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에세이] 동네 한 바퀴 /김진홍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입력 : 2017-02-09 19:06:40
| 본지 29면

새해가 밝은 지도 벌써 꽤 시간이 지났다. 지난해 어두운 그림자는 잊기를 원하고 모두 새로운 희망을 찾는다. 그러나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즐거움보다 우려와 걱정이 가득하다. 어떻게 할 것인지 방법은 없지만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큰소리 치는 사람도 많다. 가만히 들어보면 옳은 것 같기도 하지만 의구심도 들고, 똑같은 이야기 듣는 데도 인내심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속세를 떠나 산속으로 들어가지 않는 한 듣지 않을 수 없고 귀를 막고 살 수도 없다. 매일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중에도 문득문득 머릿속을 스치는 것이 누구나 있게 마련이다.

즐거웠던 일들이 생각날 땐 기분이 좋고 그렇지 않으면 우울해진다. 경쾌한 음악을 듣기도 하고 친구를 찾는 등 각자 자기만의 방법으로 빨리 잊으려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쉽게 잊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때로는 흡연과 술로 해결하려 한다. 흡연과 술은 멍한 생각으로 잠시 우울함을 멈추게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해결은 고사하고 건강만 해치기 일쑤다.

그렇다면 좋은 방법이 뭐 없을까 고심한다. 이때는 바로 운동이 해답이다. 그러나 운동에 취미도 경험도 없고 특별히 좋아하지 않는다면 이 방법도 실천이 어렵다. 더욱이 운동이 즐겁지 않으면 신통치 않고 부담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자신에게 알맞은 운동을 습관적으로 실행에 옮기기만 한다면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

이미 과거가 되긴 했지만 나는 어머니의 건강관리 습관이 늘 자랑스럽다. 100년에 가까운 세월이 어머니의 얼굴에 많은 주름의 흔적을 만들어 놓았지만 자식에 대한 사랑은 여전했고, 건강한 모습이었다. 나이가 연로하기에 자식이 부모를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였지만 오히려 자식을 더 염려할 정도로 강건했다. 노인의 건강을 장담할 수 없다지만 그렇게 잘 견딘 이유를 나는 알고 있다. 그것은 매일같이 하루에도 여러 번 반복되는 걷는 운동을 꾸준히 했기 때문이다.

텃밭에 채소를 가꾸는 농촌 생활에서 몸을 움직여 일하는 것이 일상인 분에게 특별한 운동이 필요치 않았다. 그렇지만 틈만 나면 걸으셨다. 한겨울엔 겹겹이 옷을 입고 하루에도 네 번씩 동네 어귀까지 한 바퀴 도는 것이 일과였다. 세 번은 아침 점심 저녁 식사 전에, 나머지 한 번은 저녁 식사 후에 걸으셨다. 믿기지 않을 만큼 당신의 몸 관리에 철저한 것을 멀리 떨어져 사는 나는 확인할 방법이 없어 매일 안부 전화로 대신하였다.

걷는 운동도 좋지만 노인이 넘어질까 염려돼 조심하라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래서 지팡이를 짚고 다녀" 하고 안심시킨다. 도심과 달리 자동차 위험이 없어 다행이긴 하지만 집에서 동네 어귀까지 거리는 족히 0.3㎞를 넘는다. 이곳을 하루에 네 번 왕복해서 걸으니 총거리는 2.4㎞에 이른다. 시간으로는 동네 어귀까지 한 바퀴를 걷는 데 20분 이상이 소요돼 매일 한 시간 이십 분 이상을 걷는 셈이다. 일주일에 여덟 시간 이상 17㎞에 가까운 거리를 걸으니 100세에 가까운 노인의 하루 운동량으로는 충분하다. 노년의 외로움은 헤아릴 수 없어 자식으로 죄짓는 느낌도 들었지만, 하루도 거르지 않고 걷는 운동 습관은 나도 본받고 싶었다. 때로는 감기에 걸려 기침 소리에 겁이 덜컥 나기도 했지만 금방 이겨내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을 뵐 땐 안도하면서 놀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