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의 모든 것은 양면성을 가진다. 지상낙원을 만든다던 공산주의가 왜 몰락했는가? 바로 공산주의가 지닌 양면성 때문이다. 공산주의는 그 핵심이 공동생산, 공동분배 및 계급타파다. 기득권 세력, 대지주, 국가권력, 정치권력을 대상으로 타파를 부르짖고 '평등'과 '보편'이라는 이념의 기치를 높이 세운 것이 바로 '볼셰비키' 혁명이다.

비참한 삶을 영위하던 소작농, 노동자, 도시 빈민들과 합세한 지식인들은 새로운 세상을 열겠노라고 투쟁을 거듭했고 새로운 공산국가를 건설했다. 그런데 공동생산 공동분배는 개인적인 의욕을 잃게 했고, 따라서 사유재산에 대한 애착이 팽배해지기 시작했다. 인간의 속성 때문에. 똑같이 일하고 똑같이 가진다면 누가 열심히 일할 것인가? 공동생산 공동분배의 모순이다. 일제강점기에 유행했던 말이 있다. "한국사람 날일시키면 하자 세월이고 돈내기시키면 죽을까 겁난다." 한국 사람만이 아니라 이 세상 모든 인간의 속성이다.

계급을 타파해서 공평한 사회를 만든다던 공산주의는 새로운 계급이 필요했다. 공산당이나 공산국가는 역사와 뿌리가 일천했으므로 조직을 굳건하게 하기 위해서는 직위가 높을수록 강력한 리더십이나 카리스마가 필요했고 새로운 계급사회는 예전과 똑같은 폐단과 모순이 생겨 내부 알력이나 암투가 횡행했던 것이며 공산주의자끼리 이견과 충돌이 깊어지면 결과는 너무나도 당연한 피의 숙청으로 이어졌다.

새로운 계급이 생기고 수많은 민중은 집단체제로 공동생산 공동분배를 강제하면서도 당 간부들은 점점 권력이 막강해졌고, 이에 따라 사유재산의 산을 쌓아가는 형국이 되었다. 또 권력의 독점이나 재물의 집중은 필연적으로 편 가르기와 암투로 이어졌으며 허황된 꿈에서 깨어난 민중들은 공산주의 이념에 대한 회의감과 지도층에 대한 반감으로 동지가 아닌 적으로 변하게 되었다. 러시아를 중심으로 십수 개의 나라가 공산주의로 뭉쳐 탄생했던 소련은 어떻게 되었는가? 갈등과 알력 그리고 전쟁을 거쳐 모두 독립을 하고 도로 '러시아'만 남게 되었다.

그렇다면 자본주의는?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 대변되는 자유 방임의 사회 경제체제다. 각자가 생산, 교환, 판매하고 이윤을 추구하면 분업과 경쟁을 통하여 생산성 향상과 삶의 질이 향상된다는 이론이다. 그런데 모든 자본주의가 겪는 가장 큰 폐단은 부의 편중과 빈부 격차다. 돈이란 것은 묘한 속성이 있어서 많이 가진 쪽으로 계속 몰리게 되어 있다. 따라서 재벌이나 대기업은 자본과 기술을 독점하고 그 막강한 재력을 바탕으로 경제를 좌지우지하게 되면서 새로운 갑(지배계층)과 을(피지배계층)이 생겨나는 것이다.

시행착오를 겪은 자본주의는 사회주의 경제이론을 끌어다 모순과 폐단을 치유해 보지만 명확한 정답을 도출해 내기는 결코 쉽지 않다. 부의 편중과 극단적인 빈부 격차는 계층 간의 갈등과 증오로 발전하여 국민적 단합을 저해하고 민심이 흉흉해져서 사회가 혼란스러워지는 것이다.

우리 속담에 '사흘 굶고 남의 집 담 넘지 않는 사람 없다'고 했다. 정치체제도 똑같다. 대통령중심제, 내각책임제, 이원집정부제, 왕권국가, 단원제, 양원제, 다당제, 일당제 등 그 정치체제의 장단점보다 오히려 국민의 수준이나 위정자들의 자세나 운영방법에 따라 호불호가 가려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치체제의 좋고 나쁨은 쉽사리 판단할 대상이 아니다.

학교의 급식도 같다. 조건 없는 전면시행이냐 아니면 빈부의 차등을 두는 선별 시행이냐를 놓고 시끄러운데 보편적 복지가 좋은 것은 알지만, 재원 마련이 힘들어서 어쩔 수 없이 선별복지니, 축소복지니 하는 것이다. '역지사지'라는 말이 있듯이 각자 주장하거나 싸우는 상대방과 그 입장을 바꾸어보면 뜻밖에 문제가 쉽게 풀릴 수 있다. 소위 서구사회의 '톨레랑스(관용)'. 상대방의 생각이 나와 다르더라도 반대는 하되 이를 인정하는 것이 바로 대화와 협상의 올바른 태도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필자는 현대그룹 고 정주영 회장을 존경한다. 척박한 이 땅에서 맨주먹으로 현대 신화를 이룩하여 우리나라 경제계의 밑거름이 되고 거목이 되신 그분의 신념과 뚝심에 최고의 찬사를 보내지마는 그보다 더 존경스러운 게 있다. 한국 제1의 재벌로서 부귀영화를 누릴 만도 하건만 항상 검소한 생활을 하면서도 핍박받는 북한 주민들을 위해서는 소 떼를 몰고 방북하신 용기와 민족애에 감동했다. 그뿐만 아니라 "인생을 일희일비하지 말고 담담하게 살아라"고 가르쳐주신 그 안목은 세상만사가 다 양면성을 가졌으니 매사에 너무 기뻐하지도 말고 너무 슬퍼하지도 말라는 명언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은 다들 어렵다고 한다. 그럴수록 양면을 보는 여유와 뚝심의 신념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국화물연합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