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신년 화두로 인공지능이 단연 눈에 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소비자 가전 전시회(CES)에서는 음성인식 인공지능시스템을 탑재한 자동차, 생활가전 등을 선보여 우리 인간의 생활에 더 빠르고 깊이 침투할 날이 머지않았음을 보여주었다. 과거 SF영화나 만화와 같이 비현실적인 세계에서만 등장하던 바로 그 인공지능이 지금 우리 눈앞에서 실현되고 있다.

일반대중이 알파고를 통해 인공지능의 존재를 알았던 것과는 달리 전문가에 따르면 이미 우리 사회는 '제3차 인공지능 붐'이 일어났다. 1950년대와 1960년대에 걸쳐 단순한 다른 패턴인식이나 문제해결을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의논되었던 '제1차 붐'이 시작되었고, 이때 컴퓨터로 퍼즐을 풀 수 있었다. 1980년 엑스퍼트 시스템이 개발되어 인간이 가진 전문지식을 소프트웨어에게 이식시킬 가능성을 기대하면서 '제2차 붐'이 일어났다. 그리고 30년 이상 지나 딥러닝이란 기계학습기술이 진화하면서 인간의 인지기능을 가지면서 '제3차 인공지능 붐' 시기로 진입했다.

인공지능이 왜 이렇게 급속하게 발전하는지를 밝히기 위해서는 크게 세 가지 환경요소를 알아야 한다. 첫째 센서와 통신모듈이 저렴하고 소형화되면서 사물인터넷(IoT)이 발전하게 되어 인공지능이 판단을 학습하는 데 필요한 막대한 데이터, 즉 빅데이터의 수집이 가능하게 된 점이다. 둘째 획기적인 인공지능 알고리즘 딥러닝의 등장으로 기술개발이 가속화된 점이다. 셋째 클라우드를 포함한 계산과학이 진화해 빅데이터에 대해 딥러닝 등의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적용할 환경이 갖춰진 점이다.

이제 인공지능을 활용한 서비스는 모든 업종과 분야에 보급되고 있다. 이전부터 서비스된 스마트폰의 음성인식, 전자상거래사이트의 제품 추천기능은 물론 마케팅 자동화, 인공지능 교육서비스 등 수많은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인공지능의 응용범위가 확대되면서 향후 관련 시장의 급성장이 예상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인공지능의 발전과 함께 일자리의 대체를 넘어서 박탈에 대한 불안감이 우리를 우울하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최근에 쇠락한 산업지대인 러스트벨트(Rust Belt)로 전락하고 있는 우리 지역의 경제사정을 감안할 때 인공지능의 역기능은 심각한 수준이 아닐 수 없다.

인공지능과 고용의 관계를 나타내는 구체적인 데이터도 나오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오스본 교수는 향후 10년 내지 20년 정도에 미국의 총고용자 중 47%의 업무가 컴퓨터로 대체될 위기를 예측한 연구 자료를 공표했다. 창의적인 일에서는 인간이 우위성을 갖지만, 창의적 스킬이 없다면 수많은 사람의 직업이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기술 변혁기마다 인간이 느꼈던 불안감 때문에 일어났던 여러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19세기 초 산업혁명 시기 영국의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실업을 기계 때문이라고 여겨 기계를 파괴했던 러다이트운동을 들 수 있다. 경제학자 케인스는 1930년 기술이 고용을 탈취할 것이라는 '기술적 실업'의 가능성을 논문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우리 인간은 기술혁신의 시기마다 새로운 수요를 발굴하고, 이를 충족시키는 사업과 산업을 창출하면서 직종과 직업의 구성을 계속 변화시켜 전체적으로 고용을 유지하는 추이를 유지해 왔다. 이는 기술혁신과 동시에 인재의 질과 기업조직, 업무 범위 등의 보완적인 요소가 동시에 변화했기에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인공지능 붐이 일어나는 현재도 예외 없이 역사의 교훈대로 인간과 인공지능이 상호 보완하면서 공존할 가능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메가트렌드의 저자 존 나이스비트는 최근에 자신의 저서 '힘의 이동'에서 앞으로 아시아·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의 세 개 대륙에 걸쳐 있는 경제벨트, 즉 글로벌 서던 벨트(Global Southern Belt)가 세계경제를 재편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우리 지역의 기업들이 러스트 벨트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반드시 새겨야 할 트렌드다. 향후 세계 경제를 좌우할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로서 인공지능은 우리 동남권벨트의 산업특성을 고려해 볼 때 절대 불리하지 않은 이슈가 아닌가 싶다. 인공지능 기반 산업의 재편에 필요한 보완적인 요소 즉 인재 교육, 조직변화, 업무의 유연성 제고 등을 잘 정비해 우리 지역이 다시 한 번 글로벌 서던 벨트의 중심지가 되는 날을 기대한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