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스케이트장은 찬바람이 부는 겨울이면 꼭 생각나는 추억의 장소다. 이제는 보기 어려운 풍경이 됐지만 논두렁을 개조해 만든 스케이트장의 울퉁불퉁한 얼음 바닥에서 친구들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썰매와 스케이트를 타다가 추워지면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어가 코를 훌쩍거리며 뜨끈한 어묵과 떡볶이를 먹던 기억은 세월이 가도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다.
우리나라에서 동계스포츠가 친숙해진 것은 최근 10년간이며 그중 스케이팅 종목(피겨, 스피드, 쇼트트랙)은 최근까지 우리나라 동계스포츠를 이끌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외에도 스키나 스키점프 스노보드 크로스컨트리 봅슬레이 스켈레톤 루지 등 다양한 종목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고 이중 봅슬레이와 스켈레톤은 어릴 적 나무로 만든 썰매를 타고 쌀 포대에 앉아 경사면을 타고 내려왔던 세대에겐 조금 더 친숙한 종목이 아닐까 싶다.

봅슬레이는 '얼음판의 F1'으로 불리며 썰매(2인 또는 4인)를 타고 1500m의 경사로를 평균 시속 130㎞ 이상의 스피드로 질주하는 단체 경기이며 스켈레톤은 1인승 종목으로 1200m 이상의 경사면을 썰매에 엎드려 머리부터 내려오는 것이 특징이다. 봅슬레이와 스켈레톤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며 1000분의 1초에 승부가 엇갈리는 스펙터클한 종목이다. 필자가 다른 종목보다 봅슬레이와 스켈레톤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이전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과 같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적은 선수층과 부족한 전문 지도자라는 어려운 여건에서, 변변한 훈련장과 썰매도 없어 남의 나라에서 썰매를 빌려 실제 적응훈련을 하고 시합에 참가해 우수한 성적을 낸 것은 '한국판 쿨러닝'이다.

필자가 3년 전에 학생들을 이끌고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에서 열린 봅슬레이, 스켈레톤 국가대표 선발전에 참가했을 때만 하더라도 타 종목 우수 선수를 알음알음 소개받거나 기초체력과 스타트 기록을 측정하는 것이 전부였을 만큼 선수선발과 훈련시설 등 여러 가지로 어려운 점이 많았다. 국제적 선수를 키울 만한 제도적 뒷받침과 정부기관의 재정 지원이 미흡한 건 말할 것도 없었다. 비단 이러한 문제들이 썰매 종목에만 국한되겠느냐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듯 빼어난 성적을 낸 선수와 지도자들의 열정에 다시 한 번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앞으로 우리가 동계스포츠 강국이 되기까지 넘을 산이 많겠지만 그중 먼저 넘어야 할 산은 무엇일까? 첫째로는 우선 학교체육에 근본을 둔 체계적인 선수 육성(중·고 및 대학)이 필요하다. 가까운 일본의 봅슬레이 인프라만 보더라도 대학별로 팀이 있으며 각 팀이 자체 봅슬레이를 보유하고 있다. 둘째, 단발성 후원보다는 더욱 많은 기업이 팀을 창설해 선수들의 진로를 열어줘야 저변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지속적인 관심이다. 국제대회나 올림픽이 끝난 후에도 정부기관과 지자체, 언론매체는 연맹이나 협회에 대해 제도와 선수들의 처우 개선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야 할 것이다. 메달을 획득하거나 올림픽 때만 냄비처럼 끓어 오르는 관심이 아닌….

이제 평창올림픽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국제 경기를 개최할 수 있는 경기장과 전용 훈련장이 평창에 건립되었고 동계스포츠는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 나아가 부산에서도 세계적인 선수가 배출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할 때가 되었다. 아무쪼록 세 번의 시도 끝에 어렵게 유치한 올림픽인 만큼 이를 통해 동계스포츠가 활성화되고 우리 선수들이 국민에게 다시금 희망과 기쁨을 선사해 주길 간절히 기대해 본다.

영산대 태권도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