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국호가 중화민국인 대만은 경제강국에 속하는 나라다. 국내총생산(GDP)이 5000억 달러 이상으로 전 세계 순위 집계에서 매년 20위권 초반에 이름을 올린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 대만이 받는 대접은 경제규모에 턱없이 미치지 못한다. 제대로 국명을 불러주는 곳이 별로 없다. '차이니즈 타이베이'가 일반적이며 심지어 '중국의 대만성(Taiwan, Province of China)'이라 표기하는 수도 있다.

대만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것은 널리 알려져 있듯 중국의 입김 때문이다. 중국은 대만을 자국 영토의 일부분으로 여긴다. 여기에서 나온 정책이 '하나의 중국'이다. 따라서 중국은 대만을 인정하는 나라와는 국교도 맺지 않는다. 대만의 정식 명칭이 거론되거나 국기인 청천백일만지홍기가 휘날리는 모습도 그냥 넘기지 못한다. 몇 해 전 한국에서 활동 중인 대만 출신 가수 쯔위가 자국 국기를 든 모습을 인터넷에 올렸다가 큰 낭패를 본 데는 이 같은 배경이 작용을 했다.

중국이 이처럼 안하무인의 태도를 보여도 전 세계가 별다른 이의를 제기못하는 건 그 나라가 갖고 있는 위상에서 비롯된다. 1세기 전 열강의 먹잇감이었던 중국은 어느새 세계 최강 미국을 위협하는 경제·군사대국으로 떠올랐다. 특히 시진핑 국가 주석 취임 후 노골적인 팽창주의 정책을 취하면서 미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이러니 승부욕이 누구보다 강하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좌시할 리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시진핑 주석보다 먼저 대만의 차이잉원 총통과 전화통화를 해 중국을 자극했다. 이는 그동안 중국과 관련해 금기시됐던 관행을 정면으로 깬 것이어서 시진핑 주석의 대응이 국제적 관심을 모았다. 강골이라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성격상 큰일이 벌어질 거란 관측이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맹수끼리 싸우면 둘 다 죽음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두 사람이 모를 리 만무. 시진핑 주석은 지난 10일 양국 지도자간 첫 전화통화에서 '하나의 중국' 정책을 존중해 달라는 요청을 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동의를 표시했다. 또 상호 방문도 약속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미국이 중국에 한 발 물러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이유야 어찌됐든 중국의 힘이 그만큼 커졌다는 사실은 분명할 터다. 미국을 두고 당당히 할 소리를 다 하는 중국의 자세가 부럽기조차하다. 강대국 틈에 끼여 외교무대에서 동네북 신세에 몰린 우리나라와 대비가 되니 더욱 그렇다.

염창현 논설위원 haore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