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의 헛발질이 끝이 안 보인다. 세월호 사태 때 무능의 조짐을 보이더니 지난여름 국민생선 고등어를 미세먼지 주범으로 몰았다. 그 해프닝이 채 가시기도 전에 콜레라 원인을 과학적 근거도 없이 해수 오염 탓으로 돌려 수산물 판매 상인들의 피눈물을 짜냈다.

한국해운을 40년 후퇴시킨 한진해운 사태 땐 존재감이 없었다. 당시 구조조정을 맡은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해운업의 특성을 망각한 채 금융논리만을 앞세워 칼을 휘두를 때 주무부처로서 역할이 없었다. 관련 학계·업계·연구기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들은 막대한 피해가 눈앞에 보이는데도 임 위원장의 바짓가랑이라도 잡고 설득하려는 투사가 해수부에는 없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태클 한 번 없었으니 한진해운 파산선고 며칠 전 임 위원장은 한 인터뷰에서 "한진해운이 경쟁력을 잃어 살릴 수 없었다"고 확인사살까지 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한진해운 사태를 분석한 보고서를 통해 정부의 적극적인 금융지원과 정부 주도형 인수합병으로 경쟁력을 확보해야 했다고 뒤늦게 훈수를 뒀지만, 임 위원장에겐 소귀에 경 읽기였다. 그가 있는 한 해수부가 심기일전해도 앞날이 그리 밝지만은 않을 듯싶다. 학계의 한 인사는 "수술 가능한 환자를 모른 체하고 죽여버린 임종룡은 한국 해운사에서 영원히 기억될 존재로 남을 것"이라고 혹평했다.

해수부는 알고 있는가. 근래 언론이나 시민단체에서 해운·조선 체계를 일원화해 해수부가 총괄하자는 주장이 나오지만 한진해운이 보호받지 못하고 어처구니없게 무너지는 광경을 목격한 해운·조선 업계에선 차라리 산업통상자원부 우산 아래로 가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자조의 목소리가 나온다는 사실을.

해수부의 역할 미비는 최근 KMI의 빅데이터 분석에서도 드러났다. 조사 결과 해운 관련 연관어로 한진해운이 가장 많은 가운데 이외에 정부, 기업, 구조조정, 금융이 다음으로 많이 언급됐지만 해수부는 아예 없었다. 이는 한진해운 사태 수습과정에서 해수부보다 금융위가 주도했음을 보여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학계나 업계 등 곳곳에서 간헐적으로 나오던 해수부 해체론이 공식적으로 제기되기도 했다. 공공정책연구원은 지난 1월 국회에서 열린 정부조직 개편 방안 토론회에서 박근혜 정권의 부처는 대부분 무존재감, 도덕적 해이, 무사안일주의 등의 문제점을 보였고, 그 대표적인 부처로 문화체육관광부, 미래창조과학부, 해수부를 꼽았다. 특히 해수부는 국토교통부 산하의 해양청과 농림축산식품 산하의 수산청으로 나누자고 제시했다.

부산의 한 교수는 "해양수산 핵심기능의 절반 이상이 부산에 있는 현실에서 어차피 현장 업무 중심의 해수부가 부산에 오길 원치 않는다면 차라리 해양청과 수산청으로 쪼개는 대신 부산을 해양특별시로 승격시켜 진용을 다시 짜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해수부의 무능은 바닷모래 채취 갈등에서 극에 달했다. 지난달 부산에서 열린 바닷모래 채취 정책토론회에서 국토부 간부의 "10년간 바닷모래 관련 언급이 없다가 왜 갑자기 이러느냐"는 한마디는 해수부의 무관심과 무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본지는 이미 지난해 8월 '남해안 모래채취 연장 추진' 기사를 통해 바닷모래 채취로 인해 해양생태계 및 어장환경이 파괴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이후 속보를 통해 개선안을 권고했다. 그런데도 뒷짐을 지고 있다가 최근 정치권이 나서면서 뒤늦게 설익은 미봉책으로 수습하려다 어업인들과 골재업자들의 불만을 샀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부침이 심해 제대로 된 업무를 하지 못한 사정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지켜야 할 기본적인 소임마저 내팽개쳐온 사실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결국 바닷모래 채취 갈등은 지난해 채취량의 절반 수준으로 1년간 재연장됐지만 이로 인해 고소와 감사청구에 이어 해상시위로까지 치닫고 있다.

모진 비난을 받아야 해법이 나오는 걸까. 김영석 해수부 장관은 지난 7일 바닷모래 채취 최소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만시지탄이다.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빠를 수도 있다. 존재 이유를 망각한 채 행동하면 결국 존재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명심하기 바란다.

해양수산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