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최우선 경영 목표는 이익 창출이다. 타사와 차별화된 제품을 통해 매출을 올리고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면 진행 중인 프로젝트라도 가차없이 접는다. 민간 기업 롯데가 자사의 영업이익만 따졌다면 성주골프장을 사드(THAD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부지로 제공하지 않았을 게 분명하다. 남한 사드 배치에 반발하는 중국 당국의 '보복성' 규제와 이에 따른 사업 타격이 명확하게 예상됐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롯데는 국가 안보를 위해 '독배'를 들었다. 청와대 게이트 연루 의혹 등으로 가뜩이나 조직이 뒤숭숭한 상황에서 '대한민국'이라는 명분을 택한 것이다.

실제로 롯데의 우려는 현실화됐다. 중국 측의 공격 때문으로 추정되는 계열사 홈페이지의 일시 마비로 불과 3시간 동안 5억 원의 손실을 입었다. 특히 중국의 압박은 롯데를 넘어 유통·관광·문화·무역 등 우리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앞으로도 예상치 못한 다른 분야에 또 다른 규제가 가해질지 모른다. 미국과 함께 세계 경제를 대표하는 중국이 정치 현안과 경제를 구분짓지 못한 채 '치졸한 몽니'를 부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대처는 중국이 으름장을 놓은 지금까지도 소극적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1월 롯데와 국방부가 '사드 부지 교환'에 합의한 이후 롯데상사가 지난달 27일 이사회를 열어 해당 안건을 의결하기까지 중국의 '경고성' 압박이 잇달아 나왔는데도 상대 당국에 뚜렷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중국이 자국민들의 한국 관광을 전면 불허해 사드 후폭풍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지난 3일에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중국과 소통을 강화하겠다" "계속 모니터링하겠다"는 한량한 말만 반복했다. 오히려 미국 국무부가 대변인 구두 논평을 통해 "비이성적이고 부적절하다"며 중국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우리 정부가 해야 할 입장 발표를 미국이 대신해준 꼴이 됐다.

물론 정부 역시 대중국 무역 비중 등을 고려해 '강 대 강' 전략에 섣불리 나서지 못했을 수 있다. 그러나 롯데는 재계 서열 5위 그룹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유통 기업이다. 중국 내에서만 24개 계열사를 운영하고 있다. 롯데의 유통·관광·쇼핑 사업 비중 등을 고려할 때 현지에 있는 계열사들이 타격을 받으면 그룹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는 우리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 민간 기업인 롯데로부터 사드 부지를 제공받은 정부가 외교력을 적극 발휘해 중국 당국의 보복성 규제로부터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하는 이유다. 

서울경제부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