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중앙대로의 제한속도를 시속 60㎞에서 50㎞ 낮추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중앙대로의 제한속도 하향은 부산 전체 도로망에 어떤 식으로든 변화를 줄 것이 분명하다. 또 이런 조처는 중앙대로 외 다른 도심 간선도로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차량 속도를 줄여 대형사고와 사망자를 줄이자는 부산시와 부산경찰청의 취지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사고에 영향을 끼치는 다른 요소에 대한 분석 없이 무작정 제한속도부터 줄이고 보자는 생각은 문제가 있다.

앞서 부산시 주요 간선도로의 제한속도는 2010년 4월을 전후해 잇따라 하향했다. 중앙도로의 제한속도도 당시 시속 70㎞에서 60㎞로 줄였다. 하지만 부산경찰청의 교통사고 통계를 보면 2009년 1만4278건이던 부산 지역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제한속도가 줄어든 2010년 1만4052건으로 소폭 줄었다. 2011년에는 1만4061건, 2012년에는 1만4909건으로 오히려 늘었다. 교통사고 사망자 수도 제한속도를 줄이기 전과 비교해 크게 차이가 없다.

여론 수렴 과정도 석연치가 않다. 경찰은 지난 5일부터 이달 말까지 시민 4000명을 대상으로 제한속도 하향에 대한 설문조사를 시행한 후에 이를 최종 결정에 반영하겠다고 발표했다. 설문은 경찰서, 지역 운전면허시험장 등을 찾는 시민을 대상으로 한다. 대부분 실제 운전을 하는 시민이 답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 설문 결과가 전체 시민 의견을 대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본지 인터넷 홈페이지에서도 이달 초부터 중앙도로의 제한속도를 줄이는 계획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설문에 달린 댓글은 모두 제한속도 하향에 부정적인 의견이었다. 시민들은 댓글을 통해 출퇴근 시간에는 어차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제한속도를 낮췄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개개인의 이동시간 증가에 따른 시간 손실, 경제적 손실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의 지적처럼 제한속도 하향이 교통체증을 증가시키는 등 부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크다. 별다른 효과 없이 시설물 변경, 차량 이동시간 증가 등에 따른 사회적 비용 지출만 일으킬 수도 있다. 전문가들도 교통사고는 사고의 특성상 도로별 상황 등 복합적인 요소가 제대로 분석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특히 도로구조가 복잡한 부산은 더욱 그렇다. 하지만 아직도 부산지역 교통사고에 대해 심층적인 분석은 이루어진 적이 없다.

서두를 필요는 없다. 시민 의견을 좀 더 골고루 수용하고 교통사고 발생의 원인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분석한 이후에 정책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도 늦지 않다.

기획탐사팀 kiyur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