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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공론장' 거부한 부산비엔날레 /박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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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부 기자 link@kookje.co.kr
  •  |  입력 : 2017-03-19 19:22:55
  •  |  본지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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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미술계에는 '비평'이 활발하지 않다. 젊은 미술 작가와 큐레이터 그룹인 비아트(b'art), '공간 힘'이 정기 또는 부정기로 미술비평 잡지를 발간하고,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 수의 미술비평가가 활동하고 있을 뿐이다. 미술 비평지·서적이 대개 서울에서 발간되기 때문에 대상도 대부분 서울의 전시나 작가다. 부산의 미술계에는 비평이 아닌 '주례사'식 전시 서문이 넘쳐난다. 개별 전문가나 전문가 집단이 하는 일이 비판 없이 사실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본지는 지난달 두 차례에 걸쳐 부산비엔날레조직위가 수영구로부터 민간 위탁을 받아 진행하는 '수영강변 일원 문화예술환경 조성사업'의 문제점을 지적(본지 지난달 22일 자 21면, 27일 자 21면 보도)했다. 예산 9억 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니콜라스 쉐퍼(1992년 작고)의 'LUX 10-Busan' 등 조형물 5점을 수영강변에 설치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달 중순 2016 부산비엔날레 윤재갑 전시감독이 임동락 전 부산비엔날레조직위 집행위원장의 전횡을 폭로한 입장문을 계기로 쉐퍼의 작품이 원작이 아니라 원작의 설계도를 바탕으로 원작보다 확대해 제작한 작품임이 알려졌다. 이에 많은 미술인이 'LUX 10-Busan'의 원작성과 공공미술로서의 적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본지는 그 지적과 반박, 해외 사례를 함께 담아 기사로 내보냈다.

부산에 비평 문화가 활발하지 않아서일까. 부산비엔날레조직위는 본지 기사를 '편향적 보도'로 규정했다. 쉐퍼 작품의 제작을 대리한 기관의 이름과 예산 사용 내역에 대한 질문은 '고압적 취재'로 받아들였다. 급기야 기자에게 "취재에 어떤 형태로든 도움을 주지 않겠다"는 항의성 메일을 보내오기도 했다.

지난해 부산비엔날레의 주제는 '혼혈하는 지구, 다중지성의 공론장'이었다. 작품에 대한 가감 없는 비평이 오가는 '공론장'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산비엔날레조직위가 이 같은 주제를 다뤘다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시민의 혈세로 추진하는 사업의 진행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싶지 않다면, 부산비엔날레조직위는 앞으로 공적 사업에 계속 참여할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길 바란다. 지난달 SBS에서 방영한 다큐멘터리 '시크릿 공화국'을 인상 깊게 봤다. 스웨덴의 한 중학생이 교장의 이메일 전 내역을 공개하라고 요청하니, 교장이 이유를 묻지 않고 3년간의 이메일 기록 수백 페이지를 복사해 제출했다. 정보 공개 요구를 자의적 판단으로 거부하는 행태가 우리 사회의 불투명성을 높이지 않을까 우려된다.

활발한 비평과 적극적인 정보공개로 더욱 투명해질 부산 미술계를 기대해 본다.

문화부 기자 lin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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