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으로 청와대를 떠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남긴 말이 아니다. 지난해 숨진 동아대 손현욱 교수의 어머니가 기자에게 해준 말이다.

지난해 6월 8일 일부 언론사는 손 교수가 학내에서 불거진 성추행 의혹 때문에 자택에서 목숨을 끊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당시 기자 역시 경찰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성추행을 고발하는 대자보가 붙은 뒤 괴로워하다 숨졌다'는 내용의 기사를 작성했다. 숨진 손 교수는 말이 없었고, 대자보를 붙인 장본인도 나타나지 않았다. 손 교수 사건은 그렇게 사람들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진실은 숨길 수 없었고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었다. 손 교수 어머니의 간절한 바람과 정성은 거짓을 한 꺼풀씩 벗겨냈다. 학생들에게 손 교수가 무고하다는 진술을 받아내고 학교와 경찰에 진상규명을 촉구하면서 영원히 거짓으로 묻힐 뻔한 사건의 진실에 다가갔다.

손 교수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동아대 감사에 따르면 실제로 성추행을 한 것으로 지목된 동료 교수는  대자보를 붙이도록 종용한 범인으로 다른 교수를 지목해 끊임없이 음해했다. 손 교수의 누명을 벗기기는커녕 엉뚱한 사람을 사건의 배후로 지목해 진상규명에 혼선을 빚게 했다. 파면된 교수는 파면 무효소송을 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지만, 현재까지 법적인 움직임은 전해지지 않는다.

손 교수 사건은 끝나지 않았다. 현재 진행형이다. 손 교수가 제자를 성추행하지 않았다는 사실만 드러났을 뿐이다. 왜 희생양이 됐는지, 왜 누구도 손 교수의 해명을 들어주지 않았는지 아직도 규명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이뿐만 아니다. 대자보를 붙인 장본인과 대자보를 쓰도록 종용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손 교수의 또 다른 동료 교수. 이들은 손 교수 죽음에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손 교수 죽음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려면 이들의 고백 또한 필요하다.

일부 진실이 밝혀졌지만, 고인이 된 손 교수는 돌아오지 못한다. 그를 향한 근거 없는 성 추문은 예술가로 각광받던 손 교수를 학계는 물론 미술계에서 매장시켰고 죽음에 이르게 했다. 한석정 총장이 취임한 뒤 동아대가 내부 감사로 손 교수의 억울한 사정을 밝혀낸 것은 높게 평가할 일이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동아대가 이번 사건에서 마침표를 찍으려면 제2의 손 교수가 등장하지 않도록 필요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숨진 손 교수와 살아 있는 어머니가 진심으로 바라는 것이다. 더는 뛰어난 예술가이자 스승을 잃어서는 안 된다. 

사회 1부 superche@kookje.co.kr