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노력해도 결과가 좋지 않다' '이유 없이 자꾸 아프다' '아무래도 이 길은 내 길이 아닌 것 같다'. 혹시 여러분의 마음속에서 이런 목소리가 들리는가?

인생의 한순간, 우리는 하던 일을 그만두어야 할지 고민하는 시기를 만나게 된다. 그만두어야 하는 시점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다. 회사를 그만두거나, 가게를 그만두거나, 하던 공부를 그만두어야 하는 여러 가지 상황에서, 사소하지만 지금 이 순간 갈등하는 누군가에게 작은 동아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시작한다.

첫째, 잘했던 기억이 남아 있을 때 그만두자. 프로야구 팀의 간판 에이스도 1년 내내 완벽한 투구를 할 수는 없다. 초반부터 제구력이 흔들리고 실점이 많아질 때 노련한 감독은 즉시 교체를 해준다. 에이스에겐 자신감이 중요하기 때문에 자신감을 떨어트리는 패배의 기억이 쌓이지 않도록 감독이 베푸는 배려이자 전략이다. 우리도 어떤 일에서 모든 정(情)이 떨어지기 전에, 좋은 기억이 남아 있을 때 그만두는 결단이 필요하다. 모든 에너지가 소진되고 타의에 의해 그만두게 되면 다시 그 일을 하기가 쉽지 않다.

둘째, 이유 없이 아픈 곳이 많아질 때 그만두자. 특히 병원 치료에 잘 낫지 않고 두통, 소화불량(팽만감) 등의 신경성 질환이 장기화될 때는 그만둘 시점이 임박했다는 뜻이다. 강인한 정신력을 가진 사람들은 의지만 있으면 모든 상황을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의 무의식은 때로는 몸의 주인보다 더 정확한 판단을 내리고 병(病)이라는 신호를 보내준다. 무의식의 판단이 때로는 우리의 이성보다 정확한 경우가 많다. 이런 병들이 찾아오면 우리는 본능적으로 '이 병이 나에게 왜 왔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지금 상황에서 일단 멈추고 스스로 생각해보라는 무의식의 신호인 셈이다. 이 신호를 무시하면 더 큰 신호를 보내기 마련이니 무의식과 직감의 신호를 흘려보내지 말자.

셋째, 체력이 남아 있을 때 그만두자. 내가 정말 원하는 일이 있다면, 체력이 있을 때 그만두는 것이 중요하다. 조금 더 버티다가는 하고 싶은 일도 못 할 정도로 완전히 고갈될지 모른다. 하고 싶은 일을 억누르고 버티다 보면 체력이 소진된다. 억누르는 일에 쓰고 있는 에너지를 하고 싶은 일에 투자해야 하루가 더 즐겁고, 하루가 더 즐거워야 인생이 행복해진다. 인생에 대한 평가는 하루하루의 조합인데, 하루가 불행하면서 인생이 행복하다고 자평(自評)할 수 있을까?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 영국의 극작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의 묘비명이다. 우물쭈물하지 말고 마음에서 진정으로 우러나오는 직관을 따르라는 말이기도 하다. 우리는 태어날 때 받은 소명을 외면하고 있을 때 힘이 들고 에너지가 소비된다. 내가 하고 싶은 일, 가장 잘하는 일을 할 때는 힘이 들지 않고 힘이 들어오는 느낌이 든다. '그만두고 싶다'는 마음속의 메시지는 우리가 소명(召命)을 외면하고 있을 때 받는 메시지다.

그만두는 것도 능력이다. 스스로 그만둘 수 있을 때 그만두지 못하다가 강제로 그만두는 경우를 주변에서 흔히 본다. 그만두는 것은 절대 부끄러운 일도 인생의 패배도 아니다.

남들과 똑같은 길을 걷고 있을 때 우리는 군중 속에 있는 안도감을 느낀다. 하지만 불안하지 않다고 즐거운 것은 아니다. 불안하지 않으려고 즐거움을 포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성공적인 그만두기'가 때로는 '화려한 시작'보다 훨씬 중요할 수도 있다. 우리 살아지지 말고(lived), 살자(live).

공감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