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어머니가 56세, 이모가 61세에 유방암으로 돌아가셨다. 그녀는 두려움으로 38세 때 유전자 검사프로그램의 결과를 본 후 유방절제술을 받았다. 그녀는 유방암 발병률을 높이는 BRCA1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었고, 게다가 가족력도 있어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유방을 절제하고 치료를 받은 것이다. 그녀의 이름은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유명한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이다.
안젤리나 졸리 효과로 국내 여성의 유방암 검사가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유방암학회는 안젤리나 졸리의 예방적 수술이 알려진 2013년을 기점으로, 2012년과 2015년 사이 BRCA1 유전자 검사가 3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예방적 수술 인식도 높아져 BRCA1 유전자 돌연변이 보인자가 예방적 수술로 반대편 유방절제술을 받은 건수는 5배, 양측난소절제술을 받은 건수도 4.7배 증가했다.
정밀의료란 안젤리나 졸리 사례처럼 유전체 정보, 진료 및 임상 정보뿐 아니라 환자의 생활습관 정보 등을 통합 분석해 환자 개별 특성에 맞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의료패러다임을 말한다. 세계 정밀의료시장 규모는 지난해 35조 원에서 연평균 11% 이상이나 성장해 2025년에는 136조 원에 이를 것으로 LG경제연구원은 전망하고 있다.
미국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5년 연두교서에서 정밀의료를 통해 100만 명 이상이나 되는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로 국가 연구용 코호트 구축과 2억1500만 달러(2370억 원)의 투자계획을 발표하였고, 영국도 자국민 10만여 명의 유전체 분석 프로젝트에 3억 파운드(5140억 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IBM의 왓슨 헬스를 통한 개인 맞춤형 치료방법 제시, 구글의 구글핏 및 구글 지노믹스를 통한 연구지원 착수, 애플의 헬스키트 기반의 개인건강정보 플랫폼 탑재 등 글로벌 ICT(정보통신기술) 기업들도 정밀의료 분야에 최근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8월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9대 국가전략 프로젝트 중 하나로 인공지능과 정밀의료를 선택했다. 이를 위해 최소 10만 명의 일반인 유전정보 등을 포함하는 정밀의료 코호트를 구축해 이를 활용하기 위한 플랫폼과 한국인 주요 3대 암 및 만성질환 건강관리서비스를 위한 인공지능 기반의 진단 시스템을 개발할 계획이다.
부산대학교병원은 지역거점 정밀의료서비스 기반을 선점하고 암 분야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의 차별화된 의료서비스와 최적의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우선 2008년부터 인체자원은행을 설립해 맞춤형 암검체 수집프로세스를 진행해 왔고, 2013년 ㈜테라젠이텍스와 업무 협약을 통해 NGS(차세대염기서열분석기법) 기반 연구를 계속했고, 지난해 9월에는 정밀의료센터를 구축하기도 했다.
정밀의료센터의 첫 번째 사업으로 IBM의 왓슨 헬스를 도입해 지난달 25일 유방암 환자의 다학제 진료를 통해 '왓슨 포 온콜로지'를 선보였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최초로 도입한 '왓슨 포 지노믹스'를 이용해 유방암 수술 후 항암치료 및 호르몬 치료를 시행하는 도중 폐, 림프절, 뼈에 전이가 된 62세 환자의 대용량 유전체 정보를 통합적으로 분석하였다. 이 분석에서 유전체 변이를 확인하였고, 왓슨 포 지노믹스가 추천한 호르몬과 표적치료제를 병합해 종양을 표적 치료한 결과 전이된 액와 림프절의 종양 크기가 감소되었음을 확인하였다.
왓슨 포 지노믹스는 유전자 분석프로세스를 최적화하여 유전자 변이의 시각화, 약물 표적 식별 등 다양한 근거를 제공함으로써 개인 맞춤형 치료가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솔루션이다. 다음 달부터는 NGS 기반 유전자패널 검사에 건강보험 적용이 가능하게 되어 약 50만 원의 비용으로 유전체 검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부산대병원 정밀의료센터의 두 번째 사업으로 NGS 분석실을 운영하는 것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의 연구 노하우를 바탕으로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NGS 검사와 왓슨 포 지노믹스를 이용해 돌연변이 유전자에 관한 최적의 표적 치료제를 찾아 암 환자에게 희망을 주고, 기기 구매 및 시스템 구축이 어려운 지역 병원의 검사 수요를 수용해 부산 울산 경남 지역의 정밀의료에 기반을 둔 선진의료 실현의 선두주자로서 역할을 다하고자 한다.
부산대학교병원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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