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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계약서에 너무 쉽게 사인하는 분들 /이경만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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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7-03-15 19:37:59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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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커피 가맹점 모집광고를 보고 사업설명회에 참석했다. 그곳에서 영업담당자의 말을 듣고 가맹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매출이 평균 1000만 원 나온다고 했다. 2억 원을 투자하면 그 정도 나온다고 했다. 3개월 후 월 매출이 300만 원에 불과했다. 애초에 월 1000만 원이 나올 수 없는 지역이었다. 이런 사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변수가 상권인데 유동인구 등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고 가맹 본사의 평균매출액만을 믿고 거래를 한 경우이다.

또 다른 가맹점 이야기이다. 영업을 시작한 지 3개월이 지나자 도로 건너에 비슷한 가맹점이 생기는 게 아니겠는가. 본사의 영업부장이 독점적으로 영업지역을 보장해준다고 했는데 지금 와서 비슷한 가맹점을 내주면 어떻게 하느냐고 항의했다. 매출이 30% 줄어들어 가맹본부에 가맹계약 취소와 함께 가맹금 반환을 요구했으나 거부했다. 계약서를 보여 달라고 했다. 보여준 가맹계약서는 달랑 두 장이었다. 계약에 필요한 기본내용이 없었다. 특히 지역 보호 및 가맹계약 해지사유 등이 전혀 기재되지 않았다. 왜 그런 계약서에 사인을 했을까.

이렇게 계약서 자체가 부실한 경우도 있지만 가맹본부에서 악의적으로 가맹점주를 속이려고 하는 경우도 있다. 가맹본부에서 물류를 싣는 운전기사에게 모 가맹점에 가서 변경된 계약서에 사인을 받아 오라고 했다. 그런데 계약서에 도장을 찍으라고 하는 시간이 한창 바쁠 때인 오후 7시였다. 가맹점주는 크게 변경된 내용이 없느냐며 사인을 했다. 물론 그 운전기사는 크게 변경된 경우는 없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맨 마지막에 영업지역 보호에 관한 큰 제약이 들어가 있었다. 신도시에 신규 가맹점이 생기고 난 뒤에 이런 내용이 계약서에 추가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이미 그 계약서의 효력이 발생한 터라 항변할 길이 없었다. 왜 바쁠 때 사인을 하라고 해서 그렇게 했느냐고 해도 소용이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이런 계약서의 문제는 하도급에도 많다. 4년 전에 어느 하도급 업체가 원청사업자와 맺은 계약서 때문에 결국 사업을 접는 사건이 있었다. 즉 도장공사에 대하여 하도급을 받았는데 보통 선행작업이 이루어지면 후행 작업으로 넘어간다. 즉 선행공사가 끝나면 후행 공사가 진행되고, 기성금 청구는 후행 작업이 완료되었을 때 선행작업의 기성금을 받도록 계약이 되었다. 그렇지만 후행 작업이 잘 마무리되면 좋겠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공사가 마무리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때 자금이 묶여버리면 중소기업으로서는 큰 자금난에 직면한다. 이런 종류의 거래가 하도급 건설공사, 설비공사, IT사업 등에도 많다.
사실 하도급 대금은 월 기성 마감 후에 청구를 하고 결제를 받는 게 통상적이나 이 계약은 선행 작업 시 50%, 후행 작업 후 50%를 지불 조건의 계약서였다. 이번처럼 거래를 하다가 중간에 사업을 그만두면 후행 작업의 대금이 50%나 물려있기 때문에 재무적으로 참 곤란하다. 이런 거래는 하지 말아야 했지만 공사금액이 커서 일단 시작을 했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자금 유동성 문제가 항상 존재한다. 이렇게 되면 하도급 업체는 현장 작업자의 인건비 지급이 안 되고, 작업자가 현장을 이탈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공사품질문제가 발생하니 원도급사에서는 클레임을 건다. 그러면 자금 집행이 보류되고 또 자금 사정이 악화되어 현장이 돌아가지 않는다. 협력사들의 보이콧으로 공사진척이 안 되니 하도급업체는 손을 든다. 마지막은 거래중단, 즉 사업 포기이다. 이렇게 된 마당에 선행작업에 따른 기성금을 청구하지만 지급하겠는가? 마땅히 한 일에 대하여 자금을 결제해야 하지만 원사업자는 하도급업체의 불성실한 공사로 인해 피해를 당했다고 하면서 오히려 손해배상을 주장한다.

이처럼 가맹사업이나 하도급거래 시에 필요한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가맹계약을 하거나 계약서 내용을 꼼꼼하게 파악하지 않고 사인을 하면 뒷감당이 안 된다. 이런 유형의 사건은 나중에 문제가 발생한 뒤 하소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니 뜻밖에 많다. 계약서 내용이 너무 불공정하면 아예 계약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게 사는 길이다. 법원이나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판단하는 것은 문서이다. 이 문서에 의해 옳고 그름을 판단한다. 따라서 가맹점 사업자는 정보공개서에 기재된 가맹본부의 정보를 샅샅이 살펴보고, 가맹계약서 조항을 충분히 이해한 뒤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하도급 계약서도 독소조항이 있는지, 있으면 이에 대하여 전문가의 자문을 거쳐서 체결해야 후환이 없다.

공정거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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