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최근 부산·울산·경남의 주력산업 중 하나인 조선·해양플랜트와 해운·항만산업을 살리려면 강력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해양수산부의 위상을 재정립하는 것이 필수조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가 부활시킨 볼품없고 힘없는 해수부가 한진해운 사태를 초래한 측면도 있다. 해양 분야는 물론 조선·해양플랜트·해운산업을 총괄하는 강력한 해수부의 부활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국제신문 2017년 1월 20일 자).

지난달 12일 같은 당 소병훈 의원이 국회에서 개최한 '촛불 명예혁명의 정신을 정부조직개편에 담다'라는 토론회에서 한 발제자는 "해수부는 세월호 사건과 관련한 일련의 상황에서 특정 사실에 대해 불투명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 민주성 결여가 나타났다"면서 "부처를 해체해 국토교통부 산하의 해양청과 농림축산식품부 산하의 수산청으로 분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문 전 대표의 발언은 자신의 뜻과는 달랐던 이날 토론회를 비롯해 부산·경남 지역민과 해양수산인들의 지속적인 비판을 서둘러 진화하는 형국이다.

하나의 정부 부처를 신설 또는 폐지하거나, 명칭을 변경하는 일은 간단한 문제가 아닌데도 많은 경우에 정치적 판단이나 집권당의 논공행상에 따라 논의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요즘, 새 정부가 출범하면 기획재정부와 교육부가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등 진의를 제쳐놓고 떠도는 정부조직 개편안 때문에 관가가 술렁이고 있다. 대선 주자들은 경쟁하듯이 국가 비전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에 질세라 각 정당과 소속 국회의원들도 상응하는 정책의 청사진을 던지고 있다. 그중 하나가 정부조직 개편을 통한 정책의 효율성 제고이다. 이를 보는 공무원들과 국민은 혼란스럽다. 한마디로 정부가 바뀔 때마다 완전한 새 옷으로 갈아입지도 못한 채 '누더기 정부조직'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정부조직 변천의 역사는 합리성과 효율성보다는 임기응변식 '분리와 통합'을 거듭해 온 것처럼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20여 년간 다섯 번의 조직 개편이 있었다. 처음 재무부와 경제기획원으로 출발하여 김영삼 정부에서 재정기획원으로 합쳐지고, 4년 후 김대중 정부에서 재정경제부 기획예산처 금융감독위원회로 분리되었다가,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 다시 현 조직으로 바뀐 것이다. 해양수산부는 1996년 김영삼 정부 때 만들어졌는데 작은 정부를 지향한 이명박 정부에서 없어졌다가, 2013년 부활한 후 다시 4년 만에 해체 논의가 일고 있다. 다른 부처들도 이와 유사한 형태로 분리와 통합, 부처 이름 변경 등을 거듭하고 있다. 현재 17개 부처 중에서 명칭이 그대로인 곳은 국방부, 법무부, 통일부, 환경부 정도이다. 오죽하면 세 글자로 된 부처만 살아남는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을까.

그 와중에 조직의 안정을 위한 시간과 예산 낭비는 얼마나 많았으며, 정책의 일관성은 제대로 유지할 수 있었겠는가. 역설적으로 이명박 정부에서 해수부를 유지했으면 경험과 관련 정책 개발로 세월호 참사에 적절히 대처하지 않았을까 반문하게 되며, 관련 정책을 정비한 해수부를 해체하면 다시 다른 부처에서 처음부터 시작하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미국의 트럼프 정부는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정권이 교체되었음에도, 오바마 정부의 조직을 그대로 계승하여 신속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일본도 2001년 조직 개편 후 16년째 1부와 13성·청 조직을 그대로 이어오고 있다.

2016년 한국행정연구원이 공무원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4명 중 3명이 조직개편을 직접 경험했으며, 4회 이상 조직개편을 경험한 응답자도 26%에 달했다. 이래서야 과연 공무원의 사기가 올라갈 수 있겠는가. 차기 정부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부조직을 유지하면서 부처별로 정책과 기능을 조정·재분배해야 한다고 본다. 현재의 정부조직이 다소 부족한 면이 있을 수 있겠지만 수십 년 동안 시대정신과 효율성을 반영하며 꾸준히 변천해온 결과이기 때문이다.

특히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된다고 가정할 경우 인수위 구성없이 차기 정부가 바로 출범해야 하며, 국가 안보와 경제에 빨간불이 켜진 현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어쩌면 정부조직개편보다 조직을 슬기롭게 운영할 사람을 발탁하는 것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민간의 자율을 존중하는 시대정신에 부합하고 정부의 책임성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인재를 등용하여 공무원의 사기를 높이는 것이 더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경상대 해양식품생명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