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지하철 3호선을 타면 가슴이 확 트이는 기분 좋은 구간이 있다. 도시철도 구포역과 강서구청역을 잇는 낙동강 횡단 구간이다. 어머니 품속 같이 넉넉한 강에는 은빛 물비늘이 일고, 서쪽 하늘의 황금빛 석양은 황홀감을 더해준다. 강 옆 둔치의 넓은 꽃밭과 푸른 초원은 동심을 일깨운다.
유독 눈길이 가는 곳은 굵직한 벚나무가 줄지어 서있는 낙동강 제방이다. 강서구청역에서 명지시장으로 이어지는 12㎞, 바로 '강서 30리 벚꽃 길'이다. 제방 위에는 사계절 내내 뛰고 걷고 자전거를 타는 시민들로 붐빈다. 좌우측으로 이어진 3000그루의 벚나무는 긴 터널을 이룬다.
지금 이 제방에는 온갖 봄꽃들이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다. 땅에 깔려 앙증맞게 피어있는 큰개불알풀꽃을 비롯해 산수유꽃 진달래꽃 목련꽃 유채꽃이 앞다퉈 봄을 알린다. 봄비에 벚나무의 꽃봉오리도 불그스레한 빛을 띠며 금방이라도 '툭'하고 터질 기세다.
벚꽃이 만개하는 3월 말이 되면 다른 꽃들과 함께 이곳은 봄꽃 박람회장이 된다. 이즈음 좋아하는 사람을 불러 함께 화사한 봄을 맞고 싶다. 벚꽃과 유채꽃 사이를 거닐며 사진도 찍고, 풀밭에 자리를 깔고 맛있는 음식도 나누고 싶다. 이왕이면 달빛이 좋은 날 해 떨어지는 때에 맞춰 파전과 막걸리 한 통을 배낭에 담아 나서면 좋겠다. 달빛 어우러진 꽃길과 도심 야경이 녹아든 강변을 걸으면서 쉼터에서 나누는 술 한 잔은 멋진 추억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벚꽃길 산책의 백미는 꽃잎이 눈처럼 쌓여 있는 길에서 바람에 흩날리는 꽃비를 맞는 것일 게다. 혼자서 호젓함을 즐기려면 비 오는 날 조용한 아침이 좋을 것이다.
30리 벚꽃길을 걷다 보면 즐길거리도 많다. 대저생태공원 조금 아래쪽엔 금수현, 이은상 선생의 '그네' 노래비와 '낙동강' 시비가 서있다. 이곳에서는 울려 퍼지는 노래와 시 낭송을 들을 수 있다. 벚꽃길 곳곳에는 시비와 조형물, 쉼터도 잘 조성돼 있다.
인근 사덕상리 마을은 금수현 선생이, 월포마을은 국민가수 현철 씨가 태어나 자란 곳이다. 낙동강과 제방이 주는 아름다운 자연이 큰 예술가를 탄생시켰으리라.
주변 구석구석에는 이름난 맛집도 즐비하다. 구청이 있는 신장로 마을에는 토속 음식점이 있다. 지금도 1970년대 지어진 건물이 그대로 있어 시골 분위기가 물씬 난다. 70년 전통의 명지시장에서는 사계절 싱싱한 회를 즐길 수 있다. 봄철에는 도다리회와 숭어회가 좋고 가을에는 전어회와 꼬시라기 회무침이 일품이다. 명지새동네와 선창회타운은 갈미조개가 별미다. 갈미조개는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 지역에서 잡히는 것으로 그 양도 많지 않아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다. 갈미 샤부샤부와 갈삼 구이는 한번 맛보면 그 맛을 잊지 못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최근 이 제방길의 구포대교~공항삼거리 구간에는 가로등과 조명등도 설치됐다. 또 대저수문까지 4㎞구간에는 벚나무 500그루가 더 심어져 낙동강변 30리 벚꽃길은 이제 40리 벚꽃길이 됐다. 차량의 방해를 받지 않고 오롯이 걸을 수 있는 벚꽃길로, 낙동강변 유채꽃밭을 배경으로 가진 전국 최장의 명품 길이다.
매년 4월 초에는 강서구가 이곳에서 '강서 낙동강변 30리 벚꽃축제'를 개최한다. 많은 시민과 관광객이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찾아 가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봄맞이 활동으로 순백의 화사한 벚꽃길을 걷는 것만 한 게 없다. 김종건 강서구 문화체육과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