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무슨 일을 해도 힘이 나지 않고 또 해봤자 뭐하나 그런 생각이 들면서 맥이 풀리고 자괴감에 빠져들 때가 많다. 늘 비슷한 내용의 뉴스를 대하며 분개하는 일을 매일같이 되풀이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불과 며칠 전 문득 손 놓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바라보고만 있기에는 너무 오랜 시간을 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비롯해 모두가 이러고 있는 동안 어느새 2016년의 마지막 달이 되어 버렸고 그마저도 며칠 남지 않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누구를 탓하기 이전에 과연 나 자신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지난 몇 달 동안 숨 가쁘게 진행된 일련의 사태 속에서 체육계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은 게 사실이다. 종목과 상관없이 어릴 때 선수의 길에 접어들어 참으로 열심히 살고 최선을 다하며 각자가 설정한 선수로서의 꿈과 희망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들이 크나큰 실망감과 좌절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체육계의 물을 흐린 몇 안 되는 그런 사람들 때문에 체육계 전체가 좌절에 빠져서는 안 될 일이다.

또 순수하게 열정을 불사르고 태극마크의 소중함을 아끼는 선수들이 이번 일로 자괴감을 느끼게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빨리 나를 추스르고 선수들에게 예전의 순수한 열정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지도자로서 나부터 무게중심을 잡고 달라져야겠다고 생각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한국탁구를 다시 한번 뒤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한국 탁구는 유망주가 나타나는 등 희망적인 일이 여럿 있었다. 그러나 탁구계 전체가 반성과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할 일도 있었다. 지난 8월 열린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탁구는 노메달의 불명예를 안았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처음으로 4개의 메달을 수확한 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4개, 1996년 애틀랜타 2개, 2000년 시드니 1개, 2004년 아테네 3개, 2008년 베이징 2개, 2013년 런던 1개 등 메달의 색은 달랐지만 7번의 올림픽을 거치며 이어온 메달 기록이 올해 끊어진 것이다.

이유는 여러 가지로 들 수 있다. 주니어 선수를 육성하는 데 실패한 것과 지난 10여 년간 귀화 선수들에 지나치게 의존해온 때문에 한국탁구가 위기를 맞게 됐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게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한국탁구가 언제는 넘치는 인재에 힘입어 금메달을 따고 세계정상에 서 있었던가? 한정된 인재와 지원 속에서도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이루려고 노력하는 열정이 한국탁구를 지금까지 끌고 왔던 게 아니었던가?

한국탁구는 한 해가 저물어가는 시점에서 지나온 1년을 차분하게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철저한 반성과 고민이 바탕이 돼야 다가오는 새해에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어수선한 세상을 바라보며 남 탓을 하기에는 한국탁구가 지금껏 걸어온 치열한 여정이 아깝지 않은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전체로 눈을 넓혀보아도 그렇다. 지금 우리나라의 위기는 분명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우리 국민은 현명하고 인내심이 많으며 위기관리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언제나 위기에 직면할수록 더 빛을 발했던 국민성을 믿으면서 과거의 잘못을 딛고 새로운 도약, 새로운 비상을 꿈꾸어야 한다. 앞으로의 발전과 희망으로 가득 찬 그런 2017년을 맞이하기 위해 모두 일상에서 자신의 본분에 최선을 다했으면 한다.

그리고 이 땅의 국민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싶다. 대한민국 파이팅이라고.

한국 마사회 탁구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