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생활주변과 산업현장에는 수많은 금속재료가 사용되고 있다. 가장 흔히 사용되는 금속은 철(Fe)이고, 결혼식에는 변치 않는 사랑의 징표로 금(Au)으로 만든 반지나 목걸이를 선물한다. 요즘 사람의 필수품인 휴대전화, 스마트폰에는 실리콘(Si·100% 금속이 아니라서 준금속이라고 함)이 필요하다. 비행기에는 비중이 아주 낮은 알루마늄(Al) 등이 사용된다. 이 중에서 가장 강한 소재인 텅스텐(W·중석)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텅스텐은 모든 금속 중에서 가장 무거워 예전부터 한자로는 무거운 돌이라는 뜻의 '중석(重石)'이라고 했다. 가장 높은 강도와 경도를 가지고 있어 군사 분야에서는 미사일과 탱크 등에 핵심소재로 사용된다. 이 때문에 고품질의 텅스텐이 생산되는 지역은 국가적으로 관리되고 그 산업도 대부분 국가에서 관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우수한 텅스텐 광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바로 강원도 영월의 상동광산이다.

상동광산에서 생산되는 텅스텐은 1960, 70년에 우리나라의 가장 핵심 수출품 중에 하나였으며, 이를 관리하던 회사가 대한중석광업이었다. 당시 이 회사는 현재의 삼성보다도 더 좋은 조건의 회사였다. 텅스텐은 요즘 휴대전화의 진동자(진동모드로 해 놓았을 때 진동을 일으키는 부품)나 반도체 전극 배선재료로 사용된다.

텅스텐은 녹는 점도 가장 높아(약 3422도) 인간이 현재 보유한 기술로는 이 금속을 녹여 용탕을 만들어 낼 수 없다. 이는 일반적인 금속제품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용융주조법을 절대 사용할 수 없다는 뜻이다.

금속은 땅에서 채취될 때 복합산화물, 수화물 형태로 광물(광석)을 얻은 후 수많은 정제 과정을 통해 순도를 높여 사용되듯이 텅스텐도 자연 상에서는 회중석 혹은 철망간중석이라는 광석의 형태로 얻어진다. 이를 수많은 공정을 통해 고순도의 텅스텐 분말(가루)을 얻는다. 그 이후 정말 놀라운 과정으로 텅스텐 제품을 만든다. 필자는 감히 신이 인간에게 텅스텐을 마음껏 쓸 수 있게 만든 놀라운 과정이라고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부분이다.

텅스텐의 활성소결(Activated Sintering)이라는 과정이다. 광물에서 얻은 텅스텐 분말에 아주 미량(0.4%)의 철계 금속인 니켈(Ni)이나 코발트(Co)을 첨가하면 1200∼1300도에서 텅스텐은 미스터리하게 원자들의 움직임, 즉 확산활동을 급격히 하여 마치 용융과정을 거치는 것과 같이 제품들을 쉽게 만들 수 있다. 1200∼1300도는 인간의 열처리기술로 쉽게 제어할 수 있다

놀라운 점은 0.4%의 정말 극미량의 첨가 원소의 영향으로 이런 현상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니까 99.6%는 텅스텐이고 손톱 끝만큼인 0.4% 니켈, 코발트 등을 첨가할 때 가능하다. 니켈이나 코발트를 첨가하지 않은 순수한 텅스텐 분말은 무려 2200∼2500도로 올려도 확산 현상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이 온도는 인간이 절대적으로 안정적으로 만들어 낼 수 없다.

금속재료를 30여 년간 배우고 연구하는 학자로서 이 현상을 매번 생각하면 정말 0.4%의 첨가원소는 어떤 역할을 하기에 텅스텐의 확산 움직임을 급격하게 변화시키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0.4%의 정밀한 제어만이 텅스텐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현상을 보면서 자연 상에는 이러한 미세한 영역에서의 변화가 최종 제품에 특성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을 수없이 보게 된다. 저자가 지난 6월 기고한 '모순의 다이아몬드'에서는 100% 탄소들이 결정구조 배치만의 변화로 아주 값싼 흑연도 되고 정말 수백 억의 다이아몬드도 될 수 있다고 하였다. 이는 첨가원소 없이 순수한 상태에서 원자들의 정밀한 배치만으로 최종 제품의 특성이 제어하는 것이다.

이 놀라운 정밀제어 현상은 살아 있는 생명체의 DNA에 의한 유전정보 전달과정과 지구의 중력현상이나 우주 탄생 영역으로 확대하면 아주 작은 영역에서의 정밀 제어가 결국 모든 피존물의 특성과 자연현상을 지배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미소영역에서 정밀제어가 실패하면 원하는 제품을 만들 수도 없고 때론 우리에게 엄청난 재앙을 가져올 수도 있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우리 사회도 모든 부분에서 정밀한 제어와 섬세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혼란과 혼동 속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요즘 시끄러운 우리 사회를 보면 섬세한 정밀제어의 중요성을 실감한다.

울산대 첨단소재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