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적인 운동을 하면 체력과 면역력이 좋아진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이 외에도 최근에는 운동이 뇌 기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여러 연구와 대중매체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현재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학교수업뿐만 아니라 정규수업이 끝난 뒤에는 한층 강도 높은 사교육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현상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에 따라 가정마다 경제적 부담이 커질 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은 지나친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육체적 활동이 적어지면서 비만율 증가, 체력과 의욕 저하, 조기 대사성 질환 발병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일은 세계 최고라고 할 우리나라의 높은 교육열이 큰 원인으로 작용한다.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의 학습능력을 더 높일 수 있을까?' 하는 점은 모든 부모의 바람이자 풀어야 할 숙제로 여겨진다. 필자는 청소년의 건강과 학습, 이 두 가지를 한 번에 해결할 방안으로 '규칙적인 운동'을 제시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운동으로 학습능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인가?'란 의문이 생긴다. 결론적으로 말해 운동은 뇌로 가는 혈류량을 증가시키고 신경세포를 생성해서 학습능력을 증가시킨다. 성장기 학생들에게 규칙적인 운동은 키 성장이나 체력의 향상뿐만 아니라 뇌 기능을 활성화해 학습능력을 높이기에 그 중요성이 배가된다.

운동과 학습능력의 상관관계는 연구 결과로 뒷받침된다. 신체적으로 건강한 학생들이 그렇지 못한 학생들보다 학업성적이 우수하다는 하버드대학 연구 결과가 있다. 미국 일리노이 주 네이퍼빌 센터럴고등학교와 우리나라 민족사관고등학교에서도 0교시 체육 활동 즉, 정규수업시간 전에 30분 이상의 운동이 학습능력과 체력을 높인 사례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이유로 학업능력이 향상되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뇌에는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란 곳이 있는데 이곳은 정보의 저장을 담당하며 정보를 저장하기 위해 많은 신경세포가 필요하다. 즉 운동은 이러한 신경세포의 퇴화를 막고 새로운 신경세포를 생성하는 데 도움을 주는 물질을 많이 생성해서 결과적으로 기억력 등 학습능력이 향상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판단이나 창의력을 관장하는 전두엽을 활성화한다. 이 밖에도 안정적 느낌을 주는 세레토닌, 동기부여 및 행동조절에 관여하는 도파민 등의 호르몬을 분비시켜 결과적으로 집중력과 안정감을 높여 학습능력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여기서 한두 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첫째, 어떤 운동 형태가 뇌 기능 활성에 도움이 되는가? 둘째, 운동만 하면 뇌신경세포가 계속 증가하는가 하는 것이다. 먼저 첫 번째 의문의 답은 빠르게 걷기, 조깅, 자전거 타기, 수영, 등산과 같은 유산소 운동형태가 뇌기능을 활성화 시키는 데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 의문의 답은 운동으로 생성된 뇌신경세포와 뇌신경 성장물질들은 뚜렷한 역할이 주어지지 않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바로 혈액 속으로 흡수되거나 소멸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운동 직후에 증가한 뇌신경성장물질이 소멸되지 않기 위해 기억이나 생각하기, 계산 등의 역할을 줘야만 새롭게 생긴 신경세포가 유지되고 결과적으로 학습능력이 향상될 수 있다. 그러므로 앞서 제시한 0교시 체육수업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 학생들에게 "학습능력을 키우려면 책상에 오래 앉아 있기보다는 오히려 운동하라"고 적극적으로 권하고 싶다.

공부 지상주의로 줄어든 체육수업, 나날이 저하되는 학생들의 체력과 높아진 비만율은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점이 되어버렸다. 이제 청소년에게 운동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영산대 태권도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