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을 담당하면서 많은 음식점 종사자를 만난다. 이들이 밝히는 경영의 어려움 중 하나로 예약부도를 꼽는다. '노쇼(No Show)'로도 불리는 예약부도는 항공편이나 호텔, 음식점 등을 예약한 사람이 어떠한 사전 고지 없이 약속한 장소와 시간에 나타나지 않는 것을 말한다. 평소에도 골치이지만 연말연시인 이맘때 가장 기승을 부린다. 많은 사람이 이용하기를 원하는 장소와 시간이 겹치기 때문이다.

예약 행위는 정해진 시간에 그 장소에 가겠다는 가장 기본적인 약속이다. 혹여 지키지 못하게 될 상황이 생겼다면 간단하게 전화 한 통으로 취소하면 된다. 그런데 귀찮아서인지, 다른 사람에게 안 좋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 부담돼서인지 취소 전화를 하는 사람이 드물다. 미안한 감정을 느낀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같은 상황이 왔을 때 적어도 개선의 여지는 있기 때문이다. 제일 나쁜 경우는 '내가 가지 않아도 다른 손님을 받으면 될 테니'라며 무신경하게 구는 태도다.

고급 일식당 A 대표는 "주말 저녁 시간이었다. 예약인원이 12명이라 가장 큰 방을 비워 놓고 기다렸는데 당일 2시간 전에 갑자기 취소 전화를 받았다. 그래도 취소 전화라도 주신 거에 대해서는 감사하다"고 말했다. 전화를 아예 안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정말 화가 나고 기운이 쭉 빠지는 건 예약시간을 넘겨 오지 않는 예약자와 어렵게 통화가 되었는데 "아, 못 가게 됐는데 전화하는 걸 깜박했네요"라는 대답이 돌아올 때다. 예약시간 10분이 지나서 아무 연락이 없어 예약 없이 온 손님을 앉혔더니 30분이나 지나서 도착하고선 되레 강력하게 항의하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그는 "요즘에도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 그래서 예약 이틀 전에 확인 전화를 하고 당일에도 전화를 드려서 예약부도율을 낮추려고 노력 중"이라고 했다.

음식은 상하면 버려야 하는 재료를 가지고 하는 일이다. 예약 손님의 경우, 메뉴를 정해놓았다면 그것에 맞게 평소와는 다른 재료 준비를 한다. 그런데 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마련해 놓은 재료를 소진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그 준비를 하느라 정작 다른 손님은 받지도 못하니 이중으로 손해를 봐야하는 셈이다.

A 대표는 "일본 내 고급 식당 중에는 한국 사람이 직접 전화로 예약하면 받아주지 않는 곳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한국인이 묵는 호텔의 컨시어지를 통해 예약하면 받아준다더라"고 들은 얘기를 전했다. 호텔에 투숙할 때는 투숙자의 신용카드로 보증금을 미리 결제해 놓았다가 체크아웃 때 호텔비를 결제하면 보증금이 저절로 취소된다. 고객이 예약부도를 내면 음식점은 호텔을 통해 신용카드 정보를 알 수 있으니 취소 위약금을 청구하는 방식인 듯했다. 방식은 차치하고라도 한국인에 붙은 예약부도의 꼬리표가 민망하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B 대표는 대안으로 예약금을 꼽았다. 자신의 가게에는 예약부도가 거의 없다며 그 비결은 예약금이라고 했다. "크리스마스 메뉴를 1인당 8만 원으로 해 2인으로 묶어 판매하면서 한 팀에 예약금을 5만 원씩 입금받는다. 예약부도를 내면 돌려드리긴 하지만 노쇼를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대안일 뿐이다.

연말이니 평소보다는 약속이 늘어나는 시기다.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상식이 통하기를 바라는 게 무리인가 생각해보게 된다.

스포츠레저부 차장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