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교통소음으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가야대로 등 소음 피해가 큰 주요 지역 30곳에 421억 원을 투입해 오는 2020년까지 연차적으로 방음벽과 방음터널, 방음숲 등을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쾌적한 주거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밤낮을 가리지 않는 교통소음으로 큰 고통을 받고 있는 부산시민으로서는 무엇보다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자동차와 도시철도 등에서 나오는 부산지역의 교통소음은 전체적으로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주간과 야간 기준치인 68㏈과 58㏈을 넘는 곳이 적지 않다. 시 보건환경연구원이 만든 '소음지도'를 보면 특히 백양터널 입·출구와 만덕대로 숙등역 부근은 최악의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미남교차로와 충렬대로, 중앙대로 등도 소음 발생이 큰 지역으로 꼽혔다. 구별로는 사상구의 경우 총 인구 25만여 명 가운데 3만8000명(15.4%)이 기준치 이상의 심각한 소음에 노출되어 있었다. 이는 부산 전체 평균(2.8%)을 크게 뛰어넘는 수치다.
부산지역이 이처럼 심각한 교통소음에 시달리는 것은 지정학적 특성 때문이다. 부산은 주요 간선도로 근처에 산들이 많아 소음이 외부로 잘 빠져나가지 못한다. 또 도로를 따라 대단지 아파트가 우후죽순격으로 들어서다 보니 소음이 반사돼 소리가 증폭되는 부작용까지 생기고 있다. 여기에다 굉음이 나오는 대형차의 통행마저 다른 도시에 비해 잦아 시민들이 받는 교통소음 스트레스는 더욱 큰 실정이다. 따라서 시가 이런 여러 가지 사정을 감안해 서둘러 방음벽 등의 설치에 나선 것은 아주 적절한 조치다.
하지만 시는 방음벽 등을 쌓기에 앞서 도시미관도 고려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별다른 사전 조사 없이 무작정 설치했던 방음벽이 흉물로 변해 민원의 대상이 되는 사례를 적지 않게 겪은 바 있다. 따라서 시는 소음 차단은 최대화하되 주변 환경과 잘 어울리는 구조물이나 방음숲이 들어서도록 설계단계에서부터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조망권 침해 시비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일도 당연히 병행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