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춘추전국 시대의 일이다. 제나라 환공이 '관중'과 '습붕'이라는 신하를 대동하고 요서지역의 제후국인 '고죽국'이라는 나라를 정벌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이 '고죽국'이라는 나라는 힘이 없고 작은 나라여서 금방 함락할 수 있으리라 여겼는데, 의외로 완강하게 버티는 바람에 겨울이 되어서야 겨우 전쟁을 끝낼 수 있었다. 환공은 혹한이 닥치기 전에 귀국하기 위해 대군을 이끌고 서둘러 지름길로 오다가 그만 길을 잃고 말았다. 전군이 진퇴양난에 빠져 추위에 떨고 있을 때 환공이 어찌할지 고심하자 신하 '관중'이 아뢰었다.

"이럴 때는 늙은 말의 지혜를 이용해야 합니다."

'관중'은 즉시 늙은 말 한 마리를 풀어놓고 그 뒤를 따라 병사들을 이끌고 행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윽고 정말로 큰 길이 나타나서 그 길을 따라가게 되었다.

얼마 뒤 높은 산을 넘어가게 되었는데, 먹을 물이 떨어져 전군이 갈증에 시달리게 되자 이번엔 신하 '습붕'이 아뢰었다.

"개미는 겨울에는 양지, 여름에는 음지에서 삽니다. 흙이 한 치가 쌓인 개미집이 있으면, 그 땅속 한 길쯤 되는 곳에 물이 있습니다."

군사들이 개미집을 찾아 파 내려가니 과연 샘물이 솟아났다.

이 이야기는 한비자 '세림상편'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이 얘기 끝에 한비가 이르기를 "관중과 습붕은 자신들의 총명과 지혜로도 알지 못하는 것이 있다면 늙은 말과 개미를 스승으로 삼기를 꺼리지 않았는데 오늘날 사람들은 자신의 어리석음으로 말미암아 성현의 지혜를 스승으로 삼는 것을 알지 못하니 이 또한 잘못이 아니겠는가?"라고 하였다. 여기서 유래한 고사성어인 노마지지(老馬之智)는 '쓸모없어 보이는 사람도 저마다 한 가지 재주는 있다'는 것으로 무릇 모든 이는 적당한 자리에 다 쓰임이 있음을 말한다.

고사에서 말의 지혜를 본받을 만하다고 했지만 실제 말은 인간보다 여러모로 빼어난 재능이 많이 있다. 본디, 말에게는 귀소본능이 있다. 저절로 자기 집을 향해 돌아가려는 본능이다. 모든 동물이 이러한 귀소본능을 조금은 갖고 있지만, 말은 이 본능이 탁월하므로 말과 함께라면 길을 잃을 확률이 매우 낮다.

한 가지 덧붙여 말하자면, 말은 코와 주둥이 주변에 난 수염으로 독성이 있는 풀을 탐색해 가려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리고 말은 즉각적으로 기승자가 무서워하고 있는지, 긴장하고 있는지 느낌으로, 냄새로 본능적으로 알 수 있다. 나는 40년 가까이 말을 타면서 지금도 말의 속마음을 알 수가 없는데, 말은 내가 올라타는 즉시 나를 꿰뚫어 보고 있으니 어찌 보면 말이 나보다 영리할 수도 있다.

2017년이 밝았다. 올해는 아내의 등쌀에도 강제로 금연을 약속하진 않았지만 술을 줄이는 건 약속했다. 이번 연도에는 정말로 지킬 수 있는 것만 약속하고 싶다. 그리고 얼마 전 '한비자'를 읽으면서 딱 두 가지를 더 마음에 새기고 살자고 다짐했다. 하나는 모든 이에겐 각자의 재능이 있고 재주가 있으니 내가 몸담은 곳의 모든 사람의 재능을 귀히 여기자는 것. 동물이나 사람이나 배울 수 있는 것이 없는 존재가 어디 있으랴. 내가 갖고 있지 못한 지식과 능력을 갖춘 자를 알아보고 높이 평가할 수 있는 그런 감독이 되고 싶다.

나머지 또 하나는 주변 사람의 말을 잘 들어 사면초가의 상황을 현명하게 극복했던 제나라의 환공 같은 사람이 되자는 것. '나 아니면 안 된다'라는 생각은 나를 망치는 지름길이다. 이번 한 해는 나보다는 남을 더 높이 여기고, 남의 말을 더 귀담아들을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대명소노펠리체 승마단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