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위기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1997년의 외환위기, 그러니까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위기' 직전보다 상황이 더욱 좋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성장률이나 청년실업률 등 일부 지표의 수치상(1996년과 올해 상반기 비교/성장률 7.6%→2.7%, 청년실업률 4.6%→9.7%, GDP 대비 가계부채 53%→90%)으로는 IMF 위기 직전보다 훨씬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경제의 양대 축인 수출과 소비는 절벽에 직면했다. 지난 8월 반짝하던 수출은 다시 부진의 늪 속으로 빠져들면서 '수출 전선'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다. 9월 대중국 수출이 15개월 연속 감소했고, 10월에는 감소 폭이 더 커질 조짐이다. EU(유럽연합)나 미국 수출도 부진 흐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보호무역' 강화 움직임도 심상찮다. 미국의 대선 결과에 따라 수출이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가뜩이나 거시경제 불확실성으로 내수 위축이 우려되는 가운데 지난달 말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내수는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건설경기 부양책의 후폭풍으로 몰아친 가계부채 급증은 '시한폭탄' 수준이다. 주택가격 급락 등의 돌발 충격이 몰아칠 경우 감당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팽배해 있다. 정부가 뒤늦게 은행권 대출문턱을 높이고 나섰으나, 서민대출 축소로 실수요자들의 극심한 반발을 초래했다.

일각에서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와의 유사점으로 ▷생산성을 초과하는 임금상승 ▷수출경쟁력을 의식한 무리한 환율정책 ▷'언 발에 오줌 누기'식 단기 경기부양 등을 지적하고 있다. 또 대한민국 실물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생산·판매 전면중단 사태와 현대자동차 파업 후유증 등 이른바 '빅2 쇼크'는 성장률 전망과 수출증가율을 악화시킬 정도로 우리 경제 전반에 악재로 등장했다.

최근 한국은행이 내년도 성장 전망치를 0.1%포인트 낮춘 2.8%로 내놓았지만, 이마저도 실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상당하다. 한국은행도 자인했듯이 '빅2 쇼크' 변수를 미처 반영시키지 못한 전망치이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통계청이 내놓은 '2016년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실업률은 9.4%로 9월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부산은 한진해운 사태와 조선업 구조조정 등의 여파로 실업률이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4%포인트나 급증한 4.0%로 집계됐다. 중국 프리미엄도 예전 같지 않고, 해운·조선·철강 등 기존 주력산업 분야의 경쟁력도 급전직하하고 있다. 여기에다 제조업 부문의 적자 중소기업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고 3년 이상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충당하지 못하는 한계중소기업은 2012년 5.7%에서 지난해 9.2%로 급증했다.

이처럼 내우외환에 처한 절박한 현실도 심각하지만 더 큰 문제는 정부 컨트롤타워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느 쪽에서도 책임지겠다고 나서지 않는 분위기다.

한진해운 법정관리 사태만 해도 그렇다. 대우조선해양 공적자금 투입과정이 말썽이 되자 정책 입안자들이 국내 최대 해운회사인 한진해운에 대해 일찌감치 손을 놓아버렸다. 우리 경제의 수출의존도를 감안할 때 파문을 예측하기가 어렵지 않았음에도 법정관리라는 마지막 카드를 너무 쉽게 꺼내 들었다. 누구 하나 '책임지고 문제를 해결해보겠다'는 각오를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경제수장들은 오직 청와대만 바라보면서 리더십 발휘에 실패했고, 이에 국민의 불안심리가 고조되면서 경제가 위축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다 청와대와 정부·국회는 '보신주의'와 '네 탓 공방'으로 책임 미루기만 하고 있다. 이에 더해 정치권은 최순실·미르 재단·송민순 회고록 등 정쟁으로 날을 새며 '대선 놀음'에 급급할 뿐이다. 내년 대선이 다가올수록 주도권을 놓고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질 것은 자명하다. 한마디로 총체적인 위기다.

최근 경제 상황과 관련해 '무기력-무능력-무책임'의 '3무(無) 팀'이라는 지적이 나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늦었지만 지금까지와는 다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 경제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국면 전환을 위해서는 경제팀 교체도 검토해야 한다. 비상시국에는 비상대책으로 돌파하는 게 리더의 역할이다.

부국장·서울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