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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진 칼럼] 자연 지키는 일은 우리 생명 지키는 일이다

자연파괴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인간에게 돌아와

바닷모래 채취 등 논란…소중한 가치 지키기 중요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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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7-03-09 19:46:11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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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이 조금 잠잠해졌다 싶었는데 또다시 국토 여기저기를 해치고 있다. 닭과 소들이 도살되고 양계와 축산 농가들은 한숨을 내쉰다. 언젠가부터 겨울이면 치르는 홍역이 되었고 추위와 함께 찾아오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 되어 버렸다. 재작년 여름, 우릴 그렇게 공포로 떨게 했던 메르스도 덩달아 떠오른다. 왜 사람과 가축을 불문하고 전에 없던 전염병들이 기승을 부릴까?
   
책을 폈다. '조선의 생태환경사'. 이 책을 소개한 어느 글의 헤드라인이 매우 인상적이다. '물을 모으겠다고 하천을 막고 주변 땅을 개간하자 전염병들이 극성을 부리기 시작했다'. 벼 생산을 위해 흐르던 물을 가두자 장티푸스가 창궐했고, 정주(定住)를 위해 선택한 가축화는 홍역과 천연두라는 전염병을 낳게 했다는 설명이다. 인위적인 자연 변화는 결국 삶의 양태도 변화시킬 수밖에 없다는 필연론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자연을 경제와 공간으로만 이해했던 무지에 대한 자연 속 미생물들의 대반격이었던 셈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그 폐해가 당장 나타나지 않는다고 쉽게 행해지는 수많은 자연 파괴행위에 따른 결과는 결국 고스란히 우리에게 돌아온다. 물론 이 때문에 예방 기술과 방제 능력은 향상되겠지만, 우리가 당장 잃어버리는 것과 미래 후손들이 당할 고난은 점점 더 커져만 간다.

시대가 변해도 전염병들의 발생 이유는 유사하다. 자연 파괴에 따른 인공화와 그 인공 도시에 몰려든 사람들과 이들의 먹거리 생산을 위해 선택한 고밀 사육에 따른 각종 후유증이다. 그렇다면, 지금과 같이 계속 살아간다면 이름 모를 다양한 전염병들이 점차 강해지고 또 확산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슬픈 현실이다.

현대도시에서의 개발은 필수적이다. 도시는 흥하면 흥할수록 팽창할 수밖에 없다. 다만 팽창의 지향점과 방식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양적 팽창과 질적 팽창으로 갈라진다. 불행하게도 지금까지 우리가 취해 온 자세는 전자에 가깝다. 도시는 사람 없이 존재할 수 없다. 우리 없이는 도시의 미래 또한 없다는 말이다. 미래 도시의 모든 것은 현재 살아있는 우리에서 출발한다. 결국 미래 세대의 행복과 불행을 우리가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안타까운 두 가지 일이 회자되고 있다. 하나는 '남해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의 모래 채취 vs 고등어 어획량 논란'이고, 또 하나는 '10년 이상 된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의 해제와 관련된 일몰제 논란'이다. 전혀 다른 사안 같지만 논란의 배경에 '자연'이 있다는 점은 절실한 공통점이다.

2008년부터 지금까지 남해와 서해 EEZ에서 채취한 모래량이 무려 1억495만㎥이라 한다. 그 양의 정도를 정확히 가늠할 순 없지만 국내 건설용 모래의 30%라 하니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것도 모자라 2020년까지 파야 한다니 더더욱 가슴이 무너진다. 단순히 고등어 어획량 반감만의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파괴된 자연이 서서히 회복된다고는 하지만 인간의 직접적인 대응이 어려운 해저(海底)의 회복은 거의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의 해저는 우리의 또 다른 자연이고 생명이다. 너무 슬픈 것은 이 사안이 4대강 사업에 얽힌 정치논리와 경제논리 속에서 판단되고 있다는 것이다. 2017년 지금 이 시대에도 국가 경제 발전의 필수 산업이 건설이라는 논리를 언제까지 고수해야 하는가. 말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니 소프트웨어 시대니 하면서도 정작 국가정책의 기조는 여전히 하드웨어 건설인 것이다. 생각할수록 서글퍼지는 것은 나뿐일까.
2020년이 되면 부산의 100여 개소에 이르는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이 개발 후보지가 된다. 안타깝게도 공원 54개소, 녹지 25개소, 유원지 11개소 등 자연 자체가 90개소나 되고, 면적도 무려 57㎢에 이른다 한다. 물론 2020년이 되면 모두 개발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공원부지에 대한 보상비만도 약 1조4000억 원에 이른다니 해결의 답 찾기가 매우 어려워 보인다.

토지 소유자들이 지난 시간 동안 받아온 경제적 피해를 생각하면 개발은 마땅하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개발이 우선적으로 검토되고 있는 곳들 대부분이 개인 소유의 토지이지만 오랫동안 부산시민 모두의 공원이나 녹지로 이해되어 온 공유재란 점과 해당 토지가 인공지로 바뀌면 주변의 산과 바다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더 큰 문제는 그것이 부산 전체의 도시문제, 즉 부산이 가장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해안 경관과 힘들게 보호하고 있는 도심 산지들을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산시에서도 다각도의 방안 마련에 힘쓰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근본의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그 근본의 대응은 '국가 정책 기조의 혁신'에서 출발해야 한다. 일몰제 도입이 논의되던 20여 년 전인 1997~1998년 즈음은 기후변화 시대도 아니었고 자연환경 자체의 보호보다는 토지재산권 침해에 대한 관심이 더 컸던 시절이었다. 20여 년 동안 우리의 사회 환경과 정신가치는 크게 바뀌었다. 그렇다면 시대와 맞지 않는 오래된 법제도 또한 변해야 한다. 20여 년 전에 결정된 사안을 맹신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방법은 충분히 재원 확보를 할 수 있도록 일몰제 기한을 늦추든지, 해제 대상의 토지들을 재조정할 수 있는 권위 있는 체제를 구축하든지, 아니면 국가가 정한 법이니만큼 국가가 재원의 50% 이상을 책임지든지. 이러한 국가의 특단 조치들이 없다면 결국 우리 앞에 놓일 결과는 지역의 소중한 자연을 잃는 것뿐이다. 얻는 것보다 잃을 것이 훨씬 크다면 과감히 제도를 바꾸거나 어떤 희생이 따르더라도 일의 방향을 틀어야 한다.

   
자연을 지키는 일은 결국 우리의 생명을 지키는 일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삶의 기본 원리는 '함께'여야 한다. 시대정신과 맞지 않는 국가 정책으로 인해 국민과 후손이 입을 손해에 대해 국가는 언제 어떤 상황 속에서도 책임지려는 자세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은 모두 함께 더 크고 원대한 희망과 공감의 꿈을 꿀 수 있을 것이다.

경성대 도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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