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교육청이 시내 모든 유치원에 CCTV 설치를 추진할 계획이라 한다. 독려하기 위해 시설당 200만 원의 설치비를 지원하는 인센티브도 내걸었다. 전국 어린이집은 2015년 개정된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CCTV 설치가 의무화돼 있다. 시교육청이 유치원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은 아동 학대와 폭행을 원천적으로 방지하겠다는 의지라 하겠다.

현재 404개 부산지역 유치원 중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은 곳은 164개라 한다. 교사나 학부모 중에 일부가 반대하면 설치 자체가 어려운 측면이 없잖다. 하지만 이미 60%가 설치한 마당에 나머지 유치원들이 마다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어느 곳은 있고 어느 곳은 없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동등한 조건을 갖추는 게 부모들이 더욱 안심하고 자녀를 유치원에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시교육청의 조치에 수긍이 가는 이유다.

문제는 CCTV를 달았다 해서 능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사상구 한 유치원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만 보더라도 그렇다. CCTV가 있었지만 8명의 교사 가운데 6명이 의식하지 않고 원생들을 상습 폭행했다. 피해 아동만 50여 명에 이를 정도로 학대가 광범위하게 이뤄졌지만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는 아무도 몰랐다 하니 기가 막힐 노릇 아닌가. CCTV가 아동학대를 억제하고 사후 대응 수단으로 어느 정도 효과는 있겠지만 그저 달아놓는 것만으로는 미흡하다. 부모들이 합당한 이유로 보고자 하거나, 정기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사생활 보호 등의 이유로 현재 법으로는 사전에 보는 게 한계가 있다지만 유치원 측과 부모들이 서로 합의하면 못할 것도 없다.

시교육청은 유치원의 학부모, 교사를 대상으로 연 1회 아동학대 실태조사와 현장 점검을 벌이고, 발생 시 신속 대처를 위해 '아동학대 상황대책반'도 운영하기로 했다. 철저히 하는 것은 좋지만 교사들 입장도 간과해선 안 된다. 마치 잠재적 가해자로 보는 것은 교육 자율권 침해와 교사의 자부심에 상처를 줄 수도 있다. 불신 분위기를 만들지 않으면서 아동학대를 예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교사 처우 개선과 좋은 인성의 교사 양성에도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