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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현장] 요원한 백년지대계 교육정책 /임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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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1. 지난 2일 큰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30대 중반의 A 씨는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다. 맞벌이 가정이라 방과후돌봄교실에 신청했지만 정원(25명) 초과로 탈락했다. 유치원까지 친정어머니에게 의지했던 보육이 더는 무리라는 판단에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을 이용하려 했던 계획이 어긋나 버렸다. A 씨는 "방과후학교와 학원 등 7개를 신청했다. 남자아이다 보니 차량 보조교사 없는 학원차량을 이용하는 게 걱정된다"고 말했다.

사례2. 초등학교 5학년 딸을 둔 40대 중반 B 씨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그동안 딸의 영어공부는 학교수업과 집 근처 학원에 다니면서 했고, 매번 시험도 100점을 받아 별 걱정이 없었다. 하지만 고학년이 되면서 주변의 권유로 유명한 프랜차이즈학원에 가 레벨테스트를 받은 결과 충격적이게도 영어유치원에 다니는 7세 아이와 수준이 같았다. B 씨는 "대한민국 공교육을 어디까지 믿고 따라야 할지 모르겠다. 수십 년 전 부모세대처럼 학교 수업이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사실이 기가 찬다"고 고개를 저었다.

사례3. 올해 아들이 부산지역 특목고에 들어간 50대 초반 D 씨는 기쁨도 잠시, 학원비 걱정에 눈앞이 캄캄하다. 수업료와 기숙사비 급식비 수학여행비 등 연간 부담액이 850만 원대에 달하는 것은 차치하고 매월 수학, 과학 등 주말 학원비가 100만 원을 훌쩍 넘는다. D 씨는 "유명한 한 수학 학원에는 신입생 100명 중 60명이 등록했다는데 안 보낼 수가 없다"면서 "기숙사 학교여서 학원비가 거의 안 들어갈 것으로 생각한 게 착각이었다"고 허탈해했다.

새 학기를 맞는 부모들의 한숨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맞벌이 부부는 퇴근 때까지 아이를 안전하게 돌보고 가르칠 곳을 찾아 헤매고, 학교수업만으로는 외국인과 말 한마디 못 하는 경험을 대물림하기 싫은 부모는 영어 사교육에 목을 매고, 대학에 보내기 위해서는 수천만 원의 학원비를 지불해야 한다. 수십 년간 변하지 않는 대한민국의 교육현장이다.

최근 자녀 1명당 대학졸업 때까지 들어가는 양육비가 사교육비 때문에 4억 원에 육박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교육 수준에 따라 1명당 대학까지 교육비가 1억∼3억 원에 달해 최소와 최대 격차가 2억 원이 넘었다.

막대한 교육비 부담 탓에 40대의 경제적 행복감은 전 연령대 중 가장 낮다. 대한민국 경제 주축인 40대가 자녀 교육비에 허리가 휘니 50대가 되면 행복의 가장 큰 장애물로 '노후준비 부족'을 꼽는다. 준비 안 된 노후 탓에 우리나라 노인의 빈곤율(61.7%)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다. 은퇴 후 30~40년을 경제적 빈곤에 허덕여야 한다고 생각하면 '100세 시대'는 축복이 아닌 공포다.
노후 대비도 뒷전인 채 부모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자식들도 불행하기는 매한가지. 우리나라 어린이·청소년의 행복지수 또한 OECD 회원국 중 꼴찌다. 가장 기본적인 교육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니 학창시절의 불행이 노년까지 이어지는 악순환이 거듭된다.

오늘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되든, 기각되든 연내 새 정부가 들어선다.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수시로 교육정책이 바뀌었지만 단 한 번도 부모와 학생을 행복하게 해주지 못했다. 부모의 등골에 의존하지 않아도 공평한 경쟁을 통해 공부하면 안정적인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백년지대계의 교육정책이 이번에는 나오길 희망한다.

사회1부 차장 iej09@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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