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외국어 종합채널인 아리랑TV에서 '나를 만나고 싶어 하는 분이 있는데 같이 만나는 것을 방송으로 찍었으면 좋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분은 뜻밖에도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를 지내다 지난해 한국으로 망명한 탈북민 태영호 씨라는 분이었다. 공사는 대사 다음 서열로, 그는 역대 탈북한 북한 외교관 중에서 최고위급이다. 그 때문에 탈북했을 당시 많은 관심과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1993년부터 외교관 활동을 시작해 당시에는 영국에서 북한을 위해 일했지만 북한의 김정은 체제에 대한 염증,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동경, 자녀의 장래 문제 등 때문에 탈북을 결심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 분이 한국에 다른 유명한 사람도 많은데 굳이 나를 만나고 싶어 하는 이유가 뭘까 궁금했다.

만나고 보니 그것은 다름 아닌 남북단일팀 때문이었다. 20년도 훨씬 전인 1991년 남북이 단일팀을 구성해 출전했던 제41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해 초에 열렸던 남북체육회담에 이어 곧바로 4월에 일본 치바에서 열린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남북이 뜻을 모아 함께 일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때 받았던 감동에 대해 그는 '통일을 이룬다면, 그런 느낌이었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그러고는 꼭 나를 만나서 그때 당시의 마음이 어땠는지를 직접 듣고 싶기도 했고 또 그때의 주역이었던 나를 제일 만나고 싶었다고도 했다.

나 역시 태 전 공사가 느꼈던 마음과 똑같은 느낌이었다. 꼭 '작은 통일'을 이룬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당시 북한의 많은 고위공직자도 그 대회를 거의 생중계로 다 보았다고 했고 많은 사람이 나를 기억한다고 했다. 더불어 이분희 선수에 대해 궁금했던 여러 가지 얘기도 들을 수 있었다. 이분희 선수는 대회 후 처음에는 후진을 양성하는 일을 했지만 결혼 후 낳은 아이가 아파서 장애를 갖게 되면서 인생행로를 바꿨다고 한다. 자세한 내용까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후에는 장애인을 위해 일하는 조선장애인체육협회의 서기장이 되었다고 했다.

북한은 이분희가 서기장을 맡기 전에는 장애인 선수단을 한 번도 구성해 본 적이 없었는데 그의 노력으로 처음으로 2012년 런던 장애인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었다고 했다. 태 전 공사는 그때 일로 그와 친분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어쨌든 그날 일로 나는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이분희에 대한 소식을 잘 알게 되었고 지금까지 잊고 지냈던 단일팀이 주었던 의미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작은 통일을 이룬 것 같았던 그 느낌을 다시 기억하고 싶어졌다.

이 세상에 단 하나 남아 있는 분단국가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우리 미래의 아이들은 통일된 평화로운 나라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 남북이 서로 마음을 열 수 있게 하는 것이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세상에는 많은 분야가 있다. 정치, 경제, 교육, 문화, 체육 등등…. 이 많은 분야에서 여러 사람이 이제는 통일에 대해 생각하고 실천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나는 스포츠인이기 때문에 지금부터 스포츠를 통해 통일의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남북 간의 스포츠 교류가 됐든 단일팀을 다시 이뤄 대회에 출전하든 스포츠를 통해 우리가 서로 마음을 열 수 있도록 한다면 통일은 멀지 않은 날에 이루어질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기 위해서 지금 나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어떠한 일이든 의미 있는 일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태 전 공사를 만날 수 있어 영광이었고 남북단일팀의 의미를 다시 새길 수 있게 만들어줘 감사했던 시간이었다.

마사회 탁구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