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수많은 시민이 전국에서 광화문으로 집결했다. 각종 매체는 일제히 세계에 유례를 찾기 힘든 평화 집회였다고 보도했다. 새롭게 광장 문화를 기록한 역사적 현장이라고도 했다.
그런데 주말 내내 관련 소식을 접하면서 엉뚱하게도 광화문, 서면 등 전국 각지에 모인 시민의 인원수에 대한 의문이 강하게 들었다. 왜냐하면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주최 측은 100만 명이라고 하고, 경찰은 26만 명이라고 하니 차이가 나도 너무 났기 때문이다. 면적당 인원수로 축소하고픈 경찰 당국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육안으로도 금방 티가 나는 통계를 발표하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과학 수사를 지향하는 대한민국 경찰이라면 다소 정확성이 떨어지더라도 광화문 인근의 스마트폰 신호를 추적하거나 이미 보도된 바 있는 지하철역 승객수를 산출하는 등 조금이라도 과학적 방법을 적용해 통계를 발표했다면 숫자의 오류를 최소화하면서 국민의 경찰로서 신뢰를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공교롭게도 광화문 집회 전날 대한민국 행정 전산화를 주도했던 한국정보화진흥원(NIA)가 개최한 빅데이터 분석 기반의 미래 전략 수립을 위한 심포지엄에 참석했다. 여기서 전문가들은 새로운 우리 사회는 빅데이터, 네트워크, 모바일, 스마트폰 등으로 구성되는 디지털 공간에 의해 그 향방이 좌우되고, ICT 기반의 융합을 강조하는 지능정보사회는 인공 지능과 스마트폼(스마트폰+플랫폼)이 선도할 것이며, 21세기 민주주의는 전통적인 대의민주주의와 참여와 직접 민주주의의 정체가 융합된 헤테라키(Heterachy·융합) 민주주의를 지향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공정, 책임, 공익, 연대, 소통, 공감, 참여, 투명의 8개 요소로 구성되는 헤테라키 민주주의는 바로 주권자인 국민이 정책을 공급하고 응답하며 소비하는 프로슈머(Prosumer)와 프로유저(Prouser)가 된다는 데에 개인적으로 공감이 갔다. 특히 헤테라키 민주주의는 빅데이터 시대가 지향한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빅데이터는 이미 비즈니스 측면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주권자인 국민(시민)이 느낄 정도로 정책 결정 과정에서 빅데이터가 적용되는 사례는 많지 않다. 그런데도 이번 심포지엄에서 부산시가 2001년부터 운영해 오고 있는 시민 참여 정책 제안마당 '부산시에 바란다'가 빅데이터 사회가 지향하는 민주주의, 즉 헤테라키 민주주의의 대표 사례로 선정되어 놀라웠다.
15년 이상 수집된 빅데이터를 분석하였으며, 그 결과 교통 관련 정책 제안이 가장 많이 나왔고, 도시 개선 문제가 그 뒤를 이었다. 이를 근거로 부산시에서는 시민의 정책 제안에 응답해 '교통 종합대책 시민 대토론회'를 개최하고, 또한 교통정보서비스센터를 개관해 도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해 오고 있다.
전문가에 따르면 이는 장기적으로 시민의 정책 제안과 빅데이터에서 도출된 지방 정부의 쌍방향적인 교호성이 참여와 대의가 융합된 헤테라키 민주주의로의 발전 전망을 밝게 한다고 한다.
그 밖에도 부산시에서는 빅데이터와 관련된 사업이 많이 진행되고 있다. 가령 센텀 지역을 사람과 사람, 사람과 물건, 물건과 물건끼리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사물 인터넷(IoT) 공간으로 구축해 스마트 시티로 건설하는 시범 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스마트 시티는 실시간으로 수집되는 데이터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더구나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가 지속적으로 축적된 빅데이터와 그 분석 역량이 스마트 시티 구축의 성공 열쇠라고 할 수 있다. 부산시가 명실공히 스마트 시티로서 선도하기 위해서는 빅데이터를 기본으로 해당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서비스에 대한 완성도를 제고해 나가야 할 것이다.
2016년 최대 이슈는 단연 알파고로 대표되는 인공 지능이라고 할 수 있다. 바야흐로 인공 지능은 피할 수 없는 대세 기술이다. 바로 이 인공 지능을 구성하는 요소 중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데이터이며, 특히 학습된 빅데이터라고 할 수 있다.
ICT 기반 융합의 근간인 빅데이터가 집회 참석 인원수, 정책 결정, 인공 지능 등 우리 사회를 예측 가능하게 하고, 아울러 우리의 일상에 소통의 헤테라키 민주주의를 정착시킬 동력이 될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
KISTI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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