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는 12월에 접어들면서 감기(Common cold)에 걸린 사람을 자주 접하게 된다. 독감(Influenza)과 달리 감기는 대수롭지 않은 가벼운 병이지만, 감기에 안 걸려 본 사람이 없을 만큼 끊임없이 사람들을 괴롭혀온 질병이다.
감기는 많은 바이러스와 일부 세균에 의해서 발생하는데, 감기의 30~50%는 주로 리노 바이러스(rhino virus)로 인해 일어난다. 여기에서 'rhino'란 '코'나 '단단한 코'를 의미한다. 리노 바이러스는 호흡기의 상피세포에 부착하면서 감염되며, 주변의 다른 세포들까지 감염시킨다. 결국 감염된 세포들은 떨어져 나가고, 조직손상으로 인해 염증성 매개물질이 방출된다.
그 결과 코에서 분비물이 증가하고, 재채기가 나며, 점막이 부풀어 오른다. 이러한 코점막의 부풀어 오름은 부분적으로 혹은 완전히 공기 통로를 막아 답답하게 만든다. 코에서 나오는 분비물은 초기에 묽고 양이 많으며 2~3일 후에는 진해지면서 점점 탁해진다.
리노 바이러스는 종류만 해도 100여 가지의 서로 다른 형태가 있어서 사람들은 감기에 자주 걸리고, 감기가 다 나았어도 또다시 감기에 걸리게 되는 것이다. 사람을 숙주로 하는 리노 바이러스는 사람과 침팬지에게 병원성을 나타내며, 잠복기는 보통 1~2일이다. 그리고 사람의 체온보다 낮은 33도와 신체조직의 알칼리 pH보다 낮은 약산성의 pH에서 잘 자란다. 하지만 pH 5.3 이하에서는 불안정하기 때문에 사람의 위에서는 대부분 파괴된다.
일반적으로 감염된 사람과의 밀접한 접촉을 하면 리노 바이러스가 전파된다. 감기에 심하게 걸린 초기 감기 환자는 증상이 가볍거나 감기 후반기에 접어든 사람보다 감기를 더 잘 전파시킨다고 한다. 감기에 걸려 초기 2, 3일 동안에는 감염된 사람의 코 분비물과 손에서 많은 수의 바이러스가 발견된다. 그리고 4, 5일이 지나면 바이러스는 거의 발견되지 않을 정도로 줄어들지만, 소수의 바이러스가 2주 동안 존재하는 경우도 있다. 보통 성인들은 바이러스 입자를 포함하고 있는 비말(기침이나 재채기, 또는 말을 할 때 튀어나오는 작은 침방울)을 흡입함으로써 감기에 걸린다. 무의식적으로 바이러스가 포함된 분비물이 묻은 손으로 코나 눈을 문지르면 감기 전파가 일어날 수도 있다. 눈으로 들어간 바이러스는 눈물길을 통하여 신속히 코안으로 전달된다.
감기의 증상은 잘 치료하면 일주일 이내에 사라지고, 치료하지 않고 그대로 놔두면 일주일 후에 대부분 없어진다. 이런 이유로 바이러스 확인 검사는 잘 시행하지 않는다. 간염이나 독감과는 달리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수없이 많고 다양하므로 아직까지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이 없다. 치료법으로는 바이러스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나타나는 감기 증상을 완화시키는 것 외에 특별한 방법이 없다.
겨울철에 감기발생이 증가하지만, 추위가 직접 감기 발생을 증가시키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예를 들면, 기온이 낮은 지역에서 특별히 감기 발생 빈도가 높지 않다. 그리고 리노 바이러스에 의한 감기는 봄과 가을에 환자가 급증한다. 이는 추운 날씨에 의해 몸의 저항력이 감소하고, 건조한 날씨로 점막이 손상되는 것이 원인으로 여겨진다. 또한 겨울철에는 주로 실내에서 생활하므로 감기에 걸린 사람과 접촉의 기회가 많아진 것도 원인일 것이다. 따라서 차가운 날씨에 노출되는 것과 감기 발병 사이에는 큰 연관성이 없다고 생각한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감정적인 스트레스가 감기에 걸릴 확률을 두 배로 높여준다고 한다.
면역력이 낮은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실험대상 절반 이하의 사람들만이 감기에 걸렸다. 반면 어린아이들은 콧물 등 호흡기 분비물을 주의 깊게 관리하지 못하기 때문에 감기를 아주 빠르게 전파시켰다. 단순히 물에 손을 씻는 것만으로도 리노 바이러스는 제거되므로 리노 바이러스 전파예방은 손을 자주 깨끗하게 씻는 것과 손으로 눈이나 코, 입을 만지지 않는 것으로 충분하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피해야 하며, 특히 초기 감기 증상을 보이는 사람을 피해야 한다. 기침할 때는 손으로 가리지 말고 머리를 아래로 숙여서 바닥을 향하도록 한다. 감기는 호흡기를 통하여 감염되므로 전염력이 매우 강하다고 알려졌지만, 위와 같은 합리적인 주의만 잘 기울이면 높은 전염력을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인제대 문리과대학 교양학부 교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