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는 어업에서 기르는 어업으로"라는 슬로건은 1980년대 수산 분야에 종사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본 말이다. 어선을 이용해 물고기를 잡는 방식의 한계에서 벗어나 양식을 통해 넙치 전복 등 다양한 수산물을 대량 생산해 어디서나 수산물을 먹을 수 있게 되었는데, 이것은 기르는 어업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에 기인한 바가 크다.

이제 수산업은 또 한 번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전통적인 식용 위주의 산업에서 벗어나, 보고 체험하는 수산으로의 영역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기존 수산업은 지속적으로 발전되어야 하겠지만, 새로운 활로 모색을 위해 문화 산업 등과 결합하는 새로운 영역의 가치 창조가 요구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분야는 관상어이다. 최근 관상어 산업은 애완동물(Aqua-Pet)의 범주에 포함해 체험형 수산생물 개념으로 확대되고 있다.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의 심리적인 안정감뿐만 아니라 집안이나 건물 등의 인테리어로도 관심이 많다. 관련 용품 및 전시산업 등 연관 산업이 많아 일자리 창출 효과도 크다.

관상어 산업의 세계 시장규모는 2013년 기준으로 약 45조 원에 이르고 선진국을 중심으로 연평균 7, 8%대의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동호인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것으로 알려져 저변도 탄탄하다. 국내 산업은 2010년 2300억 원에서 2014년에는 4100억 원 규모로 확대되고 있어 새로운 산업 가치로도 충분하다.

세계인들이 좋아하여 동호인 수가 많은 관상어는 구피, 금붕어, 디스커스, 비단잉어 등이다. 이들 종류는 많은 국가에서 품평회가 열리고 최고상을 받은 어종은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일본의 비단잉어 품평회다. 올해 1월에 개최된 품평회에서 수억 원을 호가하는 비단잉어가 나오기도 했고, 세계 40개국 이상으로 수출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세계 관상어 시장에도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중 하나는 금붕어나 열대어와 같이 저가 보급형 관상어 층과 함께 화려하거나 아름답지 않아도 귀여운 물고기, 기이한 외부 형태를 가진 물고기, 금전적 가치가 높은 물고기 등으로 그 층도 다양화되고 있다.

우리나라 관상어 산업은 2000년대 이후 주 5일제 근무 정착으로 취미생활, 교육 및 체험학습 수요 증대 등으로 동호회 회원이 50만 명 이상이고, 전국 14곳의 대형 아쿠아리움 방문객 수가 연간 1000만 명 이상에 달하는 등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관상어 산업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과제도 많다. 관련 기반시설이 열악하고, 대부분 외래종 도입이기 때문에 폐사율이 높다. 관상어 생산은 구피 등 사육이 손쉬운 품종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연구개발은 양식어종에 집중되고 있어 특이성과 희소성이 있는 관상어의 개발은 미흡한 실정이다.

그러나 가능성은 충분하다. 납자루와 같은 우리나라 토종 담수어가 유럽과 아시아 관상어 시장에서 깊고 은은한 색상을 지닌 희귀 어종으로서 인기가 점차 높아가고 있다. 고유종인 각시붕어는 2015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세계최대 규모의 수산관상생물 박람회에서 3위를 차지하여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세계 최고 수준의 우리나라 양식기술은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자연 채집해 전 세계로 수출되는 관상어를 대체함으로써 남획이나 생태계의 파괴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 일례로 국립수산과학원에서는 대형 수족관의 산호초 사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파랑돔류 3종에 대한 대량 인공번식 기술 개발에 성공한 바 있다.

관상어 관련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후발 주자이다. 해양수산부는 관상어 산업을 미래 신성장 동력사업으로 선정해 권역별 양식 벨트화 사업, 관상어 생산 유통단지 조성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와 더불어 관상어 산업이 웰빙이나 기능성 인테리어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으며, 관련 용품도 개발되어야 하므로 많은 분야의 전문가가 양성되어야 하겠다. 비단잉어 사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우수한 형질의 관상어 품종 개발을 위해 우리가 가진 양식 기술력을 활용하여 지속적인 품종개량 연구를 추진해 나가야 하겠다.

우리 수산업이 식품산업 영역을 뛰어넘어 '보는 수산'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관상어 산업이 새로운 산업 영역으로 자리 잡아, 삶의 질을 풍성하게 하고 새로운 가치 창출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국립수산과학원 연구기획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