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 군. 지난 7일 식을 올렸으니 지금쯤 신혼여행지에서 꿈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겠지. 한창 행복에 겨워 있을 자네에게 문득 편지를 쓰고 싶어진 이유는 얼굴 맞대고 하기 머쓱한 이야기가 있어서야. 인생 선배의 넋두리로 생각해도 좋네.

결혼을 앞둔 자네와 식사하다가 "아들딸 구별 말고 두 명은 돼야지?"라며 자녀 계획을 물었을 때, 자네는 확실하게 대답하지 못했지. 평소 똑 부러지던 모습과는 달랐어. 자네를 탓하는 게 아니라네. "IMF 외환위기 때보다 더 힘들다"는 말이 일상화된 시절 아닌가. "당연히 둘은 낳아야죠"라고 당당히 답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충분히 이해하네.

얼마 전 발표된 결혼 및 출산에 관한 통계를 보고 적잖게 놀랐다네. 지난해 10월 우리나라 출생아 수가 3만1600명으로 월 기준 역대 최저였다더군. 1~10월 누적 출생아 수도 34만9000명. 이 또한 역대 최저라더군.

그래도 M 군 자네는 대단해. 요즘 자녀 출산은커녕 결혼도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이라지 않나. 출산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혼인 건수가 지난해 10월 한 달간 2만2000건에 그쳤다지. 1∼10월 누적 건수도 전년 대비 6.4%나 감소한 22만7900건으로, 역대 최소치였다지.

이런 통계도 눈에 띄더군. 2015년 현재 한국 인구를 5101만 명이라고 밝힌 통계청이 처음으로 100년 후인 2115년 인구 추계치를 발표했는데, 놀랍게도 절반 수준인 2582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네.

영국의 경제학자 토머스 맬서스가 18세기 말(1798년)에 펴낸 '인구론'은 적어도 21세기 대한민국에서만큼은 완전히 틀린 이론이 되는 셈이지. 즉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므로 결국 인구폭발 때문에 빈곤과 파멸에 이를 것'이라는 주장은 적용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네. 여담 같지만, 인구폭발을 주제로 한 댄 브라운의 소설 '인페르노'와 지난해 개봉한 동명의 영화를 보고도 내가 유럽 고대도시 풍경과 예술작품을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었다는 점 이외의 별다른 감흥을 받지 못한 것도 같은 이유겠지. 물론 UN에서는 1900년 15억 명에서 2014년 72억 명으로 늘어난 인구가 2025년에는 81억 명, 2050년 96억 명, 2100년 109억 명으로 점점 더 증가하리라 예측했더군.

사실 단순히 100년 후에 2582만 명이 된들 뭐 그리 걱정이 되겠나. 별로 넓지 않은 우리 땅을 생각하면 여유도 찾을 겸 오히려 좋은 일이지. 하지만 진짜 걱정되는 것은 생산가능 인구(15~64세)의 동반 급감이라네. 2115년에 우리나라 생산가능 인구가 전체의 절반도 안 되는 48.1%(1281만 명)에 그치고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이와 맞먹는 42.5%(1098만 명)에 이를 것이라지 않나. 결국 2015년 현재 생산가능 인구 비율 73.4%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을 달리는 한국이 50년 후 42.5%, 100년 후 48.1% 등으로 떨어진다는 것이지. 이는 OECD에서 가장 활력 있는 사회에서 가장 노쇠하고 활력을 잃은 사회로 전락한다는 얘기지.

미국의 경제학자 해리 덴트는 저서 '2018년, 인구절벽이 온다'를 통해 생산가능 인구의 비율이 급속도로 줄어드는 현상을 경고한 바 있지. 요즘 인구폭발에 의한 '종말'이 아니라 인구절벽에 따른 '멸종(?)'을 걱정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려오네. 해리 덴트는 2015년 한국이 2018년께 인구절벽에 직면해 경제불황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하면서 인구절벽의 해결 방안으로 출산·육아 장려책을 제시하기도 했어.

M 군, 자네는 어떤가? 새 인생의 출발선에 선 자네가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면 아직 답하지 않은 그 질문에 분명하게 답할 수 있으려나. 별로 희망적이지 않은 수치만 잔뜩 늘어놓고는 결국 "새해 아닌가. 그래도 새 생명이 우리의 희망이라네"라고 마무리할 수밖에 없는 못난 선배를 이해하시게. 새해부턴 자네 같은 젊은이들이 좀 더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나라가 됐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전해본 것뿐이라네.

정부에서 올해부터 3년간 자네처럼 결혼하는 부부에게 최고 100만 원까지 세액 공제를 해준다더군. 내가 결혼하던 1998년에도 이런 혜택까지는 없었다네! 지금이 더 힘든 시기라는 것인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결혼부터 시키자는 의미인지는 좀 더 두고 봐야겠네만.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