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승마에 대한 이미지가 매우 추락했다. 내가 예전에 승마를 하면서 처음 만나는 사람으로부터 맨 먼저 들었던 질문이 "말 비싸죠?"였다면 요즘은 "송 감독님 말은 얼마짜리예요?"로 변했다. 사실 모두 돈에 관한 질문이지만, 질문을 받는 내가 느끼기에는 이 질문이 질적으로 매우 나빠진 것 같다. 전자는 '승마는 재력과 얼마나 상관이 있느냐'에 대한 질문이기 때문에 나는 "절대 그것이 아니다"라고 대답할 여지가 생기지만, 후자의 질문은 노골적으로 '승마는 곧 돈'으로 함축되었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돈만 있으면 된다는 이미지, 비싼 스포츠라는 이미지가 더욱 확고해졌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편파 판정, 탈세의 수단, 권력층의 스포츠라는 이미지까지 자리 잡았으니 숟가락 하나 들고 자수성가한 나로서는 매우 속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내가 하려는 얘기는 결코 정치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설령 정치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할지언정 이미 승마가 받은 타격은 실로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 승마는 그런 스포츠가 아니라고 이 작은 공간에서 내 나름의 의견을 말하고자 한다.

여러분이 연말이면 어김없이 TV에서 보는 연예인 대상의 시상식에서 상을 받은 연예인이 하는 말 가운데 가장 지루하게 느껴지는 이야기지만 그렇더라도 모든 연예인이 빠트리지 않고 꼭 하는 얘기가 있다. 어떤 감독님, 어떤 PD님을 포함해 많은 분께 감사하다는 그런 말. 여러분이 환호하는 연예인이라는 일종의 히트친 문화상품을 만들기까지 뒤에는 정말 많은 사람의 노력이 있었다는 것의 방증이다. 나는 연예인은 아니지만 이 느낌을 잘 알고 있다. 사실 내가 금메달을 땄을 때, 나도 감사하다고 이름을 부르고 싶었던 사람이 정말 많았다. 그렇지만 난 가장 먼저 고마운 사람이 있었다. 바로 나 스스로다.

너무나도 많은 이야기가 있고 너무나도 복잡한 상황들이 있었지만, TV에서는 그런 나의 울화, 노력 그리고 보람까지 모두 '값진'이라는 하나의 단어로 표현되었다. 그런데 정말로 값졌다. 나 스스로 견뎌야 했던 울화가 치밀어 오르는 순간, 시합이 안 풀려서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던 순간, 조금씩 말과 함께하는 느낌을 찾아가서 너무 기뻤던 순간, 말이 아파서 밤을 꼬박 새웠던 순간, 그리고 하나의 목표를 위해 새벽 5시에 내 침대에 있던 전기담요를 가지고 가서 말의 등에 덮어주었던 순간까지. 남들이 너무 오버하는 것 아니냐고 웃었던 순간들까지 모두 값졌다.

승마는 절대 특별한 스포츠가 아니다. 김연아 선수는 얼음판 위에서, 박태환 선수는 물속에서 날마다 고생하듯, 우리는 마방에서 매일 힘겹게 보낸다. 다른 스포츠 분야처럼. 승마 선수 중에는 부자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선수도 허다하다. 다른 스포츠 분야처럼. 편파 판정의 논란도 생기고 있지만, 대부분의 시합은 매우 공정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 역시 다른 스포츠 분야처럼. 다만 말값이 비싸기에, 승마 꿈나무들을 위해서 진심 어린 공기업과 사기업의 투자와 지원이 필요할 뿐이다. 다른 스포츠 분야처럼. 다만 말이라는 특수한 존재가 있을 뿐.

승마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런 스포츠가 아니다. 다른 스포츠처럼 똑같이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과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고,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치열한 경쟁 속에 살아남아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께서 승마를 제발 '그런 스포츠'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승마국가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