를 앞두고 지역 영화계와 부산시의 영화정책을 한 번 되짚는 기획 기사를 만나보고 싶다.



▶박민성=8월 15일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의미있는 날인 광복절이다. 그런데 이날 지면은 한참을 넘겨 7면이 되어서야 광복절임을 알 수 있는 기사가 등장한다. 최근 '건국절 논란'으로 답답한데 광복절에 대한 기사가 눈에 띄지 않아 아쉬웠다.

유쾌하지 못하지만 미래예측에 대한 적절한 기사가 있었다. 17일 자의 '내년 최저임금 못 받는 근로자 313만 명'이다. 이 기사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최저임금법 위반과 관련한 솜방망이 처벌 탓에 최저임금 미달 근로자가 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대책은 근로감독 강화로 최저임금 준수율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건 정부당국이 제대로 된 대책을 수립하고 있지 못한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국제신문은 다음 날 '최저임금 미달 300만 명 부끄러운 경제대국'이라는 사설에서 한국은행과 정부을 질타했지만, 그것으로 기사를 마무리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20일 자 6면의 '젊은층 혼밥·혼술 넘어 노래도 혼자 불러' 기사는 요즘 개인화되고 핵가족화된 우리 사회의 단면이라고 볼 수 있다. 내용을 좀 더 보강해서 '청년의 모습'을 담는다면 사회적으로 더 의미 있는 기사가 될 것 같다.



▶이미욱=요즘 예상치 못한 일들이 부지기수다. 충격과 놀람도 잠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사직여고 인근에 생긴 거대한 싱크홀이 그중에 하나다.싱크홀 원인으로 지적된 노후 하수관의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안전점검과 대책을 제대로 강구하지 않고 사후 수습에만 바쁜 부산시와 해당 구청에 대해 언론의 엄격한 감시와 비판이 필요하다. 당국은 싱크홀 발생이 점점 늘고 있는데 부족한 예산 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전조 현상을 분석해 시민들의 불안과 공포를 덜어낼 방안을 실행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 문제에 대해 국제신문이 촉각을 세우고 시민안전을 위해 지속적인 보도를 해 주면 좋겠다.

콜레라 환자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15년 만에 발병한 전염병 콜레라에 대해 당국은 아직 발생원인과 감염경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제구실을 못하고 있는 것만 같다. 콜레라는 대표적인 '후진국병'이라는데 당국의 대책도 후진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 국제신문은 콜레라 증세와 예방법을 알리고 구멍 뚫린 방역체계에 대해 비판하며 거제 지역 실상과 부산 약수터 점검 등 관련 소식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콜레라와 각종 감염병 발생으로 인한 불안감이 더는 확산되지 않도록 언론은 명확하고 신중하게 보도해 주길 바란다.



▶전중근=부산시민 1인당 빚이 78만 원이나 된다고 한다. 27일 자 '부산 1인당 채무 8대 도시 중 최고' 기사에서 아시안게임을 치른 인천을 제외하면, 부산이 사실상 1위라고 한다. 지난해 부산시는 예산 대비 부채비율이 25%를 초과하면서 '재정위기 단체'라는 불명예도 안았다. 채무비중이 가장 높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그래서 국제신문은 1면 톱으로 배치한 것으로 보이나, 관련기사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재정운용은 적절했는지, 과다한 대형토목사업은 없었는지 등을 진단하는 게 옳다.

29일 자 '부산시 일자리 성과 뻥튀기…예산은 3배 급증'은 일자리정책의 허실을 다뤘다. 시가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관련 예산을 대폭 증액했으나, 홍보와는 달리 고용성과는 빈약하다는 내용이다. 괜찮은 일자리가 제대로 늘어나지도 않았는데 성과를 뻥튀기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이를 제기한 시의원의 보도자료에 기대기보다는 취재를 통한 보도가 진작 이뤄졌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국제신문은 그동안 지역신문으로서의 정체성 확립과 균형있는 보도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종이신문으로서 존재가치가 발현되려면, 격변의 시대에 걸맞는 혁신이 항상 필요하다. 신문이 발행되기까지 시민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만들고, 시민들과의 거리를 좁히는 다양한 시도들이 모색되었으면 좋겠다. 언론에 시민사회가 어떻게 반영되는지는 그 사회의 건강성을 측량하는 기준이 된다. 그런 점에서 국가와 시장으로부터 독립적인 시민 스스로의 힘을 키워나가는 데 지역언론의 도움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