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어느 밀림에 원시 부족민 10명이 창과 활을 이용해서 사냥으로 먹고산다. 그러던 어느 날 선교사가 그들에게 사냥개와 총 한 자루를 선물하고 떠난다. 총의 위력은 대단해 예전에 10명이 창과 활로 얻었던 것보다도 많은 사냥감을, 단지 2명이 사냥개와 총으로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이 부족사회에는 많은 변화가 생긴다. 2명이 수렵한 것을 8명이 놀면서 공평하게 나눠 가질 수도 있다. 아니면 2명은 수렵하고 나머지 8명은 원래 방식대로 그냥 창과 활로 사냥을 계속할 수도 있다. 또 다른 경우 사냥개와 총을 가진 사람 이외에는 경쟁력을 잃어서 사냥도 못 하고 나눠 갖지도 못할 수도 있다. 이런 변화된 상황에서 우리가 의사결정권자라면 어떻게 하는 것이 현명한가?

이는 경제학자인 폴 제인 필저 박사의 설정을 각색한 것으로 요즘의 현실에 비출 수 있다. 선교사의 사냥개와 총은 바로 생산성 향상과 사회 발전이다. 우리 사회는 생산성 향상과 눈부신 경제 성장으로 편리해지고 윤택해졌지만, 많은 사람은 일자리가 없어 괴로워하고 있다.

2016년 9월 대한민국 실업률은 11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실업률은 곧 구매력 저하로 이어진다. 구매력 저하는 기업의 매출, 수익에 영향을 준다. 기업은 다시 원가절감을 위한 구조조정에 돌입하고, 국가 세수는 하락한다. 대공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상호 이익을 추구하는 '넌제로섬(Nonzero-sum)' 사고방식이다.

'넌제로섬'은 어떻게 게임을 하느냐에 따라 파이가 커져서 전체적으로 이익을 얻을 수도 있고 쌍방 손실이 되어 파이가 작아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말한다. '제로섬'은 한정된 파이를 서로 경쟁하며 나누는 정합게임이다.

'넌제로'의 저자 로버트 라이트는 인류는 넌제로섬 원리에 따라 쌍방이 이익을 얻으며 발전하는 쪽으로 역사가 흘러왔다고 한다. 중간중간 이에 역행하는 것처럼 보이는 일이 일어났지만, 큰 틀에서는 변함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의 역행은 예전의 것과는 사뭇 다르다. 국내외적으로 인구 위기, 실업률, 지구 온난화, 핵 위기 등이 지구 전체의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의사결정권자라면 전체 시스템을 이해하고 누구에게도 치우치지 않으면서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공동의 삶을 지배할 원칙을 채택해야 한다. 따라서 나는 2명에 속할 수도 있고 8명에 속할 수도 있다는 가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우리는 주어진 판에서 사냥감만을 가지고 어떻게 할지 하는 고민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개척하여 또 다른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최선이다.

새로운 분야인 농작물 생산도 생각할 수 있다. 몇 명은 도로를 정비해 건축물을 짓고 총보다 더 발전된 과학 기술을 연구하는 데 전념하게 할 수도 있다. 선교사의 총과 사냥개가 선물이 되기 위해서는 사회 전체 삶의 질이 그 전보다 높아져야 하기 때문이다. 국가와 기득권 측에서는 진정성과 대안을 가지고 새로운 분야를 발굴·지원하는 등 사회 전체가 시스템으로 움직여서 사람들의 가슴에 열정과 도전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찰스 다윈은 언제든지 서로 돕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는 개체가 많은 종이 다른 모든 종을 누르고 승리를 차지할 것이라고 했다. 그것이 자연의 선택이다. 싸우고 경쟁해 무엇을 얻겠다는 것보다 협력을 통해 새로운 것을 만들겠다는 '넌제로섬'의 생각이 더 많은 가치를 가져온다.

유발 하라리 박사는 그의 저서 '사피엔스' 에서 인류는 7만~3만 년 전에 출현한 새로운 사고방식과 의사소통방식으로 서로 돕고 협력하는 인지혁명이 있었다고 한다. 이것은 '넌제로섬'의 출발이다.

최근 경영의 화두가 된 상생경영, 공유가치 창출, 윤리경영, 지속가능경영, 사회적 책임 등은 자본주의가 추구해야 할 상호이익의 '넌제로섬' 원리라고 본다.

그런데도 현대 사회의 많은 조직과 개인은 이기심의 극대화로 서로 뺏고 뺏기기만 하는 '제로섬'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때로는 제로섬의 상황을 피할 수 없는 경우도 있고 손실이 예상되더라도 정의를 위해서라면 싸워야 하는 경우도 있다. 다만, 인간의 사고 자체를 이기심을 조장하여 제로섬이나 상호 손실의 결과를 가져오는 시스템 구조도 문제다.

만약 타인을 이롭게 해야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이라면 자신과 전체의 이익을 높이는 '넌제로섬' 행동양식을 따르려 노력할 것이다.

성공은 개인적 성취와 타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기여를 포함한 사회적 가치 창출의 총합이라고 정의해 보자. 우리가 조금이라도 이타적인 방향으로 전환한다면 우리 삶은 더 큰 성공과 풍요로움으로 가득 찰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넌제로섬' 시스템이 필요하다.

(주)경성리츠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