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은 지구가 인간에게 준 선물이다. 수억 년 전, 고생대 석탄기 중 지구 최초의 원시림이 해안가에 형성된다. 지각 변동으로 식물들이 땅에 묻히고 높은 열과 압력이 가해져 단단하게 변한 것이 석탄이다. 그래서 이 시기 막대한 탄층이 형성된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중국 등지가 세계적인 석탄 산지로 꼽힌다. 미국은 세계 석탄 매장량의 22%, 중국은 12%, 오스트레일리아는 8% 이상을 차지한다.

선물을 받았으니 제대로 써야 하는 법. 기원전 315년 그리스 과학자의 저작에 석탄 기록이 있다. '암석 중에 연소하는 것이 있어 금속을 녹이는 데 사용할 수 있다'고 한 것으로 미뤄 석탄을 대장간의 연료로 사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에선 4세기에 석탄이라는 글자가 나타났고, 12세기엔 석탄을 채굴해 가정용 연료로 이용했다. 영국에서는 9세기, 독일에서는 10세기에 석탄이 발견되었다고 전한다.

뭐니뭐니해도 석탄 이용은 산업혁명 이후 비약적으로 늘었다. 증기기관이 개발되면서 불이 붙었다. 폭발적인 석탄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탄광 노동자들이 막장으로 내몰렸다. 이 때문에 산업혁명의 원동력인 석탄은 '검은 다이아몬드'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석탄은 연소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탓에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지만 여전히 중요한 에너지원. 우리나라 연간 발전량의 40%가량을 석탄이 담당한다. 화력발전이나 제철용으로 오스트레일리아, 중국 등지에서 수입하는 석탄은 세계 두 번째로 많다.

그런 사정은 북한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북한 무역에서 석탄은 단일 품목으로 최대 규모. 특히 북한의 대중 수출은 대외무역의 90%를 차지하며, 석탄이 전체 중국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가깝다. 북한이 지난해 중국에 석탄을 수출해 벌어들인 돈은 약 11억8000만 달러, 한화로 1조3570억 원대에 이른다.

중국이 이 돈줄을 옥죄기 시작했다. 올해 연말까지 북한산 석탄 수입 전면 중단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신형 중거리 탄도미사일 '북극성 2형' 발사와 13일 김정남 암살 이후 내놓은 '역대 가장 강력한 대북제재'라는 평가다. 중국은 석탄 매장량도 많지만 산출량은 세계 48% 선으로 압도적이다. 그런데도 해마다 북한에서 많은 석탄을 수입했다. 그 이유가 북한을 관리하는 전략적 고삐라는 지적이 많다. '1조 원짜리 강수'가 실현된다면 세계 평화를 위한 지구의 또 다른 선물이 되는 셈. 하지만 왜 미덥지 않을까.

정상도 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