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와트(W)'는 1초 동안 소비하는 전력을 뜻하는 단위다. 1889년 새로운 전력 단위 명칭을 고민하던 영국과학진흥협회는 자국의 공학기술자였던 제임스 와트의 이름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웬만한 사람은 알고 있듯이 제임스 와트는 증기기관의 대량 보급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그는 그 시대의 몇몇 기술자가 만들었던 각종 증기기관의 성능을 꾸준히 보완해 1765년 무렵 실생활에 응용이 가능하도록 개량했다. 당시 제임스 와트는 상상조차 못했겠지만 이 증기기관은 인류의 역사를 바꾼 1차 산업혁명의 시발점이 됐다.

증기기관이 자국에서 탄생한 이점을 이용해 영국은 이후 세계 최강국으로 군림했다. 하지만 1880년대 말 전기·석유를 이용한 대량생산과 중화학공업이 본격화되는 2차 산업혁명이 시작될 무렵에는 미국과 독일 등에게 선두자리를 위협받게 된다.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거론되나 기술혁신 소홀과 경제 성장의 주체가 대기업으로 넘어가면서 미국 등에 비해 소규모 기업이 많았던 영국으로서는 이를 따라잡기 힘들었다는 분석이 정설로 여겨지고 있다.

2차 산업혁명이 등장한 지도 벌써 100여 년 전. 당연히 전문가들은 인터넷이 지배하는 현재는 3차 산업혁명의 시대라고 정의한다. 미국의 제러미 리프킨 교수 같은 이는 2012년 '3차 산업혁명'이라는 책을 통해 2차 산업혁명은 이미 종말을 고했으며 세계는 바야흐로 커뮤니케이션 기술과 재생에너지 체계가 결합한 새로운 시대로 발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반면 로봇이나 인공지능(AI)을 통해 실재와 가상이 통합된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예상보다 빨리 3차 산업혁명을 끝낼 것이라는 전망도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이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은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사용이 잦아졌다. 재미있는 것은 그 출처가 산업계가 아니라 정치권이라는 점이다. 차기 대선주자라 일컬어지는 이들은 하나같이 4차 산업혁명을 차세대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선주자들의 이 같은 공약은 자꾸 나빠지기만 하는 한국 경제를 고려한 득표전략임이 분명하다. 국민들의 처지에서는 경제를 살리는 대통령을 마다할 리 없다. 다만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차기 대통령의 열린 마인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사는 대통령이 왕조시대나 있을 법한 생각을 갖고 있다면 국민들은 지금처럼 또 한 번 참담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염창현 논설위원 haore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