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30일 부산 최초의 간선급행버스체계(BRT·버스중앙차로제)가 해운대구 원동나들목~올림픽교차로(3.7㎞) 구간에서 시행됐다. 버스 속도를 올려 대중교통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BRT 운행 버스 승객들은 속도가 빨라졌다고 입을 모은 반면 일반 차량은 평소보다 더 느려졌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일반 차량이 느려진 것은 사실이었다. 해운대로 향하는 일반 차량의 평균 시속은 21.3㎞에서 16.9㎞로 줄었다. 동래 방면으로 운행하는 일반 차량의 평균 속도 역시 BRT 이전(시속 17.7㎞)보다 3.2㎞ 느려진 14.5㎞로 조사됐다. 하지만 버스 속도는 대폭 상향됐다. 평균 시속이 17.4㎞에 불과했던 해운대 방면 버스의 평균 시속이 BRT 시행 이후 22.7㎞로 늘었다. 무려 30% 이상 빨라진 것이다. 동래 방면 버스도 17.6㎞에서 20.2㎞가 됐다.

지난 두 달여 동안 BRT 관련 취재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대중교통 활성화에는 찬성한다. 하지만 일반 차량의 속도가 줄지 않는 방안이 필요하다"였다. 하지만 이 말에는 모순이 있다. 특정 구역 도로의 용량에는 한계가 있다. 원동나들목~올림픽교차로 구간은 6차로다. 이 중 2차로가 버스 전용차로가 됐기 때문에 일반 차량의 속도가 느려지는 한계가 있다. 대신 속도가 빨라진 버스에는 승객이 줄을 이었다. 원동나들목~올림픽교차로를 관통하는 4개의 버스노선(31·107·200·1002번)의 승객 수는 BRT 이전보다 대당 53명(11.7%)이 증가했다.

지난달 기준 부산의 자동차 등록 대수는 승용차 104만 대를 포함해 130만 대를 돌파했다. 2014년 부산의 자동차 등록대수 121만 대 중 승용차는 96만 대였다. 3년 동안 늘어난 자동차(9만 대)의 90%가량이 승용차이다.

부산 도로도 자가용에 점령당했다. 2015년 부산의 하루 평균 교통량(부산발전연구원) 525만1271대 중 64.7%(339만8260대)가 승용차다. '시민의 발'이라는 버스 통행량은 3.4%(18만2815대)에 불과했다. BRT로 느려진 일반 차량을 위해 대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에는 공감하지만, BRT 시행으로 버스 통행량을 늘려야 한다는 필요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시는 앞으로 BRT 구간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BRT가 완성되면 승용차 속도도 4%가량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는 8월 내성교차로~원동나들목 BRT 공사가 끝나고, 연말께 올림픽교차로~중동지하차도 BRT가 완공된다. 일반 차량도 빨라질 것이라는 시의 주장을 확인하기까지 1년도 남지 않았다. 그동안 빨라진 버스로 BRT 구간을 달려보는 것은 어떨까.

사회1부 기자 jy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