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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부즈맨 칼럼] 여론조사 보도, 오보의 향연 /양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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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7-02-28 20:07:04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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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두어 달 전이었다. 기자협회를 비롯한 언론 관련 단체들이 선거여론조사 보도준칙이란 걸 선포했다. 선거 때마다 여론조사 무용론이 등장하고 언론에 대한 질책이 쏟아지는 데 대한 대책이었다.

선거여론조사 보도준칙 28개 조문 중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제16조다. 대강 요약하자면 이렇다. 첫째, 표집오차를 감안해서 보도해야 한다. 둘째, 지지율이 표집오차 범위 내에 있을 때는 1, 2위 등의 순위를 매기거나 서열화하지 않는다. 셋째, 표집오차를 감안하지 않은 채 지지율 수치만을 나열하여 제목을 선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안타깝다. 대부분의 언론보도가 이 보도준칙을 깡그리 무시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애쓰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조금만 공부해도 될 일인데 여론조사에 대한 전문성이 없다. 총체적으로 오보의 향연이다.
핵심은 표집오차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는 데서 발생한다. 아무리 대표성을 잘 갖춘 표본을 선정해서 조사를 진행한다고 해도 표본의 결과는 근삿값일 수밖에 없다. 우리가 궁극적으로 궁금해하는 참값, 즉 전체 유권자의 표심은 표본의 결과를 통해 유추하게 된다. 이때 등장하는 것이 표집오차다. 여론조사 보도에는 매번 '이번 조사의 표집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표집오차는 응답자 수, 즉 표본 크기에 따라 달라진다. 1500명이면 ±2.5%포인트, 1000명이면 ±3.1%포인트, 500명이면 ±4.4%포인트의 표집오차가 발생한다. 응답자 1000명 규모의 조사를 흔히 볼 수 있는데, 이때 어떤 후보의 지지율이 30.0%였다면 실제 지지율은 최대 33.1%에서 최저 26.9% 범위 안에 존재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것만 이해하면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는 명확해진다. 예를 들어 응답자 1000명 규모의 조사에서 후보 간 지지율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려면 최소 ±3.1%포인트, 즉 6.2%포인트를 넘어야만 한다. 응답자 1500명 규모의 조사라면 최소 ±2.5%포인트, 즉 5.0%포인트를 넘어야만 한다. 그보다 작은 차이라면 통계적으로는 차이가 없다. 하지만 언론보도는 무의미한 차이를 유의미하게 해석해서 후보 간 순위를 매기곤 한다. 예를 들어 국제신문 2월 7일 자 4면 "안희정 13%… 황교안과 10% 벽 넘어 '2중 구도'" 기사는 반기문의 사퇴 후 안희정의 지지율이 2위로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당시 지지율을 자세히 살펴보면 문재인(31.2%), 안희정(13.0%), 황교안(12.4%), 안철수(10.9%), 이재명(8.6%) 순이었다. 해당 조사의 표집오차는 ±2.5%포인트였다. 문재인을 제외한 안희정, 황교안, 안철수, 이재명 후보 네 명은 모두 5.0%포인트 이내의 차이였다. 따라서 이 네 명의 순위를 매기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이들이 모두 2위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고 보도하는 것이 적절했다. 물론 이런 오류는 국제신문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한 후보나 정당의 지지율 변화를 해석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지지율 변동 폭이 표집오차 이내의 수준이라면 의미를 부여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국제신문 2월 17일 자 4면 "PK 지지율 47% 민주, 보수 텃밭 대안 자리 잡나" 기사는 부울경지역에서의 2월 2주차와 2월 3주차 정당 지지율 변화를 분석했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은 16.1%에서 14.0%로 2.1%포인트 하락했고, 바른정당은 6.6%에서 8.3%로 1.7%포인트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두 당의 지지율 변동 폭은 오차 범위 내에 있다. 따라서 지지율이 그냥 정체되어 있다고 해석하면 그만이다. 각 정당의 지지율이 변했다고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오류다. 이 또한 오보다.

민심을 제대로 측정해서 알려주는 것은 언론의 중요한 역할 중의 하나다. 그런데 선거 때마다 선거여론조사 무용론이 되풀이된다. 언론의 책임이 몹시 크다. 여론조사 자체의 비과학성도 문제지만, 여론조사 결과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는 것도 큰 문제가 있다.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오해하지 않을 여론조사보도를 해내야만 한다. 사실 조금만 공부하면 될 일이다. 표집오차의 의미만 제대로 반영해도 많은 오보를 미리 방지할 수 있다. 아쉽게도 그런 간단한 수준의 전문성을 갖춘 선거여론조사보도를 찾아보기조차 힘들다. 대부분의 언론사가 한결같은 수준이다. 어떤 언론사도 못 하는 일이라면 국제신문이 먼저 나서서 좋은 본보기가 되었으면 한다.

경성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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