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는 1년에 단 17일 출석하고도 고교 졸업장을 받았다. 그러면서 "잠 자느라 학교에 안 왔다. 나는 갈 대학이 이미 정해져 있다"고 공공연하게 친구들에게 말했다고 한다. 그가 말한 그 대학은 엉뚱한 수험생에게 실기에서 낙제점을 주어 떨어뜨리고, 정 씨에게는 최고점을 주어 턱걸이로 합격시켰다.
체육특기자제도가 만들어진 건 박정희 전 대통령 재임기인 1972년 11월이다. 당시 제정된 교육법 시행령은 체육특기자가 입학시험 성적과 무관하게 고등학교, 대학교에 진학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1990년대 초반부터 체육특기자의 학력 저하와 은퇴 후 사회 부적응 등이 문제점으로 주목받았고, 제도를 악용한 입시 부정 사례도 지속적으로 적발됐다. 이에 따라 2000학년도 대학 입시 때부터 체육특기자가 대학의 체육계열학과에 지원하도록 하고, 재학 중 다른 계열 학과로의 전과를 금지했다. 그러나 정유라의 사례에서 드러난 것처럼, 체육특기자 통로를 활용한 부정은 여전하다.

옛날부터 가정형편이 좀 나은 집 자녀가 전략적으로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 포함되는 데도 국내에 학생 선수가 많지 않은 종목에 집중해 체육특기자 전형으로 입학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런 현상이 우리나라에만 나타나는 건 아니다. '왜 학벌은 세습되는가?'의 저자 대니얼 골든은 미국 아이비리그 등 명문대가 이와 같은 '귀족스포츠' 체육특기자를 대거 선발함으로써 이 제도를 사실상 특권층 자녀의 입학 경로로 활용하고 있음을 꼬집었다. 그에 따르면 많은 대학이 요트, 조정 등 귀족 스포츠팀을 만들었다. 이화여대가 정 씨가 입학한 2015학년도부터 승마를 체육특기자 종목에 추가한 데 대해 뒷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입학 후'를 보면 미국 대학은 우리나라 대학과 다르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선수인 미셸 위는 2005년 프로에 입문해 선수 생활을 하다가 2007년 미 서부의 명문 스탠퍼드대에 진학했다.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한 미셸 위의 평균 학점은 3.4였다. 2012년 6월 졸업한 미셸 위의 재학 중 골프 성적은 최악이었다. 역시 스탠퍼드대에 다녔던 타이거 우즈는 2학년 때 프로가 되면서 학업을 중단했다. 미국에서 프로 생활과 공부를 병행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사례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학은 프로골프 선수들이 학교 홍보에 도움이 된다는 명목으로 입학시키고 있으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상위권 선수 대부분이 우리나라 명문대에 재학 중이다. 2014년에는 외국인인 리디아 고 선수가 재외국민 전형으로 고려대학교에 입학하는 일까지 있었다. 1년의 대부분을 해외에서 투어 생활을 하는 선수들이 수업을 어떻게 들을 것이며, 이에 대한 학사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의문이다. 물론 최선을 다해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는 대다수 학생 선수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단순히 그 수가 적다고 그냥 지나갈 사안은 아니다.

이처럼 체육특기자제도를 악용하려는 시도를 막으려면 선발 과정에서 체육 '특기'를 인정하더라도, 입학 이후에는 학생으로서 본분을 다하도록 엄정하게 학사를 관리해야 한다. 또한, 우수 엘리트 선수라 하더라도 중·고등학생 때부터 최소한의 학습능력을 갖추도록 관리해야 할 것이다. 페어플레이를 모토로 하는 스포츠계에서 더는 이런 공정하지 못한 일이 없도록 선수 윤리 규정 강화가 절실하다.

부산외대 교수·BNK프로골프단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