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전 세계적으로 생존하는 호랑이 종류는 여섯 가지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인도차이나 호랑이, 남중국 호랑이, 수마트라 호랑이, 벵골 호랑이, 말레이시아 호랑이, 시베리아 호랑이 등이다. 이 중 시베리아 호랑이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열대지방에 서식한다. TV '동물의 왕국' 등에서 자주 보는 호랑이는 대부분 열대지방의 호랑이다. 반면 시베리아 호랑이는 거의 사람 눈에 띄지 않기로 유명하다.

시베리아 호랑이는 우리에게 백두산 호랑이란 이름으로 더 익숙하다. 한때 만주와 연해주 일대, 한반도 전역에 서식해 러시아에서는 시베리아 호랑이, 중국에서는 동북 호랑이(東北虎), 우리나라에서는 한국 호랑이나 백두산 호랑이로 각각 달리 불려 왔다.

시베리아 호랑이를 열대지방 호랑이보다 보기 힘든 이유는 서식 면적과 관련이 깊다. 열대지방은 기후조건이 좋고 먹잇감이 풍부해 같은 면적이라도 훨씬 많은 호랑이가 살 수 있다. 인도 벵골 호랑이 한 마리의 영역이 20㎢ 정도인 반면 시베리아 수호랑이는 2000㎢가 넘는다. 지리산 면적이 472㎢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영역을 오가며 쉽게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니 영물이 될 만하다.

서식 면적이 넓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백두산 호랑이를 보지 못하는 것은 일제 때의 무차별 포획 탓이 크다. 명목상으로는 사람에게 위해를 가하는 해수(害獸)를 퇴치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일본인 정착에 방해가 되는 것을 정리하기 위한 측면이 컸다. 이 때문에 1921년 경북 경주 대덕산에서 잡힌 이후 사라졌으며 현재는 연해주 인근에 450마리 정도만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21년 경주의 산에서 마지막 모습을 보여줬던 백두산 호랑이가 96년 만에 선조가 뛰놀던 고향인 백두대간 품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이다. 중국에서 기증받은 수컷 두 마리가 최근 경북 봉화의 국립 백두대간수목원 호랑이숲으로 옮겨졌다. 이들은 자연상태 서식지와 비슷한 1만5000평의 숲에서 적응한 뒤 올 하반기 일반인에게 위용을 드러낼 예정이다.

이번 방사가 의미 있는 것은 비록 펜스가 있지만 좁은 우리를 떠나 자연상태 가깝게 키운다는 점. 종전에 누비던 한반도 전역의 광활한 숲은 아니라 해도 멸종 위기종을 번식시키기 위해 필요한 단계이기도 하다. 조만간 암컷 한 마리도 옮겨올 계획이라니 백두대간 숲에서 뛰어놀 백두산 호랑이 가족의 모습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장재건 논설위원 jj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