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몸이 어머니 뱃속에서 성장하여 태어나기 전에는 아버지 몸속에 있었고, 아버지는 할머니 뱃속에서 태어나기 전에 할아버지 몸속에 있었다. 그 할아버지는 어디에서 태어났으며 태어나기 이전에는 어디에 있었던가? 자연의 모든 동식물은 이렇게 인연에 따라 태어나고 사라지고를 반복하고 있지만 그들의 유전정보체는 변함없이 수백만 년을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인류는 지층의 화석으로 추정하여 약 백만 년 전부터 그 흔적이 발견된다고 한다.
끝없는 평화와 사랑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는 '네팔(Nepal)'이라는 나라는 13억7000여 인구가 운집하고 있는 중국과 12억8000여 인구가 뭉쳐있는 인도 사이에서 세계의 지붕이라고 불리는 히말라야 산맥을 품었다. 그 히말라야 서쪽 끝에는 성산인 수미산이 있고 동쪽에는 최고봉인 에베레스트 산이 있다. 그 산맥 중간에는 9개의 거대한 봉우리로 단장한 안나푸르나 히말이 있으며 안나푸르나 히말의 중앙에는 물의 원천지로 불리는 강가푸르나(Gangapurna 7454m) 여신이 있고 여기서 남쪽으로 만년설의 얼음 저수지에는 물고기가 꼬리를 내밀고 있는 모양의 마차푸크레 (Machhapuchhre 6993m) 암산이 헤엄을 치고 있다. 마차푸크레가 노닐고 있는 강가푸르나의 만년설은 남쪽의 따스한 공기로 인해 물이 되고 이 물은 서쪽으로 모디코라 동쪽으로 마르디코라 계곡으로 흘러 룸비니의 간다크강(Gandaki River)을 이루고 그 물은 계속 흘러 인도 갠지스 강으로 합류한다.

흐르는 물 강가푸르나 여신의 인연으로 인간은 몸으로 태어나고 그 몸의 인연이 다하면 바람과 열과 흙과 물로 다시 돌아간다. 그러나 그 원천의 불씨 인간 유전정보체는 환경의 변화에도 변함없이 백만 년을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뭇 짐승과는 달리 인간은 미래 세계를 예측할 수 있는 천안통(天眼通), 모든 나라 말이나 심지어 짐승의 말까지 알아듣는 천이통(天耳通), 뜻대로 모습을 바꾸거나 날아다닐 수 있는 신족통(神足通), 전생을 알아내는 숙명통(宿命通), 그리고 남의 생각이나 마음을 알아보는 타심통(他心通) 등이 있는데 이들은 기적이라 불리면서 가끔 매스컴에 소개되고 있다. 이러한 것들은 모두가 백만 년 유전정보체에 들어 있는 정보라고 하고 말라식과 아뢰야식이라고도 한다. 프로이트는 정신분석학적으로 이를 무의식이라고 하고 이 무의식은 본능(id)으로 나타나는데 수퍼에고(superego)로 이 본능을 억제해야 인간답다고 말하고 있다. 공자도 이를 이성적이지 못한 감성이라고 하고 인의예악으로 다스려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기원전 6세기 인도 카필라성의 왕비 마야는 친정으로 가던 도중 룸비니에서 사라수 가지를 잡고 싯달타 태자를 낳았는데 어린 싯달타는 태어나자마자 동서남북으로 일곱 발자국씩 걷고 오른손을 하늘로 왼손은 땅을 가르키며 인간은 천상천하유아독존이라고 읊었다. 이때의 천상천하유아독존은 내가 너보다 잘났다는 뜻이 아니다. 인간은 상호 간 우월한 것도 없고 열등한 것도 없다. 자신이 천상천하유아독존인 줄 안다면 동서고금 남녀노소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뜻이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다. 인간과 짐승이 다른 점이 있다면 인간은 자신의 유전정보체가 백만 년의 역사를 갖고 있으며 이는 조상이라는 연을 통해 대를 이어내려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지만, 짐승은 그러지를 못하는 것이 다른 점이라 할 수 있다.

백만 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유전정보체를 깨우쳐 낸다면, 윤회하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처럼, 자신의 재앙은 물론이고 인류의 재앙도 예측할 뿐 아니라 그 연을 조작하므로 재앙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범람하는 영상물에 빠져 버린다면 그 영상의 스크린엔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연속극처럼 계속 꿈을 꾸고 두려움에 빠져 재앙을 예측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자신의 죽음조차도 알지 못한다.

양산부산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