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은 남미에서 가장 큰 나라다. 면적이 851만4877㎢으로 한반도의 37배이며, 세계 5위다.

넓은 땅덩어리는 농축산 분야 글로벌 경쟁력의 근원이다. 설탕, 오렌지 주스, 커피, 대두, 쇠고기, 닭고기, 옥수수 등 세계 생산량 1~3위를 다투는 품목이 수두룩하다. 특히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3대 육류 수출은 독보적이다. 여기엔 생산자와 가공 판매 유통을 담당하는 기업의 효율적인 시스템화가 한몫을 한다. 세계 최대 닭고기 수출회사 BRF(Brasil Foods)가 그 예다.

BRF는 2009년 5월 브라질 양대 육류 가공회사 합병으로 탄생했다. BRF는 남부 산타카타리나의 작은 양계장에 뿌리를 두고 있다. 브라질에 처음 닭을 들여온 이탈리아 이주민의 본거지다. 국제 경쟁력 강화라는 합병 목적에 걸맞게 BRF는 세계 1위 닭고기 가공·수출 회사로 거듭났다.

그런 BRF가 상한 고기 스캔들에 휘말렸다. BRF 등 30여 개 육가공업체가 유통기한이 지난 고기를 판매해 왔다고 브라질 연방경찰이 밝힌 것. 상한 고기의 냄새를 없애려고 금지 화학물질을 사용했고, 유통기한을 위조했으며, 상당량이 외국으로 수출됐다는 내용이다. 브라질 농업부 장관이 단속된 육가공업체의 불법 유통 행위가 과장됐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대통령이 브라질산 육류를 수입하는 33개국 대사를 초대해 고기 요리를 대접했으나 파문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육가공업체 조사 태스크포스의 약발도 미지수다.

그 이면엔 썩은 양심이 도사리고 있었다. 육가공업체들은 농업부의 위생검역 담당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주고 법망을 피했단다. 농업부는 관련 공무원 33명을 해고했다.

우리나라와 정반대에 위치한 브라질에서 벌어진 스캔들이 바로 우리 식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전체 닭고기 수입물량 중 83%가 브라질산인데, 문제가 된 업체들이 40%를 차지한다. 브라질산 닭고기에 대한 유통·판매 잠정 중단과 수입검사 강화는 당연한 방침이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조류인플루엔자(AI) 영향권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 게다가 미국과 유럽 등도 마찬가지 사정이어서 현재 국내에 수입되는 닭고기는 브라질과 태국산밖에 없다. 닭고기 파동이 우려되는 이유다. 저지방·저칼로리·고단백 식품인 닭고기를 아무런 걱정없이 즐기기가 이렇게 어렵다.

정상도 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