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가 침체한 상태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일자리는 감소하고 사회기반시설이 부족한 탓에 인구 역시 줄어드는 추세이다. 특히 청년층 인구가 대거 지역을 빠져나가면서, 젊은 사람을 찾기 힘든 도시가 되지 않을까 우려할 정도이다. 그동안 지방정부가 주력했던 방식은 대규모 개발사업을 추진하거나 외부 기업을 유치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외부의 힘에 의존해 지역경제를 발전시키려는 방식은 효과가 신통치 않을 뿐 아니라, 지역의 돈을 끌어모아 외부로 유출시키면서 지역경제를 갈수록 어렵게 만든다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지난 10월 11일 자 "연산동 이마트타운 문 열면 실업자 5000명" 기사는 지역사회 현안인 이마트타운 연산점 논란을 다뤘다. 어느 대학연구소가 수행한 연구결과를 인용하면서, 이마트타운 추진 측과 입점저지 비대위 측 양쪽 입장을 대비하고 있다. 대학연구소 측은 지역상인의 연간 매출이 1조 몇천억 가량 줄고 상인과 종업원을 포함해 실업자가 5000명 발생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비슷한 사례에 관한 세계적인 동향과도 일치한다. 사안의 중요성을 생각할 때, 대기업과 중소상공인들 간의 이해관계가 맞서는 구도로 설정해, 중립적인 지점을 찾으려는 것 자체가 무망한 일이다. 지난 시기 지역경제에 관한 논의는 대체로 외부의 힘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우세했다. 그러나 그러한 방식에 대한 회의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지역의 돈을 외부로 유출시키면서 지역경제를 더 어렵게 했다는 자각이 싹튼 것이다. 본사를 수도권에 둔 대기업이 지역사회를 지배하는 구조 아래에서는 지역에서 생산되는 부가가치의 많은 부분이 지역으로 귀속되지 못하고 지역 밖으로 유출되는 것을 보기 때문이다. 앞으로 후속 보도 등을 통해 시민들이 이마트타운 같은 사태를 냉철하게 들여다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특히 대기업에 치우쳐 각종 편법과 특혜 시비가 끊이지 않는 지역행정을 되돌아보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대기업으로 기울어진 지역경제 지형을 바로 잡는 것이야말로 경제의 재지역화이고 경제분권화를 앞당길 시발점이다.
10월 10일 자 "명성 되찾자고 '조방 앞' 차 없는 거리… 상인들 역효과 걱정"은 현재 동구 특화거리 조성사업이 처한 상황을 보도한 기사이다. 보행환경 개선을 통해 유동인구를 늘려 거리 활성화를 꾀하려는 구청 측과 지역 특성상 도로를 좁힌다 해서 사람들이 많이 찾아올지 불안해하는 상인들의 반발이 잘 드러난 기사이다. 작은 사진 5컷으로 곁들인 범일동 흥망성쇠는 지역상권의 변천을 이해할 수 있는 참고자료로 쓸만하다. 또 연관 기사인 "민관 1년여 협의한 차 없는 광복로는 성공사례"는 이해관계가 얽힌 상권에서는 지속적인 민관협력이 중요함을 보태고 있다. 문제는 보행자 중심의 도로 개선이라는 방향은 잘 잡았다 하더라도, 차 없는 거리 조성만으론 장소성 부활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이다. 지역경제 활성화는 여러 요인이 축적돼 이루어질 것이다. 중요한 것은 많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지역 공동의 부를 함께 만들어가는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역언론은 행정, 상인, 지역주민 모두가 번영할 수 있는 시스템 창조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10월 1일 자 "양산 원도심 첫 프리마켓 대박 터졌다"는 흥미로운 기사이다. 양산 원도심에서 처음 열린 프리마켓 행사에 많은 인파가 몰려와 원도심 상가 활성화 효과를 봤다는 것이다. 많은 시민이 몰린 것은 젊은 주부들이 주요 구성원인 온라인 단체가 주관했기 때문에 젊은 남편, 아이들, 가족들이 많이 찾았다고 한다. 지역상권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시민을 소비 대상으로만 볼 게 아니라, 적극적인 지역경제의 참여자로 볼 때가 되었다는 점이다.
그동안 지역발전에 관한 전통적인 관점은 지역에 외부 자금을 얼마나 끌어들이는가에 따라 발전 정도를 평가해 왔다. 그러나 지역이 제대로 발전되지 못하는 문제는 지역 내에 돈이 제대로 유입되지 못해서라기보다는 소비자, 공공기관, 기업 등 지역의 경제 주체들이 돈을 제대로 쓰지 못한 탓이 크다.
이제 지역경제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꿀 필요가 있다. 지방자치단체, 지역주민, 기업이 협력하고 참여하는 새로운 지역경제상을 그려나갈 필요가 있다.
다른경제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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