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1960년대 이후 전례 없는 경제성장을 통해 '한강의 기적'을 일궜다. 많은 개발도상국이 경제성장 모델로 활용하는 한국의 경제정책들은 자유시장경제체제를 기반으로 정부 주도로 전개되면서 단기간에 고도성장을 이루어 냈다. 과도한 정부의 개입으로 관치경제, 불균형 심화와 같은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했으나 시장경제의 기본적 틀을 유지하면서 기업을 협력적 파트너로 삼은 것이 주효한 결과다. 정부 정책의 이행과정에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기업이 국민경제 성장의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였다.

이러한 기업의 중요성에도 우리 기업들의 생존 부담은 날로 커지고 있다. 정부의 전폭적인 금융지원을 바탕으로 생산시설 확충과 기술력 확보에만 주력하였던 과거와 달리 오늘날에는 글로벌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경쟁력 확보 노력과 더불어 재무적 문제까지 해결해야 한다.

1997년 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많은 기업이 체질개선과 경쟁력 향상을 통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였지만, 적지 않은 굴지의 기업들이 사라진 것도 재무적 문제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근의 국내외 경제 상황은 우리 기업의 경영에 어두운 그림자를 또다시 드리우고 있다.

저성장 기조에 따른 장기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가운데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기업의 이자 부담이 증가되고, 1344조 원에 이르는 가계부채로 내수경기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해운·조선·철강업을 중심으로 한계기업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산업 전반의 수익성 악화로 경제의 취약성도 높아지고 있다. 또 브렉시트(Brexit), 트럼피즘(Trumpism)으로 상징되는 자국 보호주의 기조 역시 개방형 구조의 한국경제에는 큰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기업들은 기술적 혁신을 통해 시장의 요구에 부응하는 상품개발을 강화하고, 기술혁신에 집중할 수 있는 안정적인 재무구조 개선 노력에 힘써야 한다. 경기침체 시 전반적인 수요 부진으로 매출 감소가 수반되므로, 기술혁신뿐만 아니라 재무구조의 개선이 기업의 생존에 유효하다. 훌륭한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이 재무적 유동성 위기에 봉착하면서 본래의 사업에 집중할 수 없게 되어 위기를 악화시키는 결과를 우리는 많이 보아 왔다. 따라서 외형을 중시하는 낡은 경영전략에서 탈피하여 선제적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해 위기를 미리 방지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의 '자산매입 후 임대프로그램'은 기업이 사업기반을 유지하면서도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수단으로 평가된다. 이 임대프로그램은 일시적으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기업의 핵심자산을 캠코가 매입하여 유동성을 공급하되, 매입한 자산을 다시 해당 기업에 임대함으로써 기업이 사업기반인 핵심자산을 활용해 자금을 조달하면서도 경영기반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이다. 경영이 정상화되면 우선매수권을 행사하여 기업이 해당 자산을 되살릴 기회도 열려 있다.

이렇게 조달한 자금으로 차입금을 상환하면 기업은 금융비용이 절감되어 수익성이 개선되고, 차입금의 원금상환 압박에서 벗어나 신제품 개발이나 신규시장을 개척하는 투자확대도 가능하다. 기업이 경영기반을 유지하면서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 본래의 사업에 집중할 수 있어 무한경쟁 시대에 성장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핵심기술의 유출이나 생산 활동의 위축에 대한 우려 없이 영업용 자산을 매각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실효성은 더욱 크다.

캠코는 '자산매입 후 임대프로그램'을 도입한 2015년부터 현재까지 총 8개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1200억 원 규모의 핵심자산을 매입해 경영정상화를 지원했다. 정부는 경제 상황을 감안하여 2017년도 본 프로그램을 통한 지원 규모를 5000억 원까지 확대하고, 대상 기업도 대기업을 포함한 모든 기업으로 발표했다. 일시적으로 유동성 위기가 있는 기업의 활로를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선제적·상시적 구조조정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경영난이 발생한 뒤에 실행하는 사후적 구조조정은 해당 기업이나 사회적으로 큰 비용을 초래한다. 재무적으로 곤경에 처한 뒤에 뒤늦게 재무구조 개선을 추진하면서 곤란을 겪은 사례를 IMF 외환위기 이후 많이 보아왔다. 이제는 기업 스스로 사전적인 구조개선을 추진하는 풍토가 확산되고, 정부도 기업의 자구 노력을 지원하는 안전망의 기능을 확대하고 있다. 더 많은 기업이 정부가 마련한 재무구조 개선 지원제도를 통해 우량기업으로 성장하여 국가경제의 중요한 축으로 발전하길 희망한다.

성장 잠재력을 지닌 다양한 기업의 활약은 경제위기를 해결하는 열쇠이자 대한민국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원동력이다. 기업들의 철저한 자구 노력과 정부의 지속적인 정책지원을 통해 대한민국이 경제위기의 파도를 넘어 세계로 도약하기를 기대해 본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