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2008년 이후 저출산 및 인구유출 문제로 지속적인 인구감소가 이뤄지면서 2015년 6대 광역시 중 유일하게 고령사회로 진입해 충격을 주었다. 2005년 8.3%였던 부산의 노인 인구 비중은 2015년에는 14.7%로 배 가까이 증가했다. 평균 출산율도 1.09명으로 현재와 같이 저출산이 지속되면 2050년 부산 인구는 200만 명 선이 무너지고, 2200년이면 12만 명의 소도시로 전락한다.
부산의 최근 5년간 지역 내 총생산(GRDP)의 연평균 성장률이 3.8%로 전국 최하위 수준이고, 과학기술지표는 2014년 기준으로 제조업 대비 하이테크 생산액 비중이 5.6%로 전국 평균(13.3%)보다 낮다. GRDP 대비 연구개발 투자 비중은 1.32%로 17개 시·도 중 12위에 불과하며, 연구원 1인당 연구개발 투자액도 전국 최하위권으로 현재의 장기불황 조짐과 더불어 또 다른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기술은 불황을 먹고 진보한다'는 말이 있다. 부산은 이제 민선 6기에 들어 'TNT 2030'을 바탕으로 '과학기술 중심도시'를 선포하며 부산경제의 활력을 불어넣고, 도시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으로 과학기술을 통한 성장동력 창출과 인구유입을 꾀하는 점은 고무적이다.
오래전부터 지방정부의 분권화와 더불어 과학기술 차원에서도 지역의 독립성 강화와 지역 자체의 경쟁력 강화 방안이 꾸준히 제시됐으나 실효성은 없었다. 이제는 더 나은 부산의 미래발전을 위해 체계화된 정책과 효율적인 투자로 중흥의 계기를 만들어야 할 때다. 필자는 한때 우리나라 기초과학 기술 발전에 기여했던 경험들을 바탕으로 부산의 과학기술 역량 강화를 위해 몇 가지를 제안한다.
우선 R&D(연구개발) 예산 투입에 대한 효율성을 중시할 필요가 있다. 지역 R&D 과제는 한정된 연구인력이라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동일 연구자가 중복 선정되는 경향이 많다. 더욱이 부산은 대기업이나 중견기업마저 부족해 R&D를 수행할 기업연구원 수 비중이 전국 12위에 그칠 정도로 연구원 확보율도 낮다. 따라서 부산이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분야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지도록 우수 인력을 유치·양성하고 우수 연구기관 및 기업연구소 유치가 필요하다.
두 번째로, 지역 주도의 R&D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정부 차원의 일률적인 예산과 사업 평가시스템은 다양해지고 빠르게 변화하는 R&D의 특성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즉, 거시적이고 공통적인 프로세스는 중앙과 지역이 공유하되 R&D 예산 관리는 이제 지역을 믿고 맡길 때가 되었다. 부산은 지난해 과학기술진흥위원회라는 R&D 컨트롤타워와 BISTEP이라는 R&D 전담기관을 설립해 지역 자체 역량을 강화하였으며, 이제는 이 조직들을 활용해 'R&D 포괄보조금'을 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지역을 붙잡고 있는 부처 이기주의를 해소하고, 지역은 적정한 예산 투입과 효율화와 이를 위한 거버넌스 구축 등 시스템의 사전 정비라는 숙제를 풀어야 할 것이다. 또 지역에서는 예산 활용 권한을 가져오더라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지역 주도형 R&D 정책을 이끌고 언제, 어느 분야에 예산을 투입할 것인지를 사전에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뿐만 아니라 지역사업을 충실히 개발하여 기재부와 소관 부처를 설득할 수 있는 다각적인 논리를 개발하는 데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방 과학기술 정책 입안과 시행에 대한 장기적 안목이 필요하다. 특히 인재를 키우거나 대학과 기업을 위한 R&D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등 장기적으로 추진되어야 하는 사업은 최소한의 사전연구가 필요하다. 최소 5년 이상의 중장기 계획을 특정 대학이나 연구개발서비스업체가 6개월 안에 뚝딱 만들게 하는 것은 예산의 효율성이나 실제 사업추진을 위한 효용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에 나오는 '생명의 나무'는 많은 종이 공통된 조상으로부터 분화되었다고 설명한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부산이 민선 6기 주요 비전으로 내세우고 있는 '글로벌 해양수도' '에코델타시티' '글로벌 스마트시티'나 '아시아 제1의 창업도시' 등의 구호 속 부산이 나아가야 할 미래도시의 근원은 과학기술로부터 진화된다고 표현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2017년은 부산이 주도하는 과학기술 혁신 발현의 원년이 되어 10년, 20년 후 '부산의 먹거리'가 '대한민국의 먹거리' 나아가 '세계의 먹거리'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KOFST 부산울산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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