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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누가 감히 불복을 말하는가 /소종섭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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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7-03-05 19:50:00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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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은 봄이 오는 달이다. 봄이란 무엇인가. 탄생, 시작, 희망, 따스함이다. 봄은 매화에서 온다. 추운 겨울을 뚫고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매화는 선비의 고결한 품격을 상징한다. 은은한 향기도 일품이다. 매월당 김시습을 비롯한 옛 선현들이 매화를 최고의 꽃이라고 칭송했던 이유이다. 남녘에는 벌써 매화가 다투어 피어나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만화방창(萬化方暢, 따뜻한 봄날에 온갖 생물이 자라남)의 계절이 온다.

그러나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봄이 와도 봄 같지가 않다. 자연적 계절은 봄이로되 사회적 계절은 봄이 아니다. 춥고 얼어붙어 있다. 앞날에 대한 불안감이 온 사회를 휘감고 있다. 경제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안보는 늘 비상 상황이다. 외교는 주변국들로부터 무시당하고 있다. 정치는 실종됐다. 민초의 삶은 갈수록 피폐해지고 있다. 리더십은 좌초했다.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고 있느냐고 묻는 이가 늘었다.

3월의 광장은 뜨겁다. 촛불과 태극기의 함성이 서울 한복판에 메아리친다. 서울만이 아니다. 전국이 그렇다. 남녀노소가 광장에 나와 '탄핵 찬성' '탄핵 반대'를 목 놓아 외친다. 광장은 민주주의의 오래된 성지였다. 3·1운동도, 4·19혁명도, 6·10항쟁도 광장에서 잉태됐다. 광장에 나오는 숫자를 따지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는 국민의 뒤통수를 쳤다. 이럴 수가! 지난 2일 한국갤럽 발표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국민이 77%이다. 지난해 12월 9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표결되기 직전 갤럽이 발표한 탄핵 찬성 여론 81%와 별 차이가 없다.

광장이 꼭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극단의 표현이 분출한다. 물리적인 충돌이 없다뿐이지 진영과 진영이 맞붙는다. 온갖 구호가 난무한다. 저건 아닌데 싶은 말들도 서슴없이 튀어나온다. 일종의 '편향동화' 현상이다. 자기 생각과 다르면 어리석고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치부한다. 반대로 자기 생각과 같은 주장은 합리적인 것으로 받아들여 생각을 더 굳힌다.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 하버드대 교수 캐스 R. 선스타인은 '우리는 왜 극단에 끌리는가'에서 이것은 '사회적 폭포 현상'에 의해 부추겨진다고 말한다. 어떤 사람들이 가진 믿음과 관점이 다른 사람들에게로 폭포처럼 확산되는데 이 과정에서 많은 이가 자신이 아는 정보를 근거로 판단을 내리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근거해 판단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미지근한 믿음을 가진 사람들은 떨어져 나가고 맹신자들만 남게 되면서 집단극단화는 더 심해진다는 주장이다. 탄핵 심판 결정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가면서 광장의 '편향동화' '사회적 폭포' 현상은 더 심해졌다.

문제는 '탄핵 이후'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하는 이들과 반대하는 이들이 정면충돌하는 양상을 보이니 어떤 결과가 나오건 탄핵 이후에 수습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갈등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심지어 광복 이후 신탁통치 찬성파와 신탁통치 반대파로 나뉘어 갈등했던 때를 떠올리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로 일부 정치인과 변호사들은 '불복'을 외친다. 자신들이 생각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헌법재판소의 탄핵 판결에 불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대한변호사협회장을 지낸 원로변호사는 대통령 대리인임에도 탄핵 반대 현장에 나가 마이크를 잡고 이런 주장을 선동하며 신문에 광고까지 냈다. 참 무책임한 행태이다. 누가 감히 불복을 말하는가.

우리 국민은 수준이 높다. 한 사례만 보자. 최근에 차량이 많아 정체된다고 고속도로 갓길로 달려가는 차를 본 적이 있는가. 늦은 밤 차량 통행이 뜸할 때 신호를 무시하고 달려가는 차를 본 적이 있는가. 일부 그런 이가 있을지라도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 질서를 꼬박 지킨다. 세계 시민으로서의 품격이 높아졌다. 이러하기에 '탄핵 이후' 예상되는 갈등도 우리 국민은 슬기롭게 극복할 것이다. 건강한 시민의 힘은 극단의 주장을 물리치고 상식의 가치를 높인다. 봄이 왔다.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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